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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빨간 불'…수출 부진에 내수마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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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빨간 불'…수출 부진에 내수마저 위험

[정태인의 경제진단] 내수 늘리려면…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4일로 준비호 2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5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경제뉴스 읽어드리는 정태인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경제 뉴스를 요약하고 해설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지난주의 '버냉키 쇼크'처럼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면 가히 횡재를 만난 것 같으니 마치 사고 터지기 기다리는 사회부 초년병 기자가 된 듯합니다.

재작년부터 저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50년 묵은 신화를 내던질 때가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라는 3대 선진경제권이 기껏해야 평균 1%대 성장을 하고 우리 수출의 1/4가량을 차지하는(홍콩을 포함하면 30%에 달하는) 중국의 성장률마저 주춤하는데 어디에 수출할까요? 그렇다면 내수를 늘려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줄푸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박근혜 정부에게 획기적인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더구나 어마어마한 가계부채는 소비 증가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소득이 얼마간 늘어난다 해도 소비보다는 빚 갚는 데 다 들어가고 결국 돈은 은행으로 되돌아갑니다. (지난주에 말한 '유동성 함정'의 상황이죠).

금융위원회가 3일 국회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961조 6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1999년부터 2012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였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은 7.3%, 가계 가처분 소득은 5.7% 증가했으니 빚이 소득보다 더 빨리 늘어난 겁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2011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8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74.5%를 웃돌았습니다.

8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저축률을 보였던 우리 국민이, 1994년의 자본시장 개방과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최고의 베짱이가 된 셈입니다.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는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84%에 이르고 연령별로는 50대와 60대 이상이 200%를 넘어섰습니다. 가난하고 나이 많을수록 빚을 갚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가 증가하기를 기대한다는 건 망상이라고 할 만합니다.

하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우리 경제 시스템에 위기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며 고소득층이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하는 점, 경상수지 흑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고소득층은 어차피 한계소비성향이 낮고(월 10억을 버는 사람이 그 중 얼마나 소비할까요? 반면 100만 원을 버는 사람은 다 쓸 수밖에 없겠죠), 현재의 경상수지 흑자가 불황형이라는 점을 애써 외면한 셈입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현재 가계부채의 성격과 전망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청문회까지 열렸는데… 현 부총리 "가계빚, 위기 상황 아니다")

▲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현재 상황에서 내수를 늘리려면 실질임금의 증가,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회적 경제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소득층 임금 인상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인 최저임금은 오늘(5일) 새벽에 결정됐듯이 겨우 인상의 하한선을 넘어섰을 뿐이고 중소기업은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오로지 전국에서 일고 있는 협동조합 붐이 희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 7개월 만에 협동조합이 전국에서 1461개(인가 기준) 생겼다는 소식입니다. "이제 정부도 못 믿겠다, 우리 스스로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자"는 거죠.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가 곧 자조(self-help)의 운동이라는 걸 잘 보여줍니다.

한편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 지수는 31로 2분기(28)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내수부진 때문에 도·소매, 음식숙박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부실 확대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재벌들은 상속의 수법으로 자식들 소유의 계열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데 국세청은 이들 기업의 지배주주와 친족 (특수관계인이라고 하죠) 1만 명에게 증여세의 신고 납부를 안내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일감몰아주기 부당이익 얻은 증여세 대상자 1만 명)

투자를 하려 해도 돈도 없고 모기업은 하청단가를 수시로 인하하고, 정작 중요한 부품이나 서비스는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란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는 격입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필요한 것인데 정부는 오히려 대선 공약에서 후퇴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논의 때문에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는다는 거죠. 경제가 안 좋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 거짓말 타령을 언제까지 들어야 할까요?

그럼 나머지 하나 임금 인상은 어떤 상황일까요? 우리의 내수가 부족한 건 기본적으로 실질생산성과 임금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추이 ⓒ새사연

위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1995년께를 기점으로 생산성보다 더디게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 격차(붉은 선과 검은 선의 차이)를 수출과 가계 빚에 의한 소비로 메꿔 온 거죠. 이런 그림은 전 세계에서 모두 나타납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현상이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세계적 총수요 부족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부가 임금문제에 관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최저임금제도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노동자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올해도 법정 심의기간이었던 6월 27일을 넘겨 버렸죠. 2014년 최저임금은 5일 새벽 4시께 5210원(7.2% 인상)으로 결정됐습니다. 금년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예상치를 조금 넘었으니 최저임금 인상의 하한선을 겨우 넘긴 셈입니다. 하지만 이 최저임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젊은이들이나 노인들에겐 절대적으로 낮은 금액입니다. 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의 절절한 호소를 들어보시죠.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월 120만 원, 그게 그렇게 큰돈인가요?)

위와 같은 미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훨씬 더 큰 폭의 인상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재계에서는 동결을 주장했고 노동계에서는 전일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선인 5910원을 내세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전일제 노동자 평균임금의 34%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교해서 낮은 편입니다.

▲ 전일제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국가비교

재계는 최저임금이 실업을 늘린다면서 짐짓 노동자를 위하는 체하지만 이론적으로도, 특히 한국의 현실에 비춰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조금 길고 전문적이지만 최저임금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분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소의 보고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끝이 보이지 않는 최저임금 줄다리기)

최저임금위원회는 항상 오랜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공익위원 안으로 수렴하는데 아예 평균임금의 40~50%로 못 박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자동으로 내수가 늘어나고 임금격차도 줄어들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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