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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눈치보는 진보진영에 미래는 없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해방 이후 최대 범죄자는 김일성"

조선이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해방된 이후 최대의 범죄자라면 단연 김일성을 꼽아야 할 것이다. 박정희나 전두환 심지어 이승만조차 김일성이 저지른 범죄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일성이 저지른 허다한 범죄들 가운데 으뜸은 한국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이 전쟁은 남과 북의 모든 것을 파괴시켰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명을 살상했으며, 분단을 고착시켰고. 신생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상적인 발전을 결정적으로 방해했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다지만, 만약 한국전쟁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에 극우반공을 국시로 하는 독재체제가 성립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령 유일체제로 수렴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쟁 이후의 분단은 필연적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군사대국화와 사회의 병영화로 귀결되었고, 사회 전반에 폭력과 야만을 만연시켰다. 전쟁 이후 남한과 북한에서 일상(日常)은 사라지고 비상(非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남한에서 일어난 쿠데타와 유사파시즘의 지배, 학살, 북한에서 있었던 숙청의 일상화는 비상체제의 구체화일 따름이다.

한국전쟁 이후 남한과 북한의 지배블록은 서로가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였다. 분단체제는 남한과 북한의 지배블록의 지배를 공고히 하고 내부의 개혁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기제였다. NLL포기 발언을 사골 우려먹듯 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과 국정원과 <조선>·<중앙>·<동아>의 작태에서 보듯 그리고 파탄 난 경제와 피폐한 인민의 삶의 원인을 미국과 남한에 돌리는 김정은 북한체제가 증명하듯 분단은 여전히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발전에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단체제를 가장 적대적이고 극악한 형태로 고착시킨 것이 한국전쟁이라고 할 때 이 전쟁의 개시를 결단한 김일성의 잘못은 아무리 비판해도 부족하다. 김일성의 결심과 결단 없이 한국전쟁은 불가능했다. 미국과 소련과 중국의 존재조차 한국전쟁 발발의 주변부 요인일 뿐이다. 특히 진보정당과 진보적 지식인들은 한국전쟁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북침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침유도설도 상상에 가깝다. 한국전쟁의 가장 큰 책임은 북한 지도부, 그 중에서도 단연 김일성에게 있다.

진보정당과 진보지식인들은 한국전쟁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함께 북한 체제에 대한 평가도 정확히 해야 한다. 물론 북한인민들은 같은 동포고 적어도 사이좋게 지내야 할 이웃이다. 그러나 현존 북한체제에 대한 어떤 유형의 환상도 지적 파탄이나 게으름 혹은 편향의 결과일 따름이다. 현존 북한은 수령유일체제의 가부장국가이고 인민들의 기본권은 헌법전 속에만 있다.

평양을 애호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평양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보이는 진보정당이나 진보지식인에게 미래는 없다. 북한의 경우 내재적 접근법은 보편적 독법에 길을 양보해야 옳다. 한국전쟁 발발 63주년을 맞아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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