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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앙', '박근혜 5년' 내내 이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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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대강 재앙', '박근혜 5년' 내내 이어질 수도"

[인터뷰] '4대강 사업 저격수'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

22조2000억 원. 숫자로만 봐서는 언뜻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면, 이 돈으로 생각보다 많은 일이 가능하다. 전국의 초·중·고교생에게 7년간 무상급식을 지원할 수 있고, 국립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17년 동안 전액 면제할 수 있으며,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70만 채를 지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민주노총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80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18조2000억 원)시키고도 4조 원가량이 남는 규모라고 한다.

그 22조2000억 원이 고스란히 '강'에 뿌려졌다. 최근 감사원이 사실상 '총체적 부실'이라며 그 문제점을 인정한 4대강 사업에 지난 4년간 투입된 예산이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란 점에 있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다시 퇴적되는 준설토를 긁어내고, 본류와 연결된 지천 관리비 18조4000억 원까지 포함하면 유지·관리에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지난해 속도전으로 마무리 지은 이 토목사업의 준공을 기념하며 폭죽을 터뜨렸지만, 사실상 '준공'이란 게 있을 수 없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결국 '고인 물은 썩는다'는 그 간단한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전 국민이 22조 원이란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던 셈이다.

정확히 2년 전, 4대강 사업으로 "홍수방어 능력이 9.2배가량 크게 증대되고 물 부족 해소와 가뭄 극복에 도움이 된다"며 정부의 사업 추진 논리를 그대로 읊었던 감사원이 2년 만인 지난 17일 180도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놨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던 그 때엔 침묵을 넘어 면죄부를 주더니, 왜 하필 지금?

지난 18대 국회에서 '4대강 사업 저격수'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던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런 '격세지감'을 두고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탄식했다. 감사원의 발표에 바짝 긴장하면서도 '피해가기' 바쁜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박근혜 당선인, 4대강 사업을 못 막은 건가, 아니면 안 막은 건가?"

18대 국회 당시 국토해양위원으로 4대강 170개 공구를 돌며 '4대강의 진실 알리기'에 힘썼던 김 전 의원을 21일 서울 논현동 인간도시컨센서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편집자>


▲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4대강 사업, 새누리당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프레시안 : 감사원 발표 이후 새누리당이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이 지난 4년 내내 4대강 예산 및 부수법안을 날치기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든든한 '동조자'로 역할해온 셈인데, 이제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있다. 이런 급격한 '변심', 어떻게 보나?

김진애 : 씁쓸하고, 착잡하고, 분노가 끓어오른다. 제가 4대강 사업에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한다는 이유로 국토해양위 내에서 받은 핍박은 정말 말도 못한다. 그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저를 마치 악마 보듯 했었다. 분명한 것은, 4대강 사업은 새누리당이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도저히 진행될 수 없는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은 총 4번에 걸쳐 예산을 통과시켜줬다. 멈출 수 있는 몇 번의 기회도 있었다. 첫 번째 기회가 2009년 예산안 처리 때, 박근혜 당선인이 한 마디만 했어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두 번째 기회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을 때다. 일종의 '옐로 카드'를 받았던 셈인데, 당시 친이계 쪽에서도 4대강 속도조절론 얘기가 나왔었다. 그런데 일주일 후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연설 한 번에 싹 논란이 가라앉았다.

돌아보면 새누리당엔 아주 독특한 문화가 있다. 두 분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청와대의 말을 반복하는 앵무새라면 나머지는 꿀 먹은 벙어리들이다. 박근혜 당선인을 포함한 친박계 의원들이 이쪽에 속한다. 어느 조직에나 그런 풍토는 있겠지만, 더 놀라운 것은 (예산안 처리 같은) 상황이 터지면 놀랍도록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으로서 공인 의식도 없고, 사실을 보고 판단할 능력도 없었던 거다. 설사 판단을 한들 발언할 용기도 없었던 게, 지금의 이 파국을 몰고 온 원인이다.

"박근혜,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말하는 거 보고 놀랐다"

프레시안 : 박근혜 당선인도 사업이 추진되는 4년 내내 침묵해왔고,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에선 4대강 사업의 '방조범'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진애 : 나는 예전부터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준비된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대선 TV토론 과정에서 정말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과거사나 여러가지 사안에 대한 태도도 그랬지만, 특히 3차 토론회에서 "4대강 사업은 이번 정부의 핵심 사업인데, 이걸 개인이 하지마라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완전히 질려버렸다. 국회의원이 국책 사업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면 누가 얘기를 하라는 건가?

