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박영선 "어떻게 이런 기사를 쓸 수 있는지…"

국회 법사위 오후 회의 열자마자 정회

국회 법사위가 오후 회의를 열자마자 정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여야 간사끼리 안건에 관한 조율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였지만 그보단 한 언론사의 보도내용이 박영선 국회 법사위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 이견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 하고 있는데 이것이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보이게끔 보도됐다는 것.

박영선 위원장은 30일 오후 법사위 회의를 열자마자 신상발언을 통해 "<문화일보>가 '법사위가 당 지도부냐' 의원들 부글부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법사위원장이 잘못해서 법이 통과 안 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며 "위원장이나 민주당에서 발목 잡은 거는 하나도 없을 뿐더러 절충을 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기사를 쓸 수 있는가"라고 분노했다.

그는 "새누리당 의원끼리 서로 조율이 안 돼서 도와드리고 있는데 민주당 법사위와 위원장이 잘못돼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됐다"며 "이거는 굉장히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할 순 없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너무 흥분할 필요가 없다"며 "우린 이거보다 더 심하게 하도급법 관련, 우리가 발목 잡기하는 식으로 <한겨레>와 <경향>에 보도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 보도된 내용은 박영선 위원장을 대고 한 게 아니다"면서 "새누리당 내에서 나온 이야기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정회를 하는 건) 일방적으로 (민주당이) 피해를 당할 순 없기에 점심시간 동안 양당 간사간 조율을 부탁했지만 여전히 조율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조율이 안 됐으면 진행을 하지 않겠다"고 정회를 선포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29일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이 법사위원장과 면담하고 '경제민주화법'과 관련한 재계 측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면담요청이 거부당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경제 5단체로부터 법사위 방문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전경련에서는 연락도 없이 와서 법사위원장이나 야당 법사위 간사가 안 만나 준 것처럼 언론플레이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본다"며 이 같이 밝혔다.

민주당 "당 지도부가 합의한 걸 왜 개인이 막나"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의원 간 이견으로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입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논의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민주통합당 전해철 의원은 "현재 다루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그간 6인 협의체와 원내협의단이 수많은 협의를 거쳐 논의했다"며 "그런데 그 협의를 다 생략한 채 다시 논의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오히려 정부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야당이 지지하고 여당이 반대하는 모양새"라며 "그동안 임시국회 때 해오던 경제민주화의 큰 뜻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건데,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친이계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만나 합의된 것을 왜 한 개인의 뜻으로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국회 법사위는 오전 회의에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표적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꼽혀온 이 법안이 진통 끝에 여야 합의로 법사위의 문턱을 넘으면서 4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될 전망이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로 하도급법 개정안을 의결, 본회의로 넘겼다. 법사위는 29일 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재계 등의 반발과 이에 따른 새누리당의 제동으로 불발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