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반기문 외교장관의 후임 장관 인선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외교안보라인 전체가 아니라 반 장관의 빈자리만 일단 먼저 메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 장관이 19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11월 1일 유엔사무총장 인수팀을 구성하고 15일 뉴욕으로 들어갈 예정"이라며 포괄적으로 거취를 표명한 이후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언제까지 후임 장관을 임명하겠다는 말씀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안보라인이 아니라 외교부처만 먼저 인사"
윤 대변인은 '청문 절차 등을 감안하면 곧 바로 후임자가 결정돼야 외교부 장관 공백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꼭 이달 내로 장관을 임명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일부 관계자들 역시 "11월 중순 쯤에 외교안보라인 윤곽이 결정될 것"이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당초 윤곽이 드러났던 노 대통령 임기 후반기 외교안보라인 라인업이 북핵 실험에 의해 헝클어져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청와대는 일단 외교부 장관만 먼저 인선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교체 폭이 외교안보라인이 아니라 외교부처로 한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 (SCM)를 마무리 짓는 윤광웅 국방장관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에서도 헛다리를 짚은 김승규 국정원장도 인사요인이 있지만 '일단 좀 더 있어 보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한편 "외교부처만 먼저 교체한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자리 맞바꿈 식이 될 경우 연쇄적인 인사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핵 실험 이전만 해도 0순위였던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옮겨가면 청와대 안보라인 개편 역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도 이 관계자가 답을 피했지만, 이미 무게추가 '외교부처만의 인사' 쪽으로 기울어진 점을 감안하면 "송민순 안보실장은 청와대에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민순이냐 유명환이냐, 아니면 제3의 인물이냐
반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출마했을 때부터 예견되었던 외교장관 인사는 송민순 안보실장을 축으로 수 차례 롤러코스터를 탔다. 북핵실험 직후 이유야 어떻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인사를 장관으로 영전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며칠 만에 여당을 중심으로 "송 실장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외교부 주위에서는 '송민순 실장, 유명환 제1차관 둘 중에 하나다'는 하마평이 떠돌고 있다.
한편 외부 인사 발탁 시 유력한 장관 후보로 꼽히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이날 중국 동방조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핵무기 보유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으며 1차 핵실험 결과가 어떻든 동기가 중요한 만큼 한국이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해도 문제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자문 국방발전자문위원 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분야 대외직명대사를 맡고 있는 문 교수는 "과거 한국이 PSI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분명한 증거가 없었으며 해상검문으로 인한 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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