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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이삭줍기' 식으론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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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신당, '이삭줍기' 식으론 안 한다"

[금태섭 인터뷰] "민주당, 호남의 지지에 보답했는지 의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정치 제2막'이 시작됐다. 17일 부산과 김해 봉하마을 방문, 광주 5.18 기념식 참석으로 이어지는 행보가 그 출발이다. 안 의원의 일정에 금태섭 변호사가 동행한다. 지난 15일 금 변호사를 만나 '안철수 정치'의 계획표를 그려봤다.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금 변호사는 "정치를 하기 위해선 정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라고 했다. 다만 사람 모으는 일이 우선. 그는 "집을 먼저 지어놓고 사람을 불러 모으는 방식은 적절하지도 않은데다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형식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10월 재보선은 피해갈 수 없는 시간표다. 그는 "외부적인 상황과 우리의 역량이 허락한다면 가능한 많이 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자신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가 나가겠다 말겠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도울 일이 있다면 힘이 되는 대로 돕겠다"고 여지를 넓게 뒀다.

민주당과의 주도권 경쟁에 관해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정권을 잡고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유권자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인데, 그러자면 당연히 경쟁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거에서의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 의견을 밝히는 한편 "우리가 커지면 민주당이 약해질 거라는 생각이 민주당을 지켜주는 방식은 아니"라고 했다.

금 변호사는 특히 "호남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항상 현명한 선택을 많이 했음에도 선거 결과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봤다"며 "민주화세력이나 야당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계속 보냈는데 과연 그 지지를 받은 사람들이 보답을 했었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다음은 서울 서초동 금태섭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이쪽 아니면 저쪽? 선다형 정치, 이제 끝내야"

프레시안 : 안철수 의원과 대선과 보궐선거라는 두 개의 큰 산을 함께 넘었다. 현장에서 느낀 정치의 현실은 어땠고, 그 과정에서 감지한 유권자의 바람은 무엇이었나.


▲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의 상황실장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금태섭 :
사실 같이 넘었다기보다는 도와드린 셈인데, 대선 때도 많은 경험을 했지만 특히 이번 보궐선거는 지역에서 실제 유권자를 찾아가는 선거였다. 많은 경험을 했다고 안철수 의원 스스로도 얘기하는데, 저 개인적으로도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이 우리 정치가 변화하길 바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제 선다형의 정치는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권자에게 보기를 몇 개 주고 '이쪽을 지지하지 않으면 저쪽'이라는 식으로 선택을 강제하는 정치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제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듣고 정치권이 여기에 맞추는 정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안철수 의원도 대선 때는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를 찾아왔는데, 지역구 선거를 뛰다 보니 텅 빈 운동장에 한 사람만 있어도 달려가 손을 잡고 인사를 한다면서 "이게 진짜"라고 하지 않았나. 단순히 선거운동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제 정치권이 정말 국민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듣고, 맞춰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시안 : '선다형 정치'라고 표현했지만 주로 정당에 기반해 정치가 이뤄지는 이상 불가피한 것 아닌가?

금태섭 : 사실 지금까지 정치권이 '민주 대 반민주'와 같은 팽팽한 대립 구도였고, 이쪽에 찬성하지 않으면 저쪽을 택할 수밖에 없는 2지 선다형, 혹은 잘 해봐야 3지 선다형이었다. 현재 정치권이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에게 실망만 주지 않았나. 정당이 유권자에게 '싫으면 떠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 이야기를 듣고, 그 과정을 거쳐 정치의 모습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선거가 끝나면 정당이 유권자를 탓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젊은 층이 문제다, 50대가 문제였다, 이런 식으로 유권자 탓을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당이 먼저 변화하는 것이다. 정당이 먼저 변해야 국민의 지지도 나온다. 처음엔 국민들이 정치에 실망을 해도 계속 이야기를 듣다보면 분명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 정치권은 "우리가 이만큼이나 했는데, 왜 안 될까"라는 관성만 있지 변화할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집 짓고 사람 부르는 것, 적절치 않아…모이면 세력화 구상 나올 것"

프레시안 : 안철수 의원으로선 그런 유권자들의 바람을 이제 현실 정치에서 풀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았는데, 며칠 전 안 의원이 독자 세력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금태섭 : 이제 국회에 입성했으니 국회의원으로서 충실한 의정 활동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안 의원을 지지했던 분들이 그에게 단지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만을 주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정치의 책임을 다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혼자 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 때문에 사람을 모으는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방식은 신당 창당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는데, 집을 먼저 지어놓고 사람을 불러 모으는 방식은 적절하지도 않은데다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 의원도 일단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사람들이 한명 씩 한명 씩 모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형식이 생기는 것이지, 지금 먼저 형식을 서두를 일은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 신당 창당은 지금 시점에서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긴가?

