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9일 노조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이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진주의료원을 찾아 '의료원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홍 지사의 '고집'으로 꽉 막혀 있던 진주의료원 사태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진 장관은 이날 진주의료원에서 직원들과 자리를 갖고 "갑자기 내려온 것은 진주의료원이 정상화돼서 지방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라며 "지방의료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는 회사에서 정상화 대책을 찾아야 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는 계기가 필요한데 그런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왔다"며 "갈등이 너무 증폭되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늘기 때문에 갈등을 줄여가고 빨리 해결하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진주의료원 문제는 우리나라 공공의료 전반의 문제를 함축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에서 이런 문제를 검토하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노조와 직원 등으로부터 좋은 얘기 많이 듣고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홍준표 지사와의 면담에서도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경남도에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 주길 바란다"며 노조 측과도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도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정부 집권 초기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지방의 일로 중앙에 부담을 드려서 죄송스럽다"며 "노조 측과의 대화 부분은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을 창구로 해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 해결 의지는 밝혔으나…
그간 진주의료원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친박계 진 장관의 진주의료원 방문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수습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도 진주의료원이 최악의 상황, 즉 폐업이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청와대 이정현 정무수석은 10일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진주의료원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진주의료원 사태) 조정에 있어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에서 이번 사태에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아 향후 사태가 제대로 풀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방의료원 설립 및 운영, 폐업에 관한 내용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정관이나 조례에 전적으로 달려 있어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권한에 간섭하기는 어렵다.
경남도의회는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임시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을 위한 조례개정안을 처리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진주의료원은 없어진다.
결국, 중앙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재정지원을 통하는 길 밖에 없다. 홍 지사가 이날 진 장관과의 면담에서 "만약 중앙정부가 예비비 등 5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해 준다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다른 지방공공의료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이날 홍 지사와의 면담을 마친 뒤 진 장관은 기자들에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대화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관의 권한인 업무개시 명령에 대해서는 "업무개시 명령으로 해결될 수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대화를 해야 되는 시점이라 생각해서 왔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을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정안은 진주의료원 폐업과 같이 지방의료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설립과 폐업 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협의와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라며 "15일~1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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