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24 재·보궐선거에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무(無)공천 발표가 있은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당내 파열음이 표면화됐다. 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이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 차원에서 무공천 결정을 주도했지만 당내에서는 정치 현실을 도외시한 결정이었다는 강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0일 국회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기초 위원을 공천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라며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인 만큼 오늘 논의해서 확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정치쇄신은 단순 선거를 대비한 당의 당면과제를 풀기 위한 과제가 아니다"라며 "선진 정치를 이루겠다는 각오이고 특히 대의정치에 대한 위기감마저 도는 전 세계적인 정치현실을 감안해서 미래의 바람직한 정치형태는 무엇인가를 고민한 결과"라고 이번 무공천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무공천 결정 두고 당내 의원 충돌
그간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던져온 정몽준 의원도 "(무공천 결정은) 어려운 일이지만 잘한 일"이라며 "우리 정당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천개혁을 해야 한다"고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당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도 무공천 결정에 대해 "상대방(민주당)이 공천할 경우 우리에게 쉽지 않은 점이 있지만 새누리당이 먼저 기득권을 포기할 때 국민은 진정성을 이해해 줄 것이고 야당도 자신들이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최고위원은 이를 반대했다. 심재철 최고의원은 "지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공천하지 않는 것은 자살행위"라며 "민주당은 공천하는데 우리가 하지 않으면 기호 1번은 빈칸으로 남고 우리 후보는 뒤쪽으로 밀려나 수도권에서 백전백패 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는 "또, 공천을 하지 않으면 입후보자들이 반발해 기존 조직의 동요나 붕괴로 이어지고 이것은 3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민주당과 함께 하지 않고 우리 혼자 포기하는 것은 민주당 천하를 만들어 우리가 스스로 진상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선거가 있는데 후보자 공천을 안 하는 것은 정당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더구나 야당과 아무런 합의도 없이 우리당만 공천 배제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은 공천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법 취지에 따라 기초의원까지 공천하는 게 정당한 의무이자 역할"이라며 "해당 지역에 광역단위 공심위를 구성하고 공천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인 유기준 최고위원도 무공천 결정에 반대했다. 유 최고위원은 "정치는 현실"이라며 "정당의 공천 배제가 개혁인지 개악인지 검증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이 기초단체장 공천을 하지 않으면 유권자는 무엇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겠나"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표면화된 파열음, 상당 기간 진행될 듯
서로 간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지자 심 최고위원은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시급히 의원총회를 열고 무공천 방침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자"고 요구했다.
그러자 공천심사위원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은 "공천 결정은 공천심사위에 있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초의회와 단체장 선거의 원래 도입 목적도 중앙 정치 예속보다는 풀뿌리 지방자치 주민들의 진정한 생활과 밀접한 정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당 최고위원회에서 거부되더라도 공천심사위의 재의결에서 3분의 2 이상 의결이 있다면 자동적으로 통과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과잉되자 황우여 대표가 나서 "최고위 회의도 열리니까 이 문제는 비공개에서 논의하자"고 급히 상황을 정리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중진회의에서는 이번 주말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가 있는 지역 당원과 간담회를 실시,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주 최고위원회에서 다시 무공천 결정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서로 간 입장차이가 분명해 무공천 결정을 두고 표면화된 새누리당 내 파열음은 상당 기간 진행될 전망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