금태섭 : 물론 정치를 하기 위해선 정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창당을 한다고 발표해놓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의견이 나올 것이고, 그 결과물이 모였을 때 내놓는 게 더 적절하지 않겠나.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이 예비 후보를 지내기도 했지만, 당시 대선 캠프에 모였던 사람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였고, 대선이 끝나고 각자 생업으로 돌아갔다. 안철수 의원도 국회의원에 당선되긴 했지만 아직 조직이랄 것은 없지 않나. 일단 사람을 모으는 과정에서 무언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한다.

프레시안 : 안철수 의원도 "7~8월에 바빠질 것"이라고 했는데, 시점상 10월 재보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에 나갈 후보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계획인가?

금태섭 : 그렇다. 아무래도 선거라는 것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 아니겠나.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게 될 것 같다.

프레시안 : 열 개 안팎의 지역구에서 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출마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프레시안(최형락)
금태섭 :
단정할 수 없는 게 아직 (재보선 지역이) 한 군데도 확정되지 않았다. 외부적인 상황과 우리의 역량이 허락한다면 정치하는 입장에서 가능한 많이 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나.

프레시안 :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이들이 주축이 되나?

금태섭 : 대선 캠프가 특별히 중심에 서지는 않을 것 같다. 대선 캠프는 사실 임시 조직이었고, 대부분 생업으로 돌아갔다. 그 사람들만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이제 새로 모아야 하지 않겠나. 그 당시 굉장히 짧은 기간 동안 함께했기 때문에 뜻을 같이 하면서도 합류하지 못한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까지 포함해 다시 모여야 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금태섭 변호사 본인은 출마할 마음이 있나?

금태섭 : 캠프에 있던 사람들 누구나 마찬가지일텐데, 지난 대선부터 안철수 의원을 도우면서 '국회의원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당연히 선거에 나가 세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관점에서 선거구가 어디에 생기는지, 누가 나가는 것이 좋을지 모여서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제가) 나가겠다, 말겠다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이제까지 안철수 의원을 도왔던 분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자기가 도울 일이 있다면 힘이 되는대로 돕는 것이다.

프레시안 :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 중 출마 의지를 밝힌 사람은 있나?

금태섭 : 필요하고 힘이 된다면 나가겠다는 사람들은 많다. 본인이 기여하기 위해 대선 때부터 뛴 사람들이고, 선거에 나갈 필요가 있다면 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재보선이 어디서 치러질지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어디든 무조건 나가겠다", 이런 사람은 없다. (웃음)

프레시안 :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7~8월 중엔 본격적인 세력화 작업이 시작될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염두에 두는가?

금태섭 : 안철수 의원도 (인재영입 기준으로) 개인적인 이해관계보다 가치관을 꼽았는데, 대체로 지난해 대선 캠프에서의 기준도 그랬다고 본다. 특히 지금의 정치 문제에 대해서 안철수 의원이 강조했던 게 공정한 사회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한반도 평화, 합리적인 의사소통 등이었는데, 이런 가치관을 가지면서 헌신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다고 본다.

"10월 재보선, 의석수 하나 늘리는 게 목적 아냐"

프레시안 : 기존 정치권에 몸담았던 분들이 합류 의사를 밝힌다면?

금태섭 : 저희가 심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웃음). 뜻을 같이하면 함께할 수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과거 신당 창당의 선례를 돌아보면, 기존 정당에서 밀려난 이들이 이른바 '이삭줍기' 식으로 규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태섭 : 이삭줍기 식으로 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지 않나. '한 석이라도 늘려보자'는 게 목적이 아니고, 정치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의석수만 늘리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의 정치권에 몸담았던 분들도 뜻을 같이한다면 함께 할 수 있지만, 이삭줍기 식의 세력 규합으론 성공하기도 어렵고, 과거 경험으로도 다 실패로 끝났다.

프레시안 :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일부가 안철수 의원과 뜻을 같이하겠다고 나선다면, 함께 할 의사가 있나?