제가 국회 입성하자마자 4대강 사업과 세종시가 한창 이슈였다. 박근혜 당선인이 나서서 세종시는 지켜냈다. 4대강도 그럴 수 있었는데도, 한 마디도 이야기 안 했다. 18대 국회 내내 박 당선인 입에서 4대강이란 말이 나온 적이 한 번도 없고, 이후에도 대선 경선 토론회와 본선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지적하자 답변한 것 외엔 한 번도 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국회의원으로서, 대선 후보로서 직무유기 아닌가?

솔직히 저는 찬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른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토론하면 되는 문제다. 근데 그런 중요한 국책사업에 대해 아무 포지션도 취하지 않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공인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문제는 그 태도가 친박계 의원들에게 다 전파됐다는 것이다. 속으론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그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이다.

그 분위기가 국토해양위 내에서 다 보였다. 친이계가 주로 돌격대장을 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매번 문제제기를 하니까 "문제가 있다지만 정부가 잘 해봐라"는 식의 태도였다. 어떤 경우엔 아예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4대강이었는데, 부수법안을 제외하곤 국회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예산 밖에 없었다. 그런데 돌격대장을 하던 친이계나, 침묵하던 친박계나, 그 예산을 4번이나 통과시켜줬다.

대표적인 친박계라고 할 수 있는 송광호 의원의 경우, 국토해양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야당 의원들 못 들어오게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들끼리 방망이를 쳐 친수구역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친이계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있는 김기현 의원, 아주 대표적인 4대강 돌격대장이었다. 지금 환경노동위원회에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있는 김성태 의원도 그 당시엔 A급은 안 되도 'B급 돌격대장' 역할을 했다.

"원희룡, 수질 악화되면 정권 내놓겠다 했다"

프레시안 : 박 당선인은 현 정부의 실정이 거론될 때마다 "나는 여당에서 탄압받았다", "나는 여당 내 야당이었다"는 포지션을 취했다. 박 당선인의 말대로라면 '여당 내 야당'으로서의 역할조차 못한 게 된다.

김진애 : '야당' 역할을 못한 게 아니라, 국회의원 역할을 못한 거다. 아니, 안 한 것이다. 저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친이계 의원들조차 그 심각성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조금의 불안감, 속도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을 것이다. 박 당선인과 친박계는 4대강 사업을 '못 막은' 게 아니라 '안 막은' 것이다. 친박 의원들은 안 막았고, 민주당이 못 막은 것이다. 87석으로 (전체 의석의) 3분의1밖에 안 되니까 우린 못 막았다. 이런 중요한 국책 사업에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가 한 번 안 만들어졌다. 국토해양위 내에서 조사위원회조차도 안 만들어졌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그 당시 원희룡 의원이 "필요없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 악화되면 정권 내놓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터졌나. 다리가 5개가 무너졌고, 이른바 '녹조라떼'도 생겼다. 원희룡 의원 말대로라면 이제 정권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사고들이 터지면 국회에 조사위원회가 생기는 게 정상 아닌가?

물론 민주당도 막지 못했다. 힘의 차이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도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우리가 못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얼마나 최선을 다했고, 얼마나 성의를 다했는지는 다른 문제다. 그게 야당의 역할이다. 비록 힘이 약해 막지 못할 때가 있지만, 그 문제에 대한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성의, 그걸 끝까지 해내는 게 국회의원의 의무다. 솔직히 민주당 의원들 중 (4대강) 현장에 가본 이가 얼마나 될까? 좀 더 끈질기게 했어야 했는데, 조금 반대하는 척 하다가 넘어간 적도 있었다.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어차피 통과된 이상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의원도 상당수 있었다. 그런 국회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아는 것이 정부다. 정부가 그런 속성을 이용한 것이다.

감사원, 왜 하필 지금…"감사원도 두려웠을 것"

프레시안 :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감사원 역시 2년 전만 해도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이 된다고 예찬했었다. 2년 만에 말을 싹 바꾼 셈인데?

