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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500세대가 주택 협동조합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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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울에서 500세대가 주택 협동조합 만든다면?"

[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협동조합이 선거 조직? 우스운 오해"

"100~500세대가 모여 주택협동조합을 만들면 아주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되기 전 "협동조합 제국을 만들려고 했다"는 박원순 시장. 시장이 된 뒤에도 '협동조합 전도사'를 자처하며 서울시에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각종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6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10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설립됐고, 서울에서만 350여 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서울시에 문의가 들어온 협동조합 상담 건수만 9000여 건이 넘는다고 한다.

협동조합 붐이라 할만한 현상의 배경에는 그만큼 시민들이 조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생활 필요 영역이 많다는 것. 박원순 시장은 그 중에서도 시민들의 가장 절박한 요구로 '주택'을 들었다. 그는 영국의 코인 스트리트의 주택협동조합을 예로 들며 협동조합이 주택문제 해결의 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있는 쇠락한 마을이었던 코인 스트리트(Coin Street)는 1980년대에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마을을 다시 개발하자는 운동을 펼쳐 주택조합을 설립해 임대 주택을 지었다. 주택조합을 중심으로 각종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각종 상가 임대, 버스 서비스, 어린이 보육원, 스포츠시설 운영 등을 마을 공동으로 해나가고 있다.


박 시장은 "100~500세대가 모이면 자기들이 필요한 운동장, 텃밭, 공동 육아, 작은 학교, 빵집, 철공소, 목공소 등을 다 만들 수 있다"며 "개인 사생활로서의 주거는 말할 것도 없고, 공유의 공간을 통해 많은 마을 실험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협동조합이 주거 문제 해결은 물론,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 마을 공동체를 통해 벌일 수 있는 부가 사업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가양동에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이 최초로 도입됐고, 만리동에도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이 조성되고 있다.

박 시장은 특히 서울시에서 단기 자금 융자 등 주택 협동조합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또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독자들까지 참여하는 언론 협동조합 실험을 감행한 <프레시안>에 대해선 "협동조합 언론사로서 협동조합 운영도 잘 해서 협동조합의 나라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14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가진 박 시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이 맡았다. 편집자


▲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어떤 계기로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

박원순: 협동조합은 시장이 되기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특히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이 인상 깊었다. 일본 전철이나 기차역 주변에서 가장 큰 건물은 대부분 생협 건물이다. 그린쿱이라는 곳은 조합원이 200만 명이다. 일본의 생협을 돌아봤는데 그 중에 '가나카와 생활클럽'이라는 생협이 있다. 60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데, 단순한 좋은 농산품 소비를 넘어서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부들을 '생활인'이라는 용어로 쓰는데, 진짜로 지역의 삶을 이해하는 사람은 우리라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지역의 정치인이 돼야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90명의 대리인을 요코하마 시의회나 가나카와 현의회 의원으로 진출시키기도 했다. 이들의 급여는 전부 지역 정책 개발비로 공동으로 쓰인다. 이렇게 하니까 굉장히 좋은 정책들을 많이 내놨다. 우리나라 정당들도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협동조합의 본산지라는 영국에는 온갖 종류의 협동조합이 있다. 그 중에 주택 협동조합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천민적 자본주의에 기초한 주택제도가 다른 나라에는 없다.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도 가봤고, 바르셀로나FC도 인상적이었다.

프레시안: 8000개의 협동조합 육성과 GDP 5% 목표를 세운지 6개월이 지났다. 중간 평가를 한다면?

박원순: 평가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아무튼 과열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서울시에서만 350개 정도가 이미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완료했다. 협동조합 설립 상담 문의만 9000건이 넘었다. 목표를 8000개로 세우긴 했지만 형식적 목표가 중요한 건 아니다. 협동조합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은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고 협동의 힘으로 사회를 바꿔나가는 일이다. 자기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지만 동시에 사회에도 이익이 된다. 이런 올바른 정신을 가진 성공적인 협동조합 사업이 생겨나야 하는데, 많은 시간과 경험, 시행착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협동조합은 기존의 경쟁 중심 사회의 기업들과 때로는 경쟁을 해야 한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굉장한 자기혁신과 협동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 같다.

프레시안: 협동조합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가.

박원순: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정신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소셜펀드와 같은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취약하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사회투자기금 같은 것을 만들었다. 서울시의 신용보증재단에서도 지원을 할 수 있다. SK행복나눔재단, 희망제작소 등도 작은 금액이지만 소셜벤처펀드를 만든다고 한다. 또한 우리 사회는 아직 협동조합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경험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컨설팅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기업가 정신이다.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협동조합을 통해 처음 시작하는 것들이 많다. 언론에서는 프레시안이 시도를 하지 않나. 이처럼 협동조합은 모든 분야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협동조합은 생활에서의 필요에서 시작하는데, 서울 시민의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주택 아닌가.

