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달성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져야만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5월 20일 수석비서관 회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 현안의 해법을 노사정 협의회에서 찾아보려 한다. 대기업 정규직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에 따라 남는 일자리에 여성과 청년의 일자리를 늘려서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계와 노동계의 양보가 필수다. 노동계는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의 임금 인하를 감내해야 하고 재계는 노동 시간 감축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해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양측의 양보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실현코자 한다.
제대로 진행된다면 서로가 '윈윈'하는 게 노사정 대타협이다. 유럽 국가에서는 정리해고, 임금삭감, 노동시간 단축 등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노사정 대타협을 진행해왔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적극 장려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선 노사정 대타협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왜일까?
▲ 박근혜 대통령. ⓒ프레시안(최형락) |
박근혜 정부, 노사정 대타협 의지 있나
무엇보다 정부나 재계의 필요에 경도돼 노사정 대타협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지 오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항상 재계나 정부의 필요로 소환되는 게 노사정위원회였다"며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회의에 들어오라는 건, 사실상 들러리를 서라는 것에 불과하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문제가 된 통상임금 논란 관련 "노사정이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해보자"는 노동부의 제안을 노동계가 단칼에 거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조차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장관이 통상임금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제안한 것은 박 대통령이 말한 노사정 대타협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위원이었던 한 인사는 "노동계와 재계, 그리고 정부는 그간 신뢰를 쌓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노사정위원회는 이를 일시에 해소하고 단번에 결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논의 안건도 누가 제시하는 식이 아니라 서로 협의로 상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노사정위원회가 성공할 수 있다"며 "성급하게 한탕주의로 노사정위원회를 이끌게 될 경우, 과거와 똑같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사정위를 제대로 진행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도 의심을 산다. 노사정위원회 초창기에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을 5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이끌어 낸 배경에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노사정위원회가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건 IMF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었으나 대통령 최측근 등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낸 노사정위 위원장은 정권 실세인 한광옥 씨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게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 최종태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학자 출신으로 중앙노동위 공익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으나 정권의 의지와 힘을 대변할만한 상징성은 빈약하다.
민주노총 배제하고 노사정 대타협? 실효성은…
민주노총이 아닌 한국노총만 노사정위원회에 가입된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대기업 정규직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건 노동계의 양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대다수 민주노총에 소속돼 있다. 한국노총은 중소 영세사업장이 포진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한국노총만을 파트너로 노사정 대타협을 이룬다 해도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양 노총을 합해도 노조 조직률이 10%가 채 안 되는 상황이다. 양대 노총이 노동계를 대변하고 있느냐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는 유럽은 노조 조직률이 50% 안팎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노총은 지난달 말부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회의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시적 성격이 짙다. 박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대타협을 꼽아왔지만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 노사정 위원회의 생산적인 진행을 기대하긴 여러모로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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