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독자 세력화 의지를 밝힌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영·호남을 잇따라 방문한다. 안 의원은 17일 오전 고향인 부산 범천동을 찾은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그는 이어 곧바로 5·18 기념식 전야제가 열리는 광주로 이동한다. 봉하마을 방문과 5·18 기념식 참석은 모두 상징적 의미가 크다.
광주 방문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본격적으로 안풍(安風)을 점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가 안 의원에 하루 앞선 16일 광주로 이동해 소위 '광주 선언'을 발표한 것은 안철수 바람을 차단코자 하는 의도가 강하다. 최근 호남권에 '안철수 바람'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5·18 기념식은 민주당과 안 의원 사이의 호남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반면 안 의원의 봉하마을 방문에는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안 의원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4주기를 앞둔 상황에서 고향 부산에 가는데 참배를 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향 가는 김에 예의차 봉하마을 방문 일정을 잡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노무현 지지층'을 보듬기 위한 행보로 본다. 안 의원은 대선 출마선언 직후인 지난해 9월에도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바 있다. 당시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친노 껴안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안 의원이 스스로를 '범야권'으로 자리매김한 이상,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건 당연한 과제다.
정기남 전 안철수 캠프 비서실 부실장은 "(봉하마을 방문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보통 사람이 주인이 되는 그런 세상을 꿈꿨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며 "서민의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안 의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런 비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목표라고 본다"고 한 방송에서 말했다. '노무현 정신'의 계승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호남권과 비교해 영남권에서의 행보는 정면돌파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4주기 추도식은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다. 안 의원의 일정은 일주일가량 앞서 있다. 안 의원은 23일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긴장관계에 있는 친노 인사들과 추도식에서 대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리 참배를 마치려는 게 아니냐고 해석한다.
친노 인사들이 주도하는 추도식에 안 의원이 참석할 경우 정치적 해석이 확대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안 의원은 친노 진영과 적잖은 갈등을 겪었고, 지난 3월 귀국을 전후해서도 단일화 뒷얘기를 놓고 친노 인사들과 진실공방을 벌이는 등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노무현 정신'이 아닌 '노무현 세력'과의 관계는 아무래도 껄끄럽다.
결국 봉하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안 의원의 동선엔 전략적 목표가 드러난다. 영남권에선 당분간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테지만, 호남에선 민주당과 진검승부를 벌여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 흥미로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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