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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일색 박근혜 내각, '탕평 인사'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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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수 일색 박근혜 내각, '탕평 인사' 공염불?

'관료 일색' 인선안…'공안통' 발탁 논란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6개 부처 장관 인선안을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관료 출신이라 '무난한 인선'이란 평이 나오지만, '대통합'을 누누이 강조해온 박 당선인이 첫 내각 인선부터 보수색을 강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명 중 5명이 고시 출신…'관료 대거 등용' 맹점은?

먼저 6명의 장관 내정자 전원이 전직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눈에 띤다. 해당 분야에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인사를 등용해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먼저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육군사관학교(28기)를 졸업한 뒤 40여 년간 군에 몸 담은 군 관료 출신이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 역시 사법고시 합격 뒤 대검찰청 공안 1·3과장과 서울지검 공안 2부장, 대구고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역임한 검찰 출신이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내정자는 행정고시(22회) 출신으로 문화관광부 공보관과 기획관리실장, 문화부 차관 등을 지냈고, 서남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 역시 행정고시(22회) 패스 뒤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사무관을 시작으로 교육부 차관을 역임했다.

▲ 박근혜 당선인이 13일 6개 정부 부처의 장관 인선을 발표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서남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 윤진룡 문화부 장관 내정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뉴시스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 역시 외무고시(10회)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 외교통상부 차관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 등 해당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고, 지난 대선에서 그의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입지를 다졌다.

박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도 1979년 행정고시(23회) 합격 뒤 내무부에서 근무하고 김포군수, 김포시장 등 지방행정에 오랜 기간 종사해 왔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한 경력도 있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당장 야권은 이번 인선을 "안정 지향 인선"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전원이 관료 출신이란 점을 들며 '변화'와 '혁신'에 적합한 인물인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유정복 내정자를 포함해 대선 기간부터 박 당선인을 도왔던 인사가 절반에 이른다는 점 역시 그간 박 당선인이 공언해온 '대통합' 인사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11개 부처 장관 인선이 남아있긴 하지만 지역 안배 역시 미흡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날 인선된 6개 부처 장관의 경우, 서울 출신이 3명에 인천이 2명, 경남과 김해가 각각 한 명씩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경남 하동 출신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현재까지 발표된 조각 인선 7명 중 호남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는 셈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부터 '대탕평 인사'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공안통' 법무부 장관 기용…'법치' 넘어선 '보수 본색'?

더 큰 우려는 이번 인선이 '보수색 강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나온다.

먼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검사 시절 유명한 '공안통'이자 국가보안법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연구관 시절인 1990년 노사관계 쟁점연구 등 노동법 해설서와 1998년 국가보안법 해설서, 이어 집시법 해설서까지 '공안 3법'의 해설서를 발간해 유명한 인물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며 장외 투쟁까지 벌이는 등 강한 '국보법 사수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차기 정부에서 국보법 논쟁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황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5년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표적 공안 사건인 강정구 교수 사건을 진두지휘하면서 구속수사를 강하게 주장,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같은 해 이른바 '안기부 X파일'로 불리는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을 총괄 지휘하며 이를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X파일에 거론된 '떡값 검사'들과 대화 당사자인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등은 모두 무혐의 처분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당선인의 안보 조언 그룹에 합류한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역시 강경 보수 성향의 인사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선 직전에 공개적으로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했는데, 그를 포함한 예비역 장군들은 "종북좌파 세력에 의해 국가정체성 혼돈 등 후유증이 생기고 있다"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 박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 역시 지난해 말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천안함 사건 직후에 있었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을 두고 "'여당이 이기면 전쟁 난다'는 좌파들의 선동이 성과를 거두어 야권이 대승했다"고 평가하면서 "당시 국민정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잘못을 응징하는 분노와 정의감보다는 당장의 안전을 중시하는 유약함이 더 우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경직된 안보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김 내정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고리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사 여사의 사진을 달고 다니는 것이 이날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를 관련 김 내정자는 "평소에 두 분을 존경해서 사진을 달고 다닌다"고 주변에 이야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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