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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쪽 넘는 국정목표에 '경제민주화' 언급 '0번'

박근혜 정부, 5대 국정목표 발표…'경제민주화' 지우기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 비전으로 하는 5대 국정 목표를 발표했다.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국정 로드맵과 분야별 추진 전략을 설정한 셈인데, 방점이 성장 중심의 '창조경제'에 찍히는 대신 그간 박근혜 당선인이 공언해온 경제민주화는 시야에서 사라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국정 비전과 5대 국정 목표 및 20대 국정 전략, 140개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 종료를 하루 앞둔 21일 새 정부의 국정비전과 국정목표를 발표했다. ⓒ뉴시스

인수위는 먼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 비전으로 설정했다. 김용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선진국 수준으로 커졌으나 국민 개인의 행복 수준은 낮은 상황"이라며 "이제는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이 선순환하는 사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개막하며 나아가 지구촌 행복시대에 기여하는 모범 국가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뜻을 담아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을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로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5개 주요 국정 목표로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이 제시됐다.

힘 빠진 경제민주화…성장 일색 '창조경제' 하위 분야 전락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총선 및 대선 공약의 전면에 내세웠던 경제민주화가 5대 국정 목표에서 제외되고 내용의 비중 역시 줄었다는 점이다.

"모든 사항을 전부 나열할 수 없었을 뿐, 내용적으로는 충분히 반영했다"(경제1분과 류성걸 간사)는 것이 인수위의 설명이지만, 경제분야 6개 전략 41개 과제의 대부분이 성장 중심의 내용이라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보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민주화는 경제분야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의 하위 분야로 전락하는 등 시야에서 사라졌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에선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강화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 운영 등 6개 전략이 제시됐는데, 이 중 비교적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을 다룬 파트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다.

세부 국정 과제에서도 경제 파트 총 41개 과제 중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등 6개 과제에 불과해 비중이 낮은 편이다.

용어 자체도 변화했다. 당초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총선 및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제시해 왔지만, 정작 새 정부의 비전 발표에선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로 용어를 대체했다. 200쪽이 넘는 국정목표와 국정과제 해설서에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앞서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준비된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통합과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를 3대 국정 지표로 삼을 거을 약속드린다"라고 공언했고, 지난해 7월 대선 출마선언에서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과제로 경제민주화·일자리 창출·한국형 복지 확립을 꼽았다.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은 이런 '용어 페기' 논란에 대해 "기존엔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지만,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가 경제민주화보다 더 광의의 개념"이라며 "향후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같이 사용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단순한 용어 변경 차원'이란 설명이지만, 대선 이후 새누리당과 인수위의 기류를 지켜볼 때 사실상 '경제민주화 약화'라는 평이 많다.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대선이 임박해오면서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보다 경제성장에 무게를 싣지 않았느냐"며 "인수위를 비롯한 박 당선인 주변에 더 이상 경제민주화를 힘 있게 주장할 사람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인수위는 이날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를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금지토록 했다. 또한 부당지원행위의 위법성 성립요건을 현재의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현저히'를 삭제하거나 '상당히'로 완화하고 대기업집단 내 비상장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영위업종, 내부거래비중 추이 등을 분기별로 공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순환출자 문제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조항을 신설키로 하는 한편 기존 순환출자의 자발적, 점진적 해소 유도를 위해 공시 의무를 부과키로 했다.

또한 하도급법에 대한 부당한 특약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1차 협력사와 2, 3차 협력사 간 공정거래 협약 체결을 유도키로 했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겠다던 박 당선인의 공약은 자료집에서 검찰 구형에 못 미치는 판결 선고시 원칙적으로 항소토록 하는 방향으로 축소됐다.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키로 했던 공약은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해 사면권을 엄격하게 상신하겠다는 용어로 바뀌었다.

금산분리 문제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금융·보험회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단독금융회사 기준으로 향후 5년 간 5%로 강화한다고 명시했지만 국정과제 자료집에서는 '의결권 제한 강화'만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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