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 조치가 "특정 단체나 세력이 이 노래를 애국가 대신 부르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외에도 박 처장은 질의하는 의원을 노골적으로 비웃거나 보훈처의 조치를 비판하는 의원에게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냐"라고 맞서는 등 부적절한 태도로 일관해 회의가 정회되는 등 소란이 일었다.
박 처장은 "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했느냐"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8년 5.18 기념식 이후 논란이 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제창이 되지 못했다"며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이에 박 의원이 "그럴만한 이유가 뭐냐"라고 재차 따지며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경직돼 성공했나. 보훈처장이 이명박 정부 때 임명돼 박근혜 정부까지 유임됐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화해와 용서, 화합, 국민 대통합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5.18 기념식에 참석한 모든 시민이 제창을 하겠다는데 왜 그걸 보훈처장이 막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 처장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국가 유공자와 그 유가족을 위한 업무를 하는 곳이 보훈처"라며 "보훈처는 국가유공 단체인 보훈단체의 의견을 존중한다. 보훈단체들이 반대한다"고 제창 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박 의원이 "5.18 단체 역시 국가에서 인정한 보훈단체이고 (5.18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새누리당마저 (보훈처의 조치에)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고, 박 처장은 "5.18 단체 빼고 모든 보훈단체가 반대한다. 보훈단체라고 모든 보훈단체가 다 동일한 것은 아니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밖에도 박 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금지한 이유에 대해 "보훈처가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제창 못하게 하는 근본 배경엔 특정단체나 세력이 이 노래를 애국가 대신 부르기 때문"이라고 말해 의원들의 거센 비판을 샀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간첩이 한국말 쓰면 (보훈처가) 한국말을 아예 못 쓰게 할 건가"라고 따져 물었고, 보다 못한 박영선 법사위원장도 "그런 단체가 3.1절 기념곡을 부르면 3.1절 기념곡도 더 이상 못 부르게 할 건가. 그런 말도 안되는 얘기로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부적절한 태도도 논란이 됐다. 박 처장은 박지원 의원의 사퇴 요구에 답변 대신 소리 내 웃는가 하면, "국회의원이 질의하는데 조롱하듯 웃지 말라"는 지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큰 소리로 웃어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 박 처장은 박지원 의원이 재차 사퇴를 요구하자 "국가보훈처장은 국가유공자를 대표하는 자리인데 5.18 문제로 사퇴하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잘못하면 사퇴해야 한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도 "제가 뭘 잘못했나"며 정면으로 맞섰다.
박 처장의 부적절한 답변과 태도가 계속되자, 박영선 위원장이 "자꾸 그런 식으로 하면 오늘 국가보훈처와 관련된 심의를 그만하겠다"고 경고했고,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자 회의가 한 차례 정회되기도 했다. 결국 박 처장은 회의 속개 뒤 박영선 위원장의 요구로 "답변 태도가 적절치 못한 데 대해 대단히 송구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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