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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겐 여섯 가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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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겐 여섯 가지가 없다

[김윤태 칼럼]<13> 추락하는 대통령의 신뢰

시작이 반이다. 박근혜 정부의 시작은 어떤가? 장관이 되려면 병역 면제, 탈세,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다시 돌고 있다. '위성미' 내각, '성시경' 내각이 회자되면서 국민대통합은 온데 간데도 없이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야당과 사전 협의도 없었고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를 무시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로 새누리당은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공약은 표류하거나 실종했다. 3월 18~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44퍼센트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링컨 리더십의 교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48일 동안 국정이 삐걱거렸다. 이렇게 여야 대화 채널이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이 독선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를 이끄는 정당 대표와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은 다르다. 대통령은 야당과 싸우는 자리가 아니다. 야당을 자기 논리로 설득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피 비린내 나는 남북전쟁에서 북군을 이끌던 링컨 대통령은 "항상 자비가 엄격한 정의보다 더욱 풍성한 결과를 만든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성격이 중요하다. 지도자의 인격적 겸양, 지혜로움, 관대함은 위대한 대통령을 만든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인격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리더십은 안에서 나온다.

미국 최고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링컨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며, 논리로 설득하거나 힘으로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노예제에 반대했지만, 노예제를 옹호하는 백인을 비난하지 않았다. 이러한 링컨의 태도 때문에 오히려 노예제 폐지론자의 비판도 받았다. 링컨은 항상 논쟁과 대결보다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추구했다. 지금 여야의 힘겨루기 대결은 당파적 이익을 중시하는 낡은 정치의 연장에 불과하다. 새로운 정치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민생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대통령은 정치권과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

▲ 지난 4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성공하는 대통령의 첫째 조건은 성격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학 행정대학원 교수는 <권력의 증인>(Eyewitness to Power)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조건으로 가장 먼저 대통령의 '성격'을 꼽았다. 대통령의 판단력, 지적 능력, 용기가 정부의 성패를 결정한다. 둘째, 정부의 정책 목표의 설정이 분명해야 한다. 셋째, 설득력의 힘을 가져야 한다. 넷째, 국민, 의회, 언론과 협력해야 한다. 다섯째, 취임 초기에 국정을 장악해야 한다. 여섯째, 유능한 참모를 두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이상의 6가지 요소를 모두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정치평론가들은 국정 지지율과 대중에 대한 설득력만 강조한다. 그러나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의회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김영삼 정부도 정권 초기에 인기가 높았으나, 결국 1997년 야당을 무시하고 노동법을 통과시켰다가 무참하게 실패했다. 대통령은 취임 즉시 국정을 장악하고 6개월 안에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발 빠른 행보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나를 따르라'라는 방식은 위험하다. 유연하고 성공적인 출발은 겉보기보다 훨씬 어렵다.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커다란 위기가 위대한 지도자를 만든다는 말도 있다. 유능한 대통령은 대중을 움직이는 능력과 국회와 협상하는 정치력을 가져야 한다.

민주적 리더십은 존중에서 출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야당과 타협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국정 지지도를 높였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은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 국회의원에게 직접 전화하기로 유명했다. 복지 예산을 삭감하려던 레이건은 민주당 지도부의 의견을 수용하여 예산안을 절충했다. 1990년대 클린턴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의 순간마다 야당 국회의원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대화했다. 최근 야당과 대립했던 오바마 대통령도 야당 지도부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백악관 인근 제퍼슨 호텔로 초청했다. 오바바 대통령은 개인 호주머니를 털어 밥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롬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만나기도 했다.

유럽의 국가들도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초당적 합의로 정치 안정과 신뢰를 얻었다.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의 정권 교체가 있어도 전임 정부 기간에 여야 합의로 결정한 정책을 그대로 존중한다. 1990년대 독일은 여야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중요한 국정개혁을 추진했다. 1998년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정을 거쳐 기민당과 사민당의 연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복지개혁과 노동시장개혁으로 경제 경쟁력을 높였다. 현재 독일은 세계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야의 정치적 대화와 타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한국 국민이 바라는 것은 1970년대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가 아니라 21세기 박근혜의 민주적 리더십이다.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 여야 지도부와 자주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기 바란다. 대화와 존중이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다.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에 관한 법안을 국회에서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탁자를 내려치는 대국민담화가 아니라 협상의 상대를 존중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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