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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과 서민들을 괴롭히는 공적 1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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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과 서민들을 괴롭히는 공적 1호는?

[이태경의 고공비행] "임대차관계 정상화, 경제민주화의 첫걸음"

작년 대선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경제민주화'가 화두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대선 당시의 기세와는 달리 경제민주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재벌개혁 등을 위시해 여러 컨텐트(content)로 이루어진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현안 역할을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산적한 문제들을 해소하지 않고는 이미 격차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의 지속과 통합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사회를 인간적 존엄과 행복이 옹호되는 사회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불평등한 임대차 관계로 인해 신음하는 임차인들

흔히 경제민주화를 말하면 재벌개혁을 떠올린다. 기업사회라고 불러도 좋은 대한민국에서 재벌개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불평등한 임대차 관계로 고통당하는 임차인들의 생존을 위해 임대차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거주목적이던, 영업목적이던 누구에게나 부동산은 꼭 필요하다.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힘의 비대칭성이 너무나 심하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락같이 올라가는 전세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거나 빚을 지거나 변방으로 쫓겨나는 시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가뜩이나 낮은 이윤율에 허덕이는 자영엽자와 영세상인은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로 인해 절벽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있어 부동산 임대차 문제는 생존이나 사활 차원의 일이다. 가파르게 치솟기만 하는 주거용 건물의 전세보증금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가계를 황폐화시키고 있고, 지나치게 짧은 임대차계약기간은 주거의 안정성을 저해하며, 주거극빈층은 염천과 엄동에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자영업자와 영세상인의 처지도 절망적이다. 이들 중 많은 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밖에 위치하며, 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도 앙등하는 임대료, 재건축 등으로 인한 권리금의 멸실 등의 위협 아래 고통당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힘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수단들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을 핍진하게 만드는 으뜸 원인이 임대차 관계의 비정상성이라고 할 때 이를 시급히 해소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주요한 임무일 것이다. 임대차 관계의 비정상성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힘의 비대칭성에서 연유하는 바가 큰 만큼 임대차 관계의 정상성을 회복하는 방법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힘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수단들은 주택의 경우,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에게 사실상 4년 동안 주거권을 보장하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는 조치, 소액임차보증금의 적용대상 및 변제금의 액수를 상향하는 조치, 주거극빈층의 인간적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주택바우처 제도의 도입 등일 것이다.

다만 주택임대차시장 같은 경우 수급불일치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힘의 비대칭성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의 주택임대차 시장은 주택구매능력의 저하 및 주택매수심리의 위축 등으로 인해 임차 수요는 크게 증가한데 비해 공급은 전세의 반전세 혹은 월세로의 전환 등의 원인으로 인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쉽게 말해 주택임대차 시장이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완전히 재편된 것이다. 주택임대차 시장과 관련된 대내외의 여러 지표들을 볼 때 공급자 우위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재정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해 2018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을 연간 12만호 공급하여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10%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이 정도 수준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주택임대차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일정 정도 해소하고, 정부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주택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지렛대를 갖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쏟아 부은 돈을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투자했다면 지금의 전세난도 발생하지 않았거나 크게 완화됐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의 실정을 절대 답습해서는 안 된다.

질식상태에 놓인 자영업자와 영세상인을 위한 대책 마련도 긴절하다. 그 대책의 대강은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보호대상 임차인의 범위를 확대하고, 임대차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하향 조정하며, 재건축 등 임대인의 필요에 의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이 거절되는 경우 임차인의 매몰비용 중 일정 부분을 임대인이 보상토록 하고, 우선변제 대상 임차인의 범위를 확대하고 우선변제금을 증액하는 것이 될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힘을 받으려면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동의가 필요

한국사회처럼 심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사회에서, 게다가 재벌, 보수정당, 조·중·동, 관료, 보수학계, 종교권력 등의 특권과 이들 간 동맹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박근혜 정부도 경제민주화에 친화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경제민주화의 동력이 나올 곳은 한 군데 뿐이다. '시민'이다.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동의 없이 경제민주화는 결코 실행될 수 없다. 또한 경제민주화라는 거대담론이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성과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 그 중에서도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힘의 비대칭성이 극심한 주택 및 상가 임대차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기 때문에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할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첫 단추로 임대차 관계의 정상화를 선택하고 이의 안착에 성공한다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제민주화를 자신들의 문제로 절감하고 동의할 것이다.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시민들이 전폭적으로 호응할 수 있는 아이템인 임대차 관계 정상화에서 경제민주화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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