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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독 안에 든 쥐…심장부를 때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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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은 독 안에 든 쥐…심장부를 때리겠다고?"

[인터뷰] 남재희 전 장관 "박근혜 정부 '절대적 안보관' 걱정된다"

"통합진보당 기관지 <진보정치>의 남북관계 기사는 이론적으론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정서에 부합하려면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한림대 총장을 지낸 이상우 씨의 주장을 보니까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남한 종북세력들이 북한 추종 정권을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리적 비약이다."

좌와 우를 넘나들었다. 북한에 대한 비판이 없는 좌파의 요령부득을, 모든 걸 '종북 마녀사냥'으로 수렴시키는 우파의 단순 논법을 비판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제임스 레이니의 기고가 실린 2003년 <포린 어페어스>를 직접 들고 왔다. 북한의 안보를 보장한 상태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게 레이니 주장의 핵심. 10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가 최악의 위기로 치닫는 국면에서도 해법은 같다는 게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의 생각이다.

3차 핵실험부터 개성공단의 폐쇄까지, 북한이 취한 일련의 조치를 "비명"이라고 했다. "독 안에 든 쥐"가 지르는 비명이라는 것이다. 쥐 잡는 게 능사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쥐 잡기'는 성공할 리 없다. 해법은 하나다. "독 안에 든 쥐에게 '내뺄 구멍'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평화조약이다. 평화조약을 통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

남 전 장관의 비유에 따르면 "북한은 권총 든 강도"다. 그러나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해야 협상을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접근은 "권총 치우면 돈 줄게"라는 허무맹랑한 논리였다. 그래서 실패했다. "권총을 치우는 절차와 안전 보장 잘차, 원조 절차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고 국제적인 수준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시험대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다를까? 직접적인 평가는 미뤘다. 그러나 북한이 지르는 비명에 고위 관료들이 보이는 "너희들의 심장부를 때리겠다"는 식의 태도는 위험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반공 보수의 힘"이 강한 국내 정치 지형에서 대담한 행보는 쉽지 않다고 봤다.

다음은 남재희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와 임경구 정치팀장이 진행했다.

"북한의 협박? 위협 아닌 비명으로 들려"

▲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 핵 실험 이후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선 4월 말 독수리 훈련이 끝날 때까진 대치 국면이 풀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고,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남재희 : 일단 독수리 훈련이 4월 말까지 계속된다. 걱정되는 것은 이제까지 패턴을 보면 북한이 훈련 기간엔 보통 '협박'을 하다가, 훈련이 끝난 뒤에 일을 저지르지 않았나. 훈련 때는 서로 팽팽하게 대치중이니 말만 세게 하지 뭔가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일단 훈련이 끝나면 군사동원 체제가 이완되지 않나. 그 때 주로 일을 꾸며왔다. 물론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걱정되는 부분이다.

최근 키 리졸브 등 훈련을 보면 동원된 무기가 어마어마하다.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등 항공모함만 빼고 엄청난 최첨단 무기가 동원됐다. 북한과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다. 어떻게 보면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과 소인의 대결 국면인 셈이다. 북한이 지금 저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군사 훈련이 진행되는 중에 가만히 있으면 말 그대로 기죽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 아닐까. 자기들 나름대로는 죽지 않기 위해 강하게 떠들어 대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최근 북한의 목소리가 위협으로 들리지 않고 비명으로 들린다. 알맹이 없는 비명인 셈이다.

프레시안 : 우리 정부가 취해야할 태도는 무엇인가?

남재희 : 40년 전에 헨리 키신저의 안보 세미나를 1년 정도 들은 적이 있다. 키신저 못지않은 군사외교 전문가인 스탠리 호프만의 전쟁론 강의도 1년 정도 들었다. 그 때 들었던 내용 중 아직 유효한 것은, 한 쪽이 절대 안보를 추구하면 상대방은 필연적으로 절대적인 불안정 상태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건 평화의 조건이 아니다. 평화의 조건이 마련되기 위해선 상대적인 안보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국가안보실장부터 경호실장, 국가정보원장까지 전부 육군 참모총장 출신들을 쫙 깔아 놨다. 군인들은 아무래도 절대적 안보를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외교관들이 비교적 상대적 안보관을 갖고 있는데 반해 군 출신들은 절대적 안보 개념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이다.

