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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먹튀'에게 또 당하지 않으려면…

[쌍용차 국정조사 연속 기고 ③] 국정조사는 '먹튀' 막기 위한 사회적 투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왜 필요한가 ② 사측이 제시한 무급휴직자 복직 카드의 문제점 ③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정말 회사는 망하는가 ④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이 국정조사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이유 ⑤ '함께 살기'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 ⑥ 쌍용자동차지부가 문제 해결의 주체여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6회에 걸쳐 기고를 게재합니다. <편집자>

쌍용차 국정조사 연속 기고
①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꼭 필요한가?
② '쌍용차 무급자 복직 합의' 발표의 불편한 진실

이토록 극렬하게 쌍용차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것을 보면 쌍용차 경영진과 새누리당은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나보다. 쌍용차 경영진은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져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 걱정하지만, 솔직히 현재 쌍용차 이미지는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태다.

23명을 죽음으로 내몬 구조조정 기업, 회계 조작 의혹이 계속 꼬리표처럼 붙어 있는 부정한 기업,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본 철수 사태를 일으킨 '먹튀' 기업. 만약 쌍용차 경영진이 스스로 주장하는 것처럼 이 모든 일에 떳떳하다고 한다면 차라리 스스로 국정조사를 빨리 시작하게 해 새롭게 정정당당한 기업으로 이미지 쇄신을 할 일이다.

쌍용차 국정조사에 반대하는 새누리당과 쌍용차 경영진의 핵심 근거는 국정조사가 실질적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정조사로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면 회사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그러면 해고자 복직도 물 건너간다는 것이다.

이 근거는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중요한 한 가지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쌍용차의 현 주인인 인도 마힌드라가 이전 주인 중국 상하이차와 다르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어야 추가 고용도 가능하다는 것은, 회사 매출이 증가하면 이익도 증가하고 이에 따라 투자가 증가하며 고용도 증가하는 그야말로 기업 발전의 선순환을 전제한다.

그런데 이미 마힌드라가 경영하는 쌍용차에서는 매출이 증가해도 이익이 증가하지 않는 기형적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쌍용차는 그 전해에 비해 40%나 많은 차를 팔았지만 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해가 1700억 원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쌍용차 사측이 입만 열면 이야기했던 인건비 부분을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인데, 쌍용차는 비슷한 규모로 차를 팔았던 2006년과 비교해 볼 때 인건비 총액이 1700억 원이나 줄었다. 2006년 영업이익이 272억 원이었으니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약 2000억 원의 흑자가 났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과는 1533억 원 영업 적자였다. 그리고 2012년에도 2011년보다 5% 늘어난 12만 대를 판매했지만 여전히 큰 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쌍용차 국정조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현재의 쌍용차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업 이미지가 조금 더 나아지고 판매가 늘어나도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5년 전에 비해 한 사람이 두 배나 많은 자동차를 만드는데도 적자가 나고, 심지어 차 생산이 늘어나도 적자가 더 커진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쌍용차의 최근 상태는 기술 개발부터 생산, 영업까지 쌍용차가 아니라 마힌드라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 한상균 전 지부장을 비롯한 세 노동자가 국정조사 등을 촉구하며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송전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조사는 쌍용차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한국의 외국투자기업 상당수가 비슷한 처지에 있다. 최근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LCD 제조업체 하이디스는 2002년 중국 비오이에 매각된 이후 4년간 4000여 건의 기술을 도둑맞고 부도가 났다. 그리고 2008년에 대만 이잉크에 재매각되었지만 다시 4년 만에 부도 상태에 내몰리고 말았다. 하이디스를 재인수한 대만 이잉크사 역시 형식만 달랐지 기술 유출, 자본 유출을 목적으로 한 '먹튀' 자본이기 때문이었다. 이잉크사가 경영하는 동안 하이디스가 시설에 투자한 돈은 거의 없었던 반면, 이잉크사는 하이디스 기술을 가지고 미국, 일본 업체에 영업을 하며, 생산은 대만, 중국 계열사로 아웃소싱을 해 떼돈을 벌었다.

현재 상태로 보면 쌍용차 역시 하이디스가 4년 전 걸었던 길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이후 단 1원도 쌍용차에 추가로 투자하지 않았다. 반면 마힌드라가 한 것은 인도에 렉스턴 조립 라인을 짓고, 인도 시장용 기술 개발을 쌍용차에 독려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마힌드라가 신차 개발 목적의 90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이 역시 무엇을 위한 투자인지, 누가 돈을 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다. 쌍용차의 돈으로 마힌드라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현재 쌍용차를 4년 전 상황으로 다시 되돌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농기계에 쓰일 정도의 디젤 엔진과 외국기업 합작사를 통해서 구형 SUV 모델들을 생산했던 마힌드라가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누가 봐도 뻔한 것이다. 쌍용차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알고,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도 안다.

사실 마힌드라 그룹은 인도에서 선진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사를 만들고 목적을 달성한 후 합작사를 끝내는 경영을 많이 하기로도 유명하다. 마힌드라는 1995년에 포드와 합작사를 만들어 포드 '에스코트'를 인도에서 생산했고, 10년 후 이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스코피오'를 만들어 포드와 경쟁했다. 포드와 합작 관계를 끝낸 2005년에는 르노와 합작사를 만들어 르노 '로간'을 인도에서 생산했고, 5년 후인 2010년 비슷한 자체 모델인 '베리토'를 만들었다. 물론 마힌드라는 앞의 포드와 비슷하게 '베리토' 생산 직전 르노와 합작 관계를 끝냈다. 2005년 미국 트럭 전문 업체인 나비스타와도 합작 회사를 만든 이후 2012년에 각종 의혹 속에 관계를 끝낸 사건도 유명하다. 2011년 쌍용차 인수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가적 수준의 규제, 마힌드라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면 우리는 또다시 2009년 1월의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쌍용차에 고용되어 있는 4400여 명의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또 구조조정을 겪을 수도 있다. 쌍용차와 똑같은 SUV 전문업체인 영국의 로버 자동차는 20년 동안 주인이 세 번 바뀌는 과정에서 노동자 수가 10%로 줄었다. 제대로 된 정부 규제와 노동조합, 시민사회의 감시가 없으면 매각의 비극이란 이렇게 계속되는 것이다.

쌍용차 국정조사는 추상적으로만 알려져 있는 기술 유출, 자본 유출 과정의 실체와 이를 규제하지 못하는 법적 허점에 대한 조사이며, 이런 문제가 노동자의 고용에 끼치는 효과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조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는 다시는 쌍용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쌍용차가 다시 4년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정부와 시민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밝혀가는 중요한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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