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기습 공개'로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25일 "내가 왜 사퇴를 하는가. 사퇴할 용의가 없다"고 일축했다.
남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사퇴할 각오로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했는데, 사퇴 용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이 같이 답변했다고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남 원장은 위법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에 대해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명예가 국가 이익이나 기밀보다 중요한가'라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이었다.
또 '국정원장이 어떻게 국가 기밀을 직접 유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이미 언론에 노출돼 국가 기밀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맞섰다.
이밖에도 남 원장은 국정원이 지난 20일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에게 발췌본 열람을 허용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에 대해서도 "내가 승인했다.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나 새누리당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국정원장 독자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원세훈 전 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더라도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추궁하자, 남 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전달하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소장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 제한이 엄격한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기 때문에, 소관 부처 수장의 판단에 따라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피력한 셈이다.
다만 남 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고 발언 했느냐'고 확인을 요구하자 "답변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이를 두고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장이 포기 발언이 있다, 없다고 말을 못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남 원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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