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김 전 의원 대항마로 김비오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과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변인이 나섰지만 보수적인 부산 지역 특성상 김 전 의원 당선이 자연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원내 복귀가 가시권에 접어들자 여당 내 셈법은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김 전 의원의 카리스마가 문제다. 그는 친박계 좌장으로 불릴 만큼 존재감이 큰 정치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면서도 자기 정치를 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다른 친박계 인사들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세종시 갈등 당시엔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탈박' 인사로 구분됐으나 지난해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친박'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치를 했다는 평가는 유효했다.
▲ 김무성 전 의원. ⓒ연합뉴스 |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치적 존재감이 큰 김 전 의원의 원내 진입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47일이나 끌어온 지도부는 정치력 부재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전 의원이 원내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여권 내부 권력구조가 바뀌게 될 거라고 예상한다.
가장 큰 관심은 5월 초에 있을 원내대표 선거다. 황우여 대표가 내년 5월까지 2년 임기를 채울 거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한구 원내대표의 후임자 자리를 놓고 경쟁이 상당하다.
차기 원내대표로는 4선의 이주영 의원과 3선의 최경환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대선캠프 특보단장을 맡은 신(新) 친박으로 꼽히고 최 의원은 박 대통령 최측근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각종 여야 협상을 실무적으로 총괄해 온 김기현 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원내대표 후보로 꼽힌다.
이밖에 친박 4선인 서병수 사무총장과 비주류인 비박계 중에서는 쇄신파 대표격인 5선의 남경필 의원이 출마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결국, 남경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친박계인 셈이다.
현재 당내 주류에서는 차기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국회운영의 연계를 위해 친박계에서 선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반면, 비주류 쪽에선 친박이 원내대표를 차지할 경우, 당이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 눈치만 본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무기력한 집권여당이라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었다.
게다가 청와대의 말만 듣는 친박 인사가 원내대표로 될 경우, 야당과 협상이 아닌 압박만 하는 여당이 될 우려가 크다. 국회 파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김무성, 당내 대안세력 구심점 될까?
이런 상황에서 '고분고분한 친박'이 아닌 김 전 의원의 복귀가 원내대표 선거에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은 '친박'이 아니다"라며 "대선 때 본부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친박으로 돌아왔다는 평을 받지만 박 대통령 주위에서 '김 전 의원만큼 선거를 총괄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박 대통령이 마지못해 선택한 카드였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
김 전 의원이 현재 친박계로 구성된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하고 리더십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서면 비박계 원내대표의 선출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 경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최경환, 이주영 의원 등 친박계와 불편한 기류가 형성된다.
게다가 4선 의원인 김 전 의원은 사무총장·원내대표·최고위원·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유일하게 남은 자리는 당 대표다. 당내에서도 그가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당권 도전까지 점쳐진다. 당 대표 선거는 내년 5월이다.
하지만 '카리스마'형 정치인인 김 전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세종시를 두고 충돌한 전력도 있다. 박 대통령은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기에 자신의 정치를 하는 김 전 의원이 달가울 리 없다.
물론 김 전 의원이 이제 정치 복귀를 한 형편이라 이같은 전망이 섣부르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와 김 전 의원의 개인 정치 전망이 만나 상승작용을 할 경우 구심점이 사라진 여권의 정치지형에 새로운 갈등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은 다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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