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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창조 경제', 복지국가가 충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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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창조 경제', 복지국가가 충분조건이다!

[복지국가SOCIETY]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패러다임 전환의 기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취임식에서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러한 국민 행복 시대를 열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 '창조 경제'다. 그런데 창조 경제가 무엇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장관이나 여당 국회의원들이 한마디씩 해석을 내놓지만 모두 제각각이고 뜬구름 잡는 식이어서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그래서 지난 4월 3일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창조 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창의성을 우리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 기술과 ICT(정보 통신 기술)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창조 경제는 여전히 공허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무관심하다. 정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창조 경제의 핵심을 미래창조과학부 중심의 과학 기술 및 ICT에 두고 좁은 시야로 창조 경제를 협소한 곳에 가두는 식의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역대 정부에서도 과학 기술과 ICT를 강조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고, 연구 개발비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 박근혜 대통령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난 4월 22일 청와대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우리나라의 2011년도 연구 개발비는 50조 원으로 GDP의 4.03%인데, 이는 이스라엘의 4.26%에 이어 세계 2위다. 연구 개발비의 절대 금액도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다. 과학 기술과 ICT 발전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현 정부의 굳은 의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겠으나, 이는 지금까지 해오던 것이고 당연한 것이라서 새롭게 국민적 지지를 끌어낼 아무런 감동이 없다는 게 문제다.

박 대통령의 창조 경제 설명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과학 기술과 ICT가 아니라 '창의성'이다. 우리나라는 양극화의 심화와 함께 창의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15년간 지속된 시장만능주의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은 양극화되었고, 이는 일자리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그래서 10%의 좋은 일자리를 놓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높은 임금과 완벽한 회사 복지를 제공하는 10%의 좋은 일자리를 앞다투어 선택한다. 여기서 실패한 90%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 트랙에 갇혀 삶의 희망과 생기를 잃어간다. 창의성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높아지는 법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간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일자리 간 격차의 핵심은 임금과 복지의 격차이다.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는 임금이 높고 복지도 완벽에 가깝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는 임금이 대기업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고 회사 복지는 거의 없다. 사람마다 적성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르므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자영업이든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전체적으로 창의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적성이나 하고 싶은 일과 무관하게 입시 교육의 성적 순서대로 10%의 좋은 일자리를 선택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높은 임금과 복지가 보장되고 직업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의사나 판사가 된다면, 이는 본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에도 반하는 것이다. 여기서 창의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제조업, 농업, 서비스업, 관광과 의식주 문화 등 모든 산업 분야와 직종에서 창의성이 요구된다. 창조 경제가 성공하려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도전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 사회라야 한다. 이게 복지국가다. 먼저 보편적 복지를 통해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의 사회 서비스와 소득 보장을 위한 사회보험 혜택을 누구나 누릴 수 있고, 직업 교육과 평생 교육을 포함한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으로 누구나 원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회사별 복지는 국가의 보편적 복지로 대체되고, 복지의 격차는 없어진다. 다음으로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적극적 산업 정책과 대기업의 불공정과 횡포를 방지하는 경제 민주화 조치가 긴요하다.

복지국가는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통해 높은 수준의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축적한다. 여기서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패자부활의 제도적 조건 덕분에 실패해도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새로운 꿈을 찾아 인생 이모작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나라는 곳곳에서 창의성이 분출된다. 결국, 복지국가라야 창조 경제가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박 대통령이 말한 '패러다임의 전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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