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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민주화 후퇴, '가이드 라인'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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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민주화 후퇴, '가이드 라인' 뭐길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놓고 여권 내서 갑론을박

새누리당이 지난해 총선부터 약속해온 경제민주화 법안이 또 다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재계의 반발이 거센데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대기업 옥죄기'에 우려를 표시하며 여권 내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집권 이후에도 여전히 '박심(朴心)' 앞에 당이 무기력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기획재정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경제민주화는 어느 한 쪽을 누르고 옥죄는 게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15일 "경제민주화 법안 중 (대선)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인 셈이다.

'입법 가이드라인 제시'로 들릴 만한 발언도 했다. 복수의 참가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을 언급하며 "(내) 경제민주화 공약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예전보다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며 "그보다 더 많이 나가는 것은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 잘 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사실상 '나의 대선 공약을 넘어서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경제민주화 입법을 책임지는 소관 상임위원들의 면전에서 국회의 입법 권한을 침해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이런 '우려 표시' 이후 새누리당의 기류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당장 이날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대기업 계열사의 부당 내부 거래(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없이 회의가 끝났다. 경제민주화 법안이 본격적인 입법 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대통령까지 가세한 속도 조절론에 입법의 1차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여권 내부에서조차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의 핵심으로, 재계가 "과잉 규제"라고 격렬히 반발하면서 당내에서도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언급한 이후 속도 조절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당시 박 대통령은 '무리한 법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재벌 총수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라는 것이 정치권과 재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여기에 원내 협상을 책임지는 이한구 원내대표마저 "인기영합주의적"이라고 경제민주화 법안을 싸잡아 비판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고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까지 나서 "지금은 경제위기 국면이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는 일단 뒤로 미뤄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면서 국회 논의가 더욱 지지부진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김 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지목해 "대기업의 과거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안 된다"며 "과거 벌어진 일까지 세금을 매기면 기업들이 불안해서 제대로 된 투자나 경영을 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는 것은 기업이 입증하도록 한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선 "증거도 없이 사람을 잡아놓고 도둑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소속 개혁 성향 의원들을 주축으로 당내의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아, 향후 이들의 목소리가 세력화돼 당청 관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실모 소속 남경필 의원은 전날 17일 "경제민주화가 기업을 죽이고 경제를 악화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미리 선을 긋거나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부인하면 상임위의 토론과 타협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도부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종훈 의원도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 실천이 후퇴하면 집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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