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셀프 개혁' 발언과 관련해 "개혁 대상인 국정원에 주홍글씨 대신 훈장을 달아주는 격"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회피가 민주주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나와 상관없다는 식의 관찰자적인 태도는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이 아니라 국민과 국회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정희 시대의 중앙정보부 정치가 부활하는 것이 아닌지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국가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하고 경찰이 이를 은폐하는 나라, 집권 여당이 국가 정보기관과 내통하면서 정치공작을 벌이는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 주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정치공작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와 책임자 처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혀야 한다"며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확실한 개혁안을 내놓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거듭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추미애 '정치공작 진상 규명 및 국정원 개혁 운동본부장' 역시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에 대해 회초리를 들어야 할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정쟁'을 불러일으킨다며 함구를 명하는 그런 공화국은 '국정원 공화국', '엽기 공화국'이지 결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라며 "목숨과 피로 지킨 민주공화국의 민주헌정질서가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대통령 '셀프 개혁' 한 마디에…새누리 국정원 개혁 '발 빼기'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이 본연의 설립 목적에만 충실해야 한다. 당 차원, 국회 차원의 개혁을 검토하겠다"면서도 "국정원 스스로의 개혁이 선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6선의 이인제 역시 국정원과 청와대가 주축이 되는 개혁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 전략팀과 청와대 안보수석실 전략팀이 함께 태크스포스(TF)팀을 만들 것을 제안하며 "비밀 정보기관을 의회에서 통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 정보위원회 운영 실태를 벤치마킹해서 국회 정보위원회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재오·정몽준 등 당내 비박(非朴)계 일부 의원들도 요구한 국정원 국내정치파트 해체 방안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내 정보는 대북 정보나 국제 정보와 연관돼 있는 것도 있고, 안보와 존립에 필요한 정보들이 있어서 아예 없애버리면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민주당과 새누리당 일각이 주장한 국내파트 폐지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 출신 이철우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국정원 개혁은 할 만큼 했고, 제도적으로 (국내 정치 개입을) 묶을 만큼 묶어놨다"며 국정원 개혁 '무용론'을 펼쳤다. 이 의원은 "(국정원 개혁은) 법이나 제도를 바꿀 문제가 아니라 원장 등 외부에서 들어가신 분들이 유혹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초유의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개인의 돌발적인 행동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앞서 이 의원은 전날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파문'의 주역이었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국내정치파트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대북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선 오히려 국내파트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