금태섭 : 제가 거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특별히 필요에 의해 누구에게 (합류를) 권유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원론적인 얘기지만 생각을 같이하면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오는 사람을 막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이른바 '옥석 구분'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금태섭 : 저희와 함께 하는 것이 무언가 보장되는 길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의 이해만 생각하는 분들이 과연 오겠냐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보면 헌신을 요구하는 길이지,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다. 그런 분들보다는 정말로 (새 정치에) 기여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새 정치'에 대한 비판, 겸허히 수용"

프레시안 : 이제까지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정치 행보에 대해 말을 아껴온 것에 비춰본다면 이번 '독자 세력화' 발언은 상당히 확고한 자신감의 표명으로 들린다. 노원병 선거 결과에 대한 성공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그런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득표율 60.5%'를 독자 세력화가 가능한 유의미한 수치로 보나? 같은 지역에서 노회찬 전 의원도 통합진보당 간판(현재는 진보정의당)으로 57.2%를 얻었다.

금태섭 : 대단히 큰 의미 부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수도권 재보선에서 야권 후보가 60%가 넘는 득표율을 얻은 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노원병 얘기가 나왔을 때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어느 정도의 표를 가져갈 것이고, 그래서 어려운 선거라는 얘기도 꽤 나오지 않았나. 어쨌든 그런 기존의 정치구도를 깨고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고 노원병 선거에서 이겼으니 앞으로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고, 사람만 모으면 된다고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안 의원이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고, 본인에 대한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겠다고 나선 것이다. 만약에 노원병 보선에서 떨어졌다고 해도 움직였을 거라고 본다. 물론 지금보다 여론의 관심도 훨씬 적겠지만, 주춧돌을 놓는 심정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온 계획은 지난해 대선 이후 정치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지, 노원병 선거에서 이겼다고 나온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 외부의 싱크탱크 구성 작업은 어느 정도 진척됐나?

금태섭 : 제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진전이 되고 모양이 갖춰지면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정치를 하려면 사람도 필요하지만 내용 생산도 필요하다. 또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고, 그 구심점이 필요하다. 가능한 빨리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해부터 계속 나오는 얘기가 '도대체 새 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어떻게 보면 가혹한 측면도 있지만, 결국 '새 정치'의 내용을 채우는 것 역시 정치 주체의 몫 아닌가.

금태섭 :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용이 물론 있어야 한다. 지난 대선 때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적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변명을 하자면 어쩔 수 없었다는 수백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정치인은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충분한 준비를 갖췄었느냐고 자문한다면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새 정치가 뭐냐', '(안철수의 새 정치는) 3대 수수께끼'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이런 지적을 겸허하게 듣고 있다. 저 역시 새 정치에 대해서 설명하라면 한두 시간은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제도나 내용을 갖고 말씀드려야 했는데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대선 정책 자료집을 내놓고 많은 전문가들이 정리해서 내용을 가다듬었지만, 그런 작업은 계속 필요하다고 본다. 그 총합이 새 정치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아직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프레시안 : 최근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정치인에게는 이른바 '핵심 테제'가 있어야 하는데, 안철수 의원에겐 아직 찾지 못했다"고 평했다. 굳이 '새 정치'라는 용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정치인 안철수'의 핵심적인 테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금태섭 : '새 정치'라고 하면 무언가 새로운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합리성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정치에 대한 반발로 안철수 현상이 생긴 것이지, 안철수 의원이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들고 나와 제시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의 임무는 국민이 염증을 느끼는 기존 정치의 틀을 깨는 것이고, 그 염증의 핵심이 바로 정치권의 '편 가르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으로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데 서로 편 가르기를 하고, 선거 결과가 나오면 5년 동안 한 쪽은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죽일 듯이 비판하면서 5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이런 편 가르기를 깨달라는 열망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고, 그게 새 정치로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일단 안철수 의원이 밝힌 계획은 "사람을 모으는 것"인데, 큰 틀의 가치와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을 모은다고 해도 일단 '새 정치'의 내용이 먼저 채워진 다음에 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모아야 하지 않나. 선후관계가 뒤바뀐 게 아닌가?

