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 5% 전망을 토대로 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여기에는 13조 원의 감세도 결합된다. 하지만 민간 연구 기관은 실질 성장률을 3% 대로 낮춰 잡고 있다. 결국 세수 부족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정부 예산 대폭 수정론자들의 주장이다.
수정론의 선두에 이한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있다. 그는 지난 27일 "정부가 내놓은 세수 전망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세입을 메우는 것과 관련해 감세정책 수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감세정책을 고집하면 세출을 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세를 조정하지 않으면 예산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그는 정부의 재정 지출 방안에 대해서도 "강만수 장관이 감세폭도 늘리고 세출도 늘리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20조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지금 제출된 예산안도 적자예산인데, 국회는 그런 예산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세 대상과 폭 조정은 꼭 필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확대 재정은 불가피하고 국채 발행 등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감세는 그 대상과 폭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인세, 종부세, 상속세 감세는 시급하지 않다. 특히 종부세 완화는 생산적 효과보다는 투기적 요소를 늘리는 것"이라며 "유보하거나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법인세에 대해서는 현재 법안으로 제출돼 있지만(대기업 법인세 인하 1년 유예) 법인세 인하보다 오히려 근로소득세 등을 감면하고 기업의 투자, 연구개발 등을 위한 세금 우대 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성식 의원도 "현재 금융쇼크로 정부 성장률 전망치 5%가 3% 대까지 낮아질 수 있고 이는 4조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감세 폭과 대상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대기업 법인세, 고소득자 소득세 감면은 유보하고 중소기업 중산층을 대상으로 감세해야 하며 종부세 완화 등은 1주택 장기보유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재정 지출 확대와 관련해 "원칙은 경상수지가 악화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수입을 유발하거나 거품을 지탱해주는 것으로는 안된다"며 "사교육비를 줄이는 공교육 투자, 저소득층 소득 보전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채 발행 등은 내년도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논의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은 감세 조정을 통해 세수확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의견은 거의 이한구 위원장과 일치하고 있다.
재정 확대-감세, "가급적 정부 원안대로"
친박계 중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민간이 투자를 안하니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뉴딜 정책 같은 게 필요하고 국채 발행도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자 재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가 상충되는 듯 보이지만 감세를 통한 소비 진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감세는 조정이 필요하지만 종부세 완화의 경우도 가진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소비자 지갑을 두껍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부세 완화는 당론이 정해졌고 여야 협상으로 조정할 문제지만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1년, 2년 미루자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 법 형평성에 맞도록 당장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초 국내로 복귀할 이재오 전 의원의 최측근인 진수희 의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진 의원은 "감세 부분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방향 그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진 의원은 "세수 부분에 있어 지난 정부에서 현금 영수증제도 실시, 카드 사용 확대 등으로 세원을 폭넓게 발굴했다"며 재정건전성 침해 우려를 일축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적자 재정은 염두에 둬야 하지만 국채 발행을 하는 등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부분은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큰 틀에서 정부 원안 수정보다는 감세 조정이 필요"
이 대통령의 직계인 정태근 의원은 대폭수정론자와 원안통과론자의 중간적 위치를 유지했다. 그는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데 있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고 다만 수입을 유발하는 재정 정책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정 의원은 "문제는 감세를 어떻게 하느냐 인데, 감세 규모를 줄이는 것은 당이 판단해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 의원은 "큰 틀에서 보면 정부 원안을 크게 수정하기보다 감세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고 재정지출 문제에 있어서도 국채 발행 등은 앞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회 심의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홍준표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대기업 법인세 인하를 1년 늦추고 그 부분을 저소득층 등을 위한 세수로 확보하겠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며 "감세를 해도 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문제는 'MB노믹스' 수용 정도
결국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의견은 '대폭수정 vs 감세 일부 조정 vs 원안에 가깝게 통과'로 정리되는 셈이다. 또한 예산 대폭수정의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도 반대하고 있다. 'MB노믹스'에 대한 소신이 예산안에 대한 견해와 그대로 일치하게 되는 것. 이에 따라 내달부터 본격화될 예산 논의 과정에서 여야 대립 뿐 아니라 여당 내 의견조정도 쉽잖을 것으로 예견된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국회의 미세조정은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신들의 감세안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을 허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내홍으로 비약되진 않더라도 한나라당내 경제적 신(新)개혁그룹의 부상 가능성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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