프레시안 : 남북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데 국내 정치는 안보 문제에 있어 여전히 이념적 대립이 강한 것 같다.

남재희 : 얼마 전에 통합진보당 기관지인 <진보정치>에서 남북관계 관련 특집 기사를 냈다. 읽어보니 이론적으론 틀린 애기가 아닌데,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려면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 문제는 빼놓고 안보 문제만 얘기했더라. 내가 박정희 정부 당시 언론사에 있을 때, 중앙정보부에 4번 불려가 두드려 맞았다. 그 당시 신상초라는 유명한 언론인이 있었는데, 한 번은 나를 술집으로 부르더니 "당신이 하나 잊은 게 있다"고 했다. 박정희 정부를 비판할 때는 때로 불필요 하더라도, 우선 김일성 체제를 먼저 비판한 뒤에 박정희 정부를 비판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안 다친다는 것이다. 논리적 연관성이 떨어지더라도 김일성 체제를 먼저 비판하면 일종의 '보호 장치'가 된다는 얘기다. 내가 신 선배한테 "좀 더 일찍 알려주지 그랬냐"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진보진영의 논리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핵확산금지조약(NPT)를 얘기할 때, '핵을 이미 갖고 있는 나라들이 다른 나라에선 핵무기를 보유 못하게 하는 강대국의 논리'라는 식이다. 맞는 얘기다. 엄밀히 말하면 깡패 논리다. 그런데 현실이 그런데 어쩌겠나. 센 놈한테 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닌가.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하더라도 수긍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파의 시각 역시 문제적이다. 한림대 총장을 지낸 이상우 씨가 최근 한 주장을 보니까,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한국에 친북 내지 종북 세력들이 북한 추종 정권을 만들 것이라고 경고해 놨더라. 이상우가 누구냐. 이명박 정부의 이론적인 '갓 파더(God Father)'다. 그런 사람이 북한 핵 실험으로 '종북 세력에 의해 남한 정부가 뒤집힌다'는 논리를 펼쳤다. 논리적 비약이다. 균형 감각이 없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경제적으로 엉망이고, 쉽게 말하면 극악의 상태다. 그런데 이상우 씨의 주장처럼 친북 정권을 도모할 추종자가 과연 있겠나.

"독 안에 든 쥐 때려 잡자고? 빠져나갈 구멍부터 만들어줘야"

프레시안 : 현재 남북 관계의 상황이 반공안보 세력의 목소리에 상대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

남재희 : 제임스 레이니(전 주한 미국대사)가 2003년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보면, 논법이 크게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과 유사한 지점이 많다. 우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레이니는 '불가침 조약'이라고 하는데, 미국이 일단 북한의 안보를 보장한 상태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때(김대중 정부)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 때야 핵 무기 개발 초기 단계였지만 지금은 3차 핵 실험까지 했고…. 그렇지만 6자 회담이 됐든 뭐가 됐든 국제적 협의를 통해 일종의 안전 보장 장치를 해줘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은 비유적으로 '독 안에 든 쥐'이기 때문이다. 아까 북한의 현재 목소리가 비명에 가깝다고 하지 않았나? 독 안에 든 쥐가 비명을 지르는 거다. 이상우 식으로 말한다면 이번 기회에 이 독 안에 든 쥐를 몽땅 작살을 내자고 하는 거고, 극우 세력 쪽도 그런 논리 아니냐. 북침 통일, 흡수 통일, 이런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불가능한 얘기다. 중국이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 안에 든 쥐에게 일종의 '내뺄 구멍'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게 평화 조약이라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평화 조약을 통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면 반론이 나온다. '왜 망해가는 나라의 안보를 보장해 줘야 하느냐'는 거다. 그런데 보장을 해주지 않는다면 북이 중국의 '동북4성'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북과 합친다는 얘기가 아니라 일종의 괴뢰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6.25 전쟁 당시 모택동 아들까지 참전해 죽었는데, 그런 엄청난 희생을 치른 중국이 북한을 과연 미국의 군사기지로 넘겨주겠나.