금태섭 : 지금의 리더십은 한 사람이 산업화나 민주화 같은 기치를 들고 이를 나머지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현상 역시 어떤 테제라기보다는 일종의 방법이나 태도를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편 네 편 따지지 말고 옳은 게 있으면 함께 하자', '편 가르기 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가자'. 그런 '방법'에 동의한다면 내용은 사람들이 모여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함께 채우는 것이지, 한 명의 리더가 무엇을 전부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사실 역대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들을 보더라도, 정치 지도자가 어떤 '테제'를 내세우기보다는 일종의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도 실용주의를 내세웠는데, 실용주의가 '목표' 자체는 아니지 않나. 일종의 방법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야당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안철수 의원이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목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 되고, 안 의원 본인도 자신이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프레시안 : 안철수 의원의 그간의 말과 행보에 비춰볼 때, 이른바 '선한 정치'에 대한 강한 순수성과 의지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정치현실이 선한 의지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지 않나. 이제까지 말했던 '합리성'이나 '편 가르지 않는 정치' 외에 안철수 독자 세력화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선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선한 정치'가 세력화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금태섭 : 안철수 의원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정치란 결과로 얘기하는 것이다. 패배한 사람의 마지막 변명이 "사실 내가 옳았다"라는 건데, 그건 변명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의원도 걸어온 길을 봐야 하는데, 벤처 붐 당시 많은 기업이 무너져 갈 때 이만큼 성과를 이룬 것 아닌가. 선한 마음만을 갖고 사업이 그렇게 될 수는 없다. 안철수 의원 스스로도 "인상이 순해서 사람들이 내가 순한 줄 안다"고 하더라. (웃음) 사실 안 의원 뿐만 아니라 모두가 마찬가지다. 우리가 선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성공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때로 부딪히면서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다.

"'안철수 세력'이 강해져야 민주당도 강해진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에서의 파트너가 민주당이었는데, 안 의원이 독자 세력화를 모색한다면 상당 기간 민주당과의 경쟁 관계를 염두에 둔 것인가?

금태섭 : 그렇게 되지 않겠나. 기본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정권을 잡고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유권자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인데, 그러자면 당연히 경쟁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민주당에) 반대하거나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과 단일화를 논의했던 이유는 각각 나가면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통된 가치를 지닌 게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는 상당 부분 공통된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를 했지만, 방법 면에서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런 면에서 향후 경쟁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선거에 있어서 경쟁 관계는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는데, 지난 노원병 선거와 마찬가지로 10월 재보선에서도 기계적인 단일화 거부 방침은 여전히 유효한가?

금태섭 : 많은 분들이 민주당이 잘 못했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이 4월 재보선에 출마할 수 있었고, 지금과 같은 활동 공간이 열렸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지난해 대선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그런 식의 관점이라면 결국엔 우리가 망하게 될 것이다. 강한 여당이 있어야 강한 야당이 있는 것처럼, 민주당이 잘하고 우리도 잘해야 길이 보이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당과 우리가 이른바 '짬짬이'를 하면서 우리가 출마할 곳은 그 쪽이 빠지고, 그쪽이 출마할 곳은 우리가 빠진다면 결국 2인자 자리를 놓고 싸우는 두 개의 군소정당, 혹은 군소 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하나의 선거구에) 동시에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반대로 경우에 따라선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건가?

금태섭 : 노원병 선거의 경우 민주당이 출마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화라고 할 수 없다. 그런 형태라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지난번 대선처럼 협상을 벌여서 (단일화를) 할 것 같진 않다.

프레시안 : 최장집 교수는 자칫 담합 구조로 변질될 수 있는 양당제 질서에 균열을 내는 제3정당의 출현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안 의원이 이런 역할을 해주길 당부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이런 외부의 조언은 어떻게 검토되고 있나?

금태섭 : 아까 민주당이 강해야 우리도 강해진다는 것처럼, 우리가 세력화되고 강해질수록 현재의 기성 정당들도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좀 더 발전된 형태로 갈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 지지자 분들 중에선 야권이 어쨌든 민주당 중심으로 가야 하고, 그래서 우리를 경계하는 분들도 있다. 우리가 커지면 민주당이 약해질 것이고, 이른바 '파이'가 줄어든다는 우려인 것 같다. 저는 그게 민주당을 지켜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장집 교수 말씀도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지역에 따라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누가 나와도 당선되는 지역이 있는데, 그로 인해 오히려 (지역이) 변화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우리가 나오면 그런 부분이 조금은 없어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 : 호남이 야권 정계 개편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호남 지역은 어쨌든 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곳인데, 민주당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라도 안 의원이 호남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겠나?

금태섭 : 어느 지역이나 중요한 것은 마찬가진데, 호남에서 강한 지지를 보내주시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호남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항상 현명한 선택을 많이 하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 가장 피해를 많이 보기도 했다. 민주화 세력이나 야당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계속 보내주셨는데, 과연 그 지지를 받은 사람들이 보답을 했었느냐는 의문도 든다. 당연히 저희도 호남지역에서 보내주시는 기대에 부응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얼마 전 진보정의당을 탈당한 강동원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함께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금태섭 : 그 분 나름대로 중요한 결정을 하신 것인데, 저로서는 그 결정에 대해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

프레시안 : 대선 이후 지금까지 민주당의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금태섭 : 최근 지도부도 바뀌었는데 잘 하실 것이라고 기대하고 진정으로 그러길 바란다. 다만 대선 이후 민주당이 한 번도 이슈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지난 대선 패배도 그렇다.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실정을 많이 했는데도 야당이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막판에 민주당이 내세운 대안이 안철수였다. 안철수가 도우면 된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초기의 인사 문제부터 시작해 민주당이 한 일이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이번 윤창중 사건도 그렇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비판만 했다. 저도 정치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프레시안 : 김한길 체제에 대해선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나?