ⓒ프레시안(최형락)
김진애 :
2년 전 발표도 조사 완료 후 10개월 동안 보류시키다가 발표한 것이다. 그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주심 감사위원 아니었나. 이번 감사 보고서도 충격적이지만 빠진 내용이 굉장히 많다. 감사원이 지난해 5월에 조사를 시작해 9월에 완료했는데, 왜 올해 1월에서야 발표했는지도 의문점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이번 기회에 보류의 이유, 원래 내용도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이제껏 야당과 환경단체, 전문가들 사이에서 문제 제기한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이번 보고서에선 다 빠졌다. 예컨대 다리 붕괴와 관련한 역행침식 문제는 전혀 발표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함안보 등 농경지 침수문제도, 생태 문제도 빠져있다. 물론 감사원이 하는 '감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정에 대한 감사지만, 이 부분은 향후 국정조사 등을 통해 채워나가야 한다. 제가 국회를 크게 신뢰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해야 한다는 이유가, 누구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을 추진한 국토해양부에 맡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당장 국토부가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공무원, 건설업체, 유관기업, 학자 등 총 1152명에게 포상했다고 한다. 국토부가 다 같이 공범을 만들려고 엄청나게 포상한 셈인데, 그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 이번 2차 감사 발표도 지난해 9월에 완료해놓고 미적거리다가 지금에 와서 발표했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발표했다고 보나?

김진애 : 지금 아니면 발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하지 않았을까. 지금 털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에게 부담이 가고, 새 정부 출범 이후에 하게 되면 '새 정부가 옛 정부 핍박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겠나. 감사원 쪽에서 박 당선인 측과 조율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사원이) 박 당선인의 심기를 많이 생각해서 이 시점에 발표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감사원도 두려웠을 것이다. 저도 현장에서 파이핑 현상(상류에서 흘러온 물이 보나 둑의 밑으로 스며들어 파이프 모양의 물길이 생기는 누수 현상-편집자)이나 보의 균열을 확인하면 무섭다. 사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설계 자료로 보면 더 두려울 것이다. 이명박 정부야 4대강 사업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으니 무슨 수를 써서든 사고가 터지는 건 막으려 하겠지만, 새 정부에선 아무래도 덜 신경 쓰지 않겠나. 이런 재해가 무서운 게, 부실 공사가 조금씩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디서 뭐가 터질지 예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하지만 설마 그런 일이 생기는 게 바로 재해다. 홍수기에 수문이 한 군데라도 터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불보다 물이 훨씬 무서운 존재다. 물은 항시 흐르고 한 번 터지면 어디로 터질지 모른다. 보 밑으로 파이핑 현상이 발생하는 게 평소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 임계점에 달하면 엄청난 재해가 일어날 수 있다. 감사원도 그대로 뒀다간 자칫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겠나. 이를테면 새 정부에 어느 정도 '경고'를 한 것일 수도 있다.

"부실 시공이 문제? 애초 사업 기획부터 잘못됐다"

프레시안 : 감사원의 이번 발표를 보면 한 마디로 4대강 사업이 '부실 설계', '부실 시공' 되었다는 것인데, 단순한 설계 및 시공의 문제인가?

김진애 : 이 모든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따져 올라간다면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국가재정법 시행령 바꾼 것이다. 이것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 사실 청와대에서 엄청난 꼼수를 쓴 것이다. 처음엔 대운하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이게 도저히 국회 통과가 안 될 것 같으니 몇 달 후 대운하를 철회하고 수심 1~2m의 보 4개를 만드는 4대강 사업을 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 정도면 정비 사업일 줄 알았는데, 2009년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이 나오면서 사실상 대운하로 돌아가 버렸다. 수심 6m 준설에 보 16개 건설, 이 정도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데 국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킬 때 걸림돌이 되는 게 예비타당성 조사였다. 그게 문제가 되니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것 때문에 이 모든 재앙이 가능해진 셈이다. (국가재정법상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은 사업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한 정부는 2009년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에 한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때문에 정부가 4대강 사업의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졸속으로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편집자)

이는 권력의 비호가 있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새누리당이 지금 한다는 얘기가 정부와 전문가들이 함께 4대강 사업을 검토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저쪽에선 부실설계 및 부실시공으로만 (문제의 원인을) 미루려고 할 것이다. 이건 단순한 설계 및 시공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출발 자체가 문제고, 사업의 기획부터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레시안 : 사후 관리 문제도 논의가 시작됐는데, 완공 이후에도 퇴적된 준설토를 제거하는데 연간 2000억 원 정도가 투여된다고 한다. 환경단체들은 '보 해체' 수준의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김진애 : 4대강 사업은 그야말로 폭력적이었다. 저는 우리가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것까지 폭력적으로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쪽이다. 재자연화의 한 방법으로 보 해체가 효과적일 순 있지만, 처음부터 '해체'라고 못 박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현재 4대강 사업은 부실 시공만 문제인 게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것도 큰 문제다. 예컨대 독일은 4대강과 비슷한 운하사업을 1920년대부터 50년대까지 했다. 이제까지 막대한 액수의 돈을 이 운하에 부었고, 지금도 라인강운하에 돈을 붓고 있다. 관리비의 3분의1이 세굴 현상을 막기 위해 모래를 뿌리는 데 든다. 우리가 그런 식으로 유지한다고 해도, 수질이나 안전 등 문제는 점점 커진다. 이런 방식이 결코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현재 4대강 본류 뿐만 아니라 지천까지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지천에도 역행침식이 발생하는데, 그걸 인공적인 방법으로 돈을 계속 투여할지, 다른 방향을 모색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안전 문제 역시 확실하게 체크해야 한다. 저는 처음부터 수문을 닫아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당장 이 상태에서 물을 가둬두고 있다가 올해 홍수라도 나면 무서운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전에 국회가 나서 전문가들과 함께 하나하나 조사해야 한다.

