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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주민들, 8년간 전쟁 치른 격"

[하승수의 생태기행] 주민들이 원하는 건 보상 아닌 평화로운 노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4일로 준비호 2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5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이번 주는 협동조합의 주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과 관련된 기사들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에너지협동조합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태양광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고 전기소비를 줄이는 활동을 하는 햇빛발전협동조합, 에너지협동조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 관련 기사들이 많이 뜹니다.

원전의 위험과 기후변화의 위협 속에서 시민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중의 하나는 이런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탈핵(탈원전)의 길을 걷고 있는 독일에도 많은 에너지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최근 만들어진 에너지협동조합 중에서는 삼각산고등학교 사례가 눈길을 끌어서 아래에 링크를 붙입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225명이 출자해서 20kW급 햇빛발전소를 설립한 사례입니다. 이번 주 기사는 아니지만, 읽어볼 만한 기사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고3 학생들 학교 옥상서 싱글벙글, 무슨 일이?)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이후에 독일에서도 에너지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최초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쇠나우라는 독일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우슐라 슬라데크(Ursula Sladek)라는 평범한 여성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이 협동조합이 지금은 10만 가구가 넘는 가정에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영국의 <가디언>에서 이 여성을 인터뷰한 기사도 아래에 붙입니다. 지금은 미약하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협동조합도 이렇게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Ursula Sladek: Power behind a green revolution)

대한민국에서 '토건'이라는 단어는 늘 빼놓을 수 없는 단어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상징되는 토건사업의 고리는 댐 건설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댐 건설과 관련된 토론회도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새로운 절차인 '사전검토협의회'에 관한 토론회였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댐 건설 등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토목사업에 사전검토협의회를 두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영양댐, 지리산댐 등 곳곳에서 추진 중인 댐들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자 국토교통부가 한발 물러선 셈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국토교통부는 결국 댐을 짓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검토협의회라는 것도 요식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국가 차원의 '탈댐' 결정을 할 수는 없을지?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관련된 기사 하나를 붙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환경영향평가, 사업추진 결정 전에 해야")

그 외에도 한 주일 동안 환경, 생태, 생명 같은 키워드와 관련된 여러 뉴스가 있었지만, 워낙 정치 관련된 굵직굵직한 뉴스들이 많아서 묻히는 경향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밀양 송전탑에 반대해 온 주민에 대한 인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는 상당히 중요한 기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벌어진 숱한 사업에서 주민의 인권은 철저하게 무시당해 왔지만, 이런 문제가 제대로 공론화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 경상남도 밀양 지역 766킬로볼트 송전탑 공사가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27일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송전탑 85번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에 쇠사슬을 묶고 공사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주민이 한국전력 직원들에게 제압돼 구조용 들것에 실려 공사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수요일(3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다산인권센터, 민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밀양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충격적입니다. 밀양 송전탑 예정지 인근 지역 주민 10명 중 7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난 기사를 아래에 붙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밀양 송전탑 주민, 전쟁보다 깊은 상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자연재해, 심한 사고 등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람들이 앓는 증후군으로 불안, 공포,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중 '밀양 송전탑 건설 지역 주민의 건강권 침해 실태'를 보면 조사 대상 주민 중 69.6%가 고위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9·11사태를 겪은 미국 시민(15%)에 비해 4.1배, 레바논 내전 시민(29%)에 비해서도 2.4배나 높은 유병률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걸프전에서 포로로 잡혔던 미군의 유병률(48%)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이런 것이 과연 사실인지 의심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사실입니다. 저는 작년 1월 이후에 밀양 송전탑 현장에 여러 번 갔었고, 주민도 많이 만난 편입니다. 외부 사람치고는 비교적 많은 접촉을 했기 때문에 현지의 분위기나 주민의 상태를 좀 아는 편입니다.

사실 공사가 진행될 때의 밀양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입니다. 벌목을 막기 위해 할머니들이 나무를 붙잡고 있는데, 옆에서 전기톱은 돌아갑니다. 그 할머니를 건장한 젊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끌어냅니다. 그 경험이 어떤 것일지 한번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욕설과 모욕도 행해집니다. 주민 중 59.5%가 '위협적이고 무례한 행동'을 경험했고, 44.3%가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평균연령이 70.4세인 주민이 손자뻘 되는 용역에게 욕설을 들은 것입니다. 그리고 36.7%는 부상 경험이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몸싸움, 대치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입니다.

작년 여름에는 헬기를 동원해 공사가 진행 중일 때, 주민이 헬기나 헬기에 실을 자재에 몸을 묶고 막기도 했습니다. 헬기의 굉음이 울리는 속에서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할머니들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올해 5월에 다시 공사가 재개되었을 때의 밀양 상황도 떠오릅니다. 청년도 오르기 어려운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을 때, 산 위에서 밤을 새운 할머니들을 만났습니다. 한국전력이 새벽에 공사를 할까 봐 산 위에서 텐트 하나 없이 노숙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후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이 할머니들은 산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한전에서 찾아와 "공사 안 할 테니 위험하니까 내려가시라"고 해도, "그동안 한전한테 숱하게 속아 왔는데, 못 내려간다"고 버텨서 결국 빗속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전쟁이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쟁은 이제 8년째입니다. 8년 동안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심리 상태가 어떨지 생각을 해 보시면 이번 조사결과가 이해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8년 중 대부분 시간은 고립무원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싸워 왔습니다. 외부의 연대는 작년 1월 한 농민이 분신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니 웬만한 전쟁을 겪은 사람들보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한 것입니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다 생을 마감하는 것도 인간에게는 빼앗길 수 없는 소중한 권리입니다. 그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주민은 '보상이 아니라 예전처럼 살게 해 달라'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한전은 계속 보상이야기만 하면서, 사업을 강행하려 합니다.

지난 5월 29일 구성된 전문가협의체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5월 29일부터 40일간 공사를 중지하고 전문가협의체의 검토를 거쳐 국회가 권고하기로 합의를 했는데, 전문가협의체가 제대로 운영되지를 않는 것입니다. 한전 쪽에서 추천한 전문가 위원들은 한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보고서 초안이라고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림, 표, 숫자 모두 한전이 그동안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것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밀양 송전탑 '전문가 협의체'마저 파행…해결책 '감감')

그래서 참으로 답답한 마음입니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노년의 평화로운 삶을 회복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밀양의 송전탑이 지나가는 마을들에 가보면 정말 산골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765kV라는 초고압 송전선로가 밀고 들어오기 전까지는 조용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던 마을들이었습니다. 그 마을에 평화가 돌아오는 것을 상상하며 노래와 시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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