박원순: 그래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장 절박한 요구에 대답해야 한다. 주거에 대한 요구가 절박하다. 마포 성미산 마을에 9세대가 모여 집을 지은 '소행주(소통이 있는 행복한 주택)'라는 곳을 가봤다. 그런데 9세대가 모여서 하다 보니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폭이 좁았다. 이런 모델이 100세대, 500세대가 되면 이상적인 마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0~500세대가 모이면 자기들이 필요한 운동장, 텃밭, 공동 육아, 작은 학교, 빵집, 철공소, 목공소 등을 다 만들 수 있다. 개인 사생활로서의 주거는 말할 것도 없고, 공유의 공간을 통해 많은 마을 실험들을 할 수 있다. 영국 런던의 템즈 강변에 코인 스트리트라는 곳이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주축이 돼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하고 마을을 만들어 영국 최고의 마을이 됐다. 기존의 것들을 존중해 버려진 통조림 공장을 디자인샵으로 꾸미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뉴타운이라는 무지막지한 주택 실험을 했다. 남은 것은 갈등과 상처로 삭막한 아파트촌뿐이지 않나. 아름다움의 원천은 다양성이다. 주택협동조합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서울시에서도 밀어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0세대가 모여 조합을 결성해 집을 지으려고 해도 땅을 사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조합 주택을 짓는 동안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자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단기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융자를 해줄 수 있다. 이런 건 은행에서도 할 수 있다.

▲ 서울시의 협동조합 광고. ⓒ서울시
프레시안:
협동조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융과 유통 부분이 중요한 것 같다. 유통 부분에서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박원순: 서울시는 공공구매로 1년에 4조3000억 원 정도를 구매한다. 가능하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사회배려기업에서 구매를 하려고 한다. 때로는 홍보도 대신해 줄 수 있다.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광고도 많이 했다. 기린 광고(사자 망보기 협동조합) 때문에 사람들이 협동조합 하면 기린을 떠올릴 정도다.(웃음)

프레시안: 협동조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박원순 시장이 재선을 위해 협동조합을 이용한다는 국회의원의 발언도 있었다.

박원순: 그런 우려가 나올 정도면 협동조합이 성공하고 있는 거겠죠?(웃음) 협동조합의 정신을 이해하면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없다. 협동조합은 민주적 훈련이 가능한 조직이다. 1인 1표의 구조로, 개성적이고 자유로운 개인들이 모여서 늘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누가 하래서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만약 내가 선거조직을 꾸린다면 뭐하러 이런 골치 아픈 조직을 만들겠나.(웃음) 정말 우스꽝스러운 오해다. 협동조합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보면 알텐데. 일본은 생협이 백화점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대형마트가 돈을 벌면 해외로 빠져가나거나 재벌기업에 들어가지만, 협동조합은 다 소비자에게 간다. 협동조합이 어떻게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있겠나.

프레시안: 개인적으로 가입한 협동조합이 있나.

박원순: 시장이 되기 전에는 여성민우회 생협에 잠깐 있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 만들려고 준비를 하다가 시장이 됐다.(웃음)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어떤 협동조합을 만들려 했나.

박원순: 거의 모든 분야에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협동조합 제국을 만들려고 했다.(웃음) 예를 들자면, 변호사 협동조합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억울한 일이 생기면 변호사를 찾아가는데, 소비자들이 법률을 잘 모르니까 돈도 많이 받고 친절하게 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협동조합이 꾸려져서 변호사들을 고용하면 된다. 그럼 가격도 확 낮춰지고, 변호사들은 친절해질 수밖에 없다. 법률 서비스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것이다. 자동차 수리 협동조합도 생각해봤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갖고 있지만 막상 수리를 받을 때는 제대로 수리가 됐는지, 바가지를 쓰지 않았는지 불안하다. 협동조합으로 자동차 수리 공장을 만들면 가격도 낮아지고 믿고 차를 맡길 수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직원 협동조합으로서의 언론 협동조합은 있었지만 소비자까지 결합한 언론 협동조합은 프레시안이 처음인 것 같다. 조언을 해준다면.

박원순: 언론에서 좋은 상품은 좋은 기사다. 좋은 기사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좋은 상품을 골라 먹어줘야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를 포함해서 협동조합을 만든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본다. 과연 협동이 경쟁을 이길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있는데 바르셀로나 FC를 가보니까 잘 운영되고 있었다. 조합원을 전 세계 단위로 모으고 협동조합의 정신에 맞게 운영되고 있었다. 다른 구단들처럼 선수를 외국에서 사오는데 급급하지 않고, 지역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돈도 더 적게 들어 경제적 운영이 가능하다. 프레시안도 조합원을 모으는 과정, 조합원들을 예우하는 과정, 좋은 기사를 생산하는 과정 등에 탁월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인규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박원순: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의 정신이나 좋은 협동조합 사례를 보도해주는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협동조합 언론사로서 협동조합 운영도 잘 해서 협동조합의 나라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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