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교섭권 분리를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외교통상부가 정면 충돌했다. 외교부가 통상조약체결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이관하는 것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골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인수위 측은 곧바로 "궤변이며 부처 이기주의"라고 반박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마치 외교통상부가 당연히 헌법상(통상교섭 및 조약체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말한 것은 궤변이며 부처 이기주의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법률에 의해 이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위임할 수 있다. 이것이 헌법 정신이고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오늘 발언을 보면 통상교섭권을 마치 외교장관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왜곡하면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상조약을 체결할 권한은 대통령의 권한이며, 이 권한이 정부대표 및 특별사절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률에 의해 외교부 장관에 위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법률에 의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 기능을 위임할 수 있다. 이것이 헌법 정신이고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외교에 관한 권한을 교섭을 행하는 개별 정부부처가 나누어 행사하도록 위임하는 논리로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골간을 흔드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부처이기주의로 말한 게 아니다"
진영 부위원장은 "인수위 부위원장이 아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으로 설명하러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며 박 당선인과의 사전협의 여부에 대해 "아마 (박 당선인은) 모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처 이기주의, 왜곡, 권한 침해' 등의 강한 표현을 쓴 것을 비춰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진영 부위원장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인수위가 정부개편안 관련 반발하는 부처를 조기에 기선 제압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
외교부는 거듭 "부처이기주의로 말한 게 아니다"라며 인수위의 정부개편안에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외교부 관계자는 5일 김성환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인수위에서) 조직적 저항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제 장관도 조직개편 관련해서는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되면 외교부도 정부의 일원으로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제 장관이 한 말은) 외교에 관한 권한을 교섭 행사하는 정부부처가 나누어 행사할 경우, 우리 헌법과 정부조직법, 정부 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관련한 법률에 따른 안정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며 "이 문제만큼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교섭 관련) 정부대표 특별사절 임명 권한을 외교부 장관에게 일괄적으로 주어지는 게 (다른 나라의) 관행"이라며 "(이 권한이 분산될 경우) 대외적 안정성, 일관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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