금태섭 : 새 지도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계시니 변화하지 않겠나. 제가 민주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굳어있는 모습도 많았는데 지도부가 바뀌었으니 여러 변화가 있지 않겠나. 비판적인 의견도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변화하다 보면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보궐선거 당시 노원병 출마 논란이나, 이번 상임위원회 배정을 놓고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것을 과감히 던지고 도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금태섭 : 비판을 하자면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자신의 것을 매번 던지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안철수 의원이 지난 선거에서 등록한 재산이 1000억 원이 넘었는데, 원래대로라면 2000억 원이 넘는다. 사실 벤처기업 해서 어렵게 성공한 사람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정무위 주식 백지신탁 문제도, 회사를 만든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 있다. 주식을 백지신탁하게 되면 곧 팔게 되는데, 보안업체인데 자칫 외국기업의 소유가 될 수도 있다.

또 노원병에 출마한다고 하니 모든 것을 던지지 않았다고 비판이 많았는데, 정치인이 때론 자신을 던져야 하지만 결과에 대해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많은 분들이 했던 얘기가 부산에 출마하란 것이었는데, 부산에 가야만 하는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면 질 때 지더라도 갈 수 있다. 그런데 일단 왜 부산에 출마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텃밭에 가서 싸우라는 것인데, 국민들이 안철수 의원에게 기대하는 것이 '야권 세 불리기 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았나. 여야 의석 중 야권 의석 하나 더 늘리라는 요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부산에 출마해 패배하고 나서 "나는 어려운데서 모든 것을 다 했으니 할 일은 다했다"고 할 수 있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철수 의원에게 기대와 지지를 보내는 이들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물론 정치를 한다고 나선 이상, 정말로 자신의 것을 던져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현명하게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대선 후보 안철수, 휴식기의 안철수, 국회의원 안철수를 모두 옆에서 지켜봤다. 어떻게 진화했나?

금태섭 : 옆에서 지켜보기론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폭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방면에 대해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지 않았나. 그렇게 양적으로 경험을 늘려가는 과정을 대선 후보 시절 거쳤다면, 결국 대선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더 깊어진 것 같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흔한 비판 중 하나가 실패를 모르고 살았다는 것인데, 대선을 경험하면서 정말 처절하게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실패의 원인을 짚어보면 사실 우리도 오만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뭘 해도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었으니,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대선 실패 후 지역 선거에선 한 명 한 명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악수했다. 물론 안철수 의원의 인지도는 높지만, 그 차가운 반응도 많이 겪지 않았겠나. 그런 경험으로 인해 많이 변화했다는 것이 느껴지고, 그 경험이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정치인 안철수'가 두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진화의 과정이 있었다면, '안철수 현상'은 어떤가? 지난해 대선 당시와 현재를 비교한다면?

금태섭 :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발이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낳지 않았나. 그래서 비판적으로 보는 분들은 '메시아를 기대하냐'고 하는데, 안철수 의원 본인이 메시아 행세를 하거나 주장한 적은 없지만 어떻게 보면 저희도 그런 기대에 약간 편승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대선을 통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확인됐다고 본다. 어떤 면에선 대선 과정에서 저희가 내용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방어적인 부분도 있었다. 언론을 상대할 때도 선거에 나섰으면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고 쫓아다녔어야 했는데, 내용이 부족했던 게 있었기 때문에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을 뼈저리게 겪었기 때문에 이제 하나씩 준비를 하고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떻게 보면 지지하는 분들이나 우리나 더 현실적이게 된 것 같다.

프레시안 : 말씀하신대로 안철수 현상이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태동된 것이기 때문에, 안철수 의원이 대중의 반(反)정치 정서에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의원 정수 축소 같은 정치 개혁안이 그런 비판에 더욱 힘을 싣기도 했다.

금태섭 : (의원 정수 축소에 대한)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하나하나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국민이 불러서 나온 것이지만, 그 이후론 안철수 의원 본인이 뛰어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표를 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이제 안철수 의원 자신이 정치인인데, 어떻게 반(反)정치가 있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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