프레시안 : 민주당에선 국정조사 및 특검을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다.

김진애 : 이건 반드시 국회가 해야 한다. 국회가 전문가들을 모아 세밀한 것부터 조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국정조사를 투 트랙으로 진행해, 그 동안의 정책 결정 사항과 의사결정 과정, 정무적인 부분을 따져 이 추악한 먹이사슬을 파헤쳐야 한다. 다른 한 편으론 수질이나 안전 문제 등 전문가들이 기술적인 현황을 조사하고, 차기 박근혜 정부도 이에 대한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토부에서 그간 은폐한 자료들도 다 공개해 검토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화제를 잠시 돌려서, 김진애 전 의원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많다. 어떻게 지냈나?

김진애 : 대선 때문에 바빴고, 한 달여 동안의 '멘붕'에서 이제 좀 벗어나 요즘엔 책을 쓰고 있다. <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이라고, 대중을 위한 건축서다. 마음을 좀 비우고 강연도 하고 책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 계속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멘붕' 극복의 방안은 찾으셨나?

김진애 : 못 찾은 것 같다. 물론 선거에서 졌다고 멘붕에 빠질 필요는 없다. 사실 어떤 선거든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선거를 2007년 대선과 비교하자면, 그 땐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졌지만 이번엔 제대로 못 싸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와선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이 패배를 어떻게 극복해야하느냐는 고민이 있고, 나 자신의 한계와 제약도 많이 느낀다. 사실 19대 국회에 꼭 들어가고 싶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대선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원내와 원외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더 많은 일과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는 것도 한으로 남는다. 이런 나의 한계까지 포함해서 문재인 후보의 한계, 민주당의 한계, 진영의 한계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키우는 게 쉽지 않아 보여 속상하다. 가장 분노하는 건 4대강 사업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저지른 엄청난 재앙을 심판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침묵의 카르텔' 4대강 사업…단기전으론 해결 안 돼"

프레시안 : 이번 감사원 발표로 한동안 잠잠했던 4대강 문제가 다시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4대강 사업 저격수'로 활동했던 장본인으로서, 조언할 게 있다면?

김진애 : 온 정부 예산이 동원되고, 집권여당이 3분의2 이상을 장악한 국회가 동원되고, 공공기관, 관변단체, 관변학자, 건설사, 언론까지 침묵의 카르텔로 동원됐던 게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사람들이 제게 왜 이렇게 집요할 정도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냐고 묻곤 한다. 저는 항상 3가지를 이야기 한다. 근본적으로 자연에 죄를 짓는 사업이고, 이렇게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사업엔 근본적으로 이른바 '비읍자 돌림병'이라고 부르는, 부정부패와 부실, 비리가 안 들어가려야 안 들어갈 수 없다. 세 번째로는 최소한 공학적인 윤리가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실험을 할 때도 각종 테스트를 해보고 부작용을 예측한다. 아무리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치부하더라도, 최소한 반대 진영엔 논리가 있지 않느냐. 예컨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수억 년 동안 내려온 상식적인 진리가 있다. 그런데 이 사업을 모두가 방조해버렸다. 18대 국회 내내 굉장히 분노했고, 굉장히 힘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꼭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4대강 이후'는 절대로 단기전으로 봐선 안 된다. 박 당선인 쪽에서도 부담감이 엄청날 것이다. 죄책감까진 안 느끼겠지만, 4대강의 문제를 모르진 않을 테니 최소한 책임감은 있을 거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박근혜 정부 5년 내내 4대강 문제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향후 박근혜 정부가 포지션을 잘 취해야 한다. 잘 못한다면, 제가 또나서서 비판하고 그래야 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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