서독이 엄청나게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임에도 통일 후 20년 동안 애를 먹었다. 그렇다면 동서독 통합에 있어서도, 동독을 먼저 경제적으로 개혁해 향상시키다 궁극적으로 통일을 하는 게 코스트(비용)가 더 적게 드는 것 아니겠나. 북한 역시 한 번에 망하게 하는 게 코스트가 더 적을까, 아니면 일단 개혁한 뒤 궁극적으로 통일하는 게 더 질서가 있겠나.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아직 어느 쪽이 좋을지는 모르겠다. 여하간 확실한 것은 현재 북한을 한 번에 확 망하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본다면 천상 이 독 안에 든 쥐에겐 내뺄 구멍을 만들어 줘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한심하게 잘못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뭘 해주겠다'는 식으로만 했다는 것이다. 협상의 논리상 핵 포기와 안전 보장은 동시에 진행을 해야지, 북한이 완전히 포기하면 보장하겠다는 건 협상이 안 된다. 그건 강도에게 '너 권총 치우면 돈 줄게'라는 것과 같은 논리다. 과연 어떤 강도가 자신을 지킬 무기가 권총 밖에 없는데 권총부터 치우겠나.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어떻게 운용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권총 치우면 돈 준다'는 식은 더 이상 안 된다. 권총 치우는 절차와 안전 보장 절차, 원조 절차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고 국제적인 수준에서 진행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강경론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협상엔 강온양론이 있을 수밖에 없고, 협박도 했다가 회유도 했다가 그러는 게 협상 아닌가. 다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기본적으로 동시진행형이어야 하고 국제적인 보장형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6자 회담 방식도 곧 다시 재개되리라 본다. 케리도 곧 온다는데, 존 케리가 거물급 국무장관 아니냐. 미안한 얘기지만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한반도가 아닌 미국이 갖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주도적, 한국은 종속적이라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의 변화부터 있어야 하지 않겠나.

"군사 분쟁 즐기는 미국, 북핵 문제 해결 의지 있나"

프레시안 : 협상 타개의 이니셔티브를 미국이 갖고 있다는 얘긴데, 실제로 1993년엔 카터가 방한해 경색된 남북문제를 풀기도 했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 1기를 돌아보면 미국이 북한 문제를 푸는데 소극적이지 않았나. 과연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에 대한 걱정도 있다.

남재희 : 물론 미국에겐 현재 이란과 북한 문제가 동시에 있고, 미국으로선 비중이 큰 게 북한보다는 이란이다. 이스라엘의 로비가 미국의 목덜미를 쥐고 있고, 여기에 꼼짝 못하는 게 미국 아닌가. 또 엉터리 같이 들릴 수 있겠지만, 미국으로선 군사 분쟁이 하나 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국방 예산도 계속 마련할 수 있는 거고, 만약 전 세계에 군사 분쟁이 단 하나도 없다면 오히려 미국 펜타곤이 싫어할 것이다. 일단 국방 예산이 깎이면 펜타곤과 밀리터리들이 펄펄 뛸 것이고, 의회를 꽉 쥐고 있는 군수산업체들도 펄펄 뛸 것이다.

물론 미국이 전 세계의 분쟁을 모두 해결하려고 하진 않는다. 하나쯤 두고 즐기는 것이다. 일종의 악마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얘긴데, 그게 군수업체가 뒷받침하고 있는 미국의 경기 유지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할지에 대해선 아직 물음표가 찍힌다.

프레시안 : 4월 말까진 독수리 훈련이 예정돼 있어 강대강 상승작용이 있을 것이고, 때문에 국지전 가능성도 자꾸 거론된다.

남재희 : 국지전까진 모르겠지만 연평도 포격도 있지 않았나. 국제정치이론에 'Madman theory(미치광이 이론)'라는 게 있다. '내가 미친놈이다' 이거다. 그게 국제정치에서 상당한 무기가 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그렇지 않았나. 또 그런 예측불허의 짓을 할지는 모르겠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김정은이 3차 핵 실험 이후 경제 발전에 매진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나?

남재희 :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나. 미국이 군사적으로 압박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한반도 문제 있어서도 이른바 역지사지가 중요하다. 브루스 커밍스가 논문으로 쓴 내용이지만, 6.25 전쟁 당시 미국이 북한에 투하한 폭탄량이 엄청나다. 쉽게 말하면 그 때 폭격으로 미국은 북한을 사실상 석기 시대로 돌려놨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잠재적 공포감의 기원이다. 북한은 지금 엄청난 공포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까도 '협박'이 아닌 '비명'이라고 했지만, 지금 북한은 공포에 떨고 있다. 스텔스기가 북한의 핵심부까지 칠 수 있다는 거 아니냐. 군사 연습이라는 게 사실 전쟁하고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군사 연습을 하다가 전쟁이 날 수 있는 거다. 북한 입장에선 군사 연습이 아니라 '전쟁 예비전'인 것이다.

