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전날 방한한 수치 의원을 접견, "앞으로 한국과 버마는 물론이고 더 자유롭고 행복한 아시아와 세계를 만들기 위해 같이 힘을 합해 노력하자"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버마의 민선정부 출범 후 미국을 비롯해 서방 여러나라와 다각적으로 관계가 개선되는 모습을 의미있게 봐 왔다"며 "한국도 버마의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수치 의원은 "버마 민주화가 진전 됨에 따라 버마 국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사는 국민들에 대해서도 노력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며 "저희가 이야기하는 평화와 번영은 버마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밖에도 박 당선인은 올해부터 우리나라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 유엔 차원에서나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한국과 버마가 협력하고 같이 세계를 위해 힘써 나가길 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버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의원을 접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
버마의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의원은 1988년 버마 민주민족동맹(NLD)을 조직하며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버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린다. 군부독재 체제에서 수시로 가택 연금을 당하는 등 군사 정권의 탄압을 받으며 지난 25년간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왔다.
앞서 박 당선인 측은 지난 21일 수치 의원과의 접견을 예고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여성 정치인의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박 당선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사독재의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수치 의원은 2010년 말 가택 연금이 풀린 뒤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하원 의원에 당선됐고, 그가 이끄는 NLD는 재보궐 선거 45석 가운데 43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수치 의원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3년 평창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개막식 참석 차 지난 28일 닷새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명박은 '미얀마', 박근혜·박원순은 '버마'…다른 표현 '눈길'
수치 의원은 박 당선인을 만나기 전엔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차례로 접견하기도 했다. 이 자리서 박 시장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있게 가르치는 평생 교육"을, 이 대통령은 "경제개발과 민주화는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당선인과 박원순 시장은 이날 접견에서 '버마'라는 국명을 사용한 반면, 이 대통령은 '미얀마'라고 표현해 대조를 이뤘다. 버마는 미얀마의 옛 국명으로, 버마 민주화 세력은 군사정권이 만들어낸 '미얀마'라는 새 국명을 거부하고 있다. 수치 의원 역시 최근 하와이 동서센터 강연에서 "독재 정권이 일방적으로 이름 붙인 미얀마보다 버마라는 국명이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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