얼마 전에 <이코노미스트>에 재미있는 서평이 실렸는데,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의 전기에 대한 서평이다. 이 서평에서 국제 문제도 잠깐 언급이 됐는데, 예컨대 소련이 핵 문제를 갖고 서방 국가들을 공갈했다고 하자. 그 때 서방국가들이 했어야 할 일은 일종의 '속아 넘어가 주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소련 측에 '패를 까보라'고 했다. 그러니까 당황한 소련이 진짜 핵 무장을 시작해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지금 '비명'을 지르며 핵 무기로 공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제스처 인데, '이 나쁜 놈들아, 패 까봐!'라고 덤빌 경우 진짜로 그 쪽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 때로는 겁나는 척, 져주는 척도 하는 게 게임의 논리인 것이다. 북이 지른 비명을 두고 '너희의 심장부를 때리겠다'는 태도는 상당히 위험하다. 악순환이 상승 확대가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북 정책, 이명박 정부보단 낫겠지만…"

프레시안 : 북한의 현재 움직임이 체제에 대한 '비명'이라면 우리 정부에서도 거기에 맞춘 적극적인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가 '핵무기 폐기'와 '북한의 안전 보장'을 맞바꾸는 협상을 할 수 있겠나? 미국 입장에선 이명박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소통의 여지가 많다고 판단할 수 있지 않겠나?

남재희 : 속단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고 해도 국내 정치 지형과 역학 관계도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석기, 김재연 등을 국회에서 제명하려고 하는데, 제명안을 추진하려는 그 힘, 그게 바로 무시 못할 반공보수의 힘이다. 설사 박근혜 대통령이 온건하게 대북 문제를 풀어갈 의지가 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반공보수가 과연 그것을 허용하겠나. 이 기회에 북한을 때려 부수자고 하는 사람들인데, 아예 그들은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 아니냐. 이명박 정부보단 낫겠지만 대담하게 해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안철수, 야권의 '소성주' 정도는 하겠지만…"

프레시안 :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좀 넘었지만, 인사 파행 등으로 벌써부터 대통령의 국정 운영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남재희 :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카리스마가 없다. 아버지의 후광이 더 크지,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창출한 카리스마가 없는 것이다. 창조경제에 관련해서도 당에서도 들고 일어나지 않나. 새누리당도 (창조경제의 개념을) 모르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알겠나. 한 달 남짓 밖에 안 돼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고갈되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당과의 관계도 그렇다. 너무 당하고 밀착해도 대통령이 실패할 수 있지만, 너무 멀어도 실패한다. 균형 유지가 중요한 것이다. 견제하면서 (의견을) 들어주는 게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의 핵심인데, 지금 보면 박 대통령이 당을 너무 소외시킨 것 같다. 보석을 대통령 혼자 움켜지고, 전혀 공유하지 않는 모습이랄까.

프레시안 :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치권에 복귀했다. 4.24 재보선을 기점으로 야권의 정계 개편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보나?

남재희 : 소(小)성주 정도는 하지 않겠나. 안철수라는 핵을 중심으로 이합집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압도하는 핵이 될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민주당을 압도한다는 건 안철수가 야권을 주도한다는 얘긴데, 그렇게까지는 안 된다고 본다.

일단 안철수가 국민의 정치혐오증을 탄 것은 분명한데, 혐오증을 타개할 만한 테제를 내놓지 못했다. 정치라는 건 테제 설정을 잘 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다. 한계가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치권에선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 심사 논란이 한창이다. 어떻게 보나?

남재희 : 검찰에서 무혐의가 나오지 않았나. 그럼 끝나는 건데, 그걸 제명한다? 일단 종북이란 개념은 법률적 개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치학적 개념도 아닌 애매모호한 것이다. 누구를 뒤집어 씌울 때 쓰는 전형적인 마녀사냥 아닌가. 우리 정치권이 종북이란 마술방망이를 이젠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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