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선거 기간까지 박근혜 당선인의 비서실장을 맡아온 이학재 의원은 21일 인수위원회를 포함한 차기 정부에서 일체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늘 이 순간부터 임명직 직책을 맡지 않겠다"며 "그동안 맡아왔던 '비서실장 이학재'의 역할에서 물러나 원래 제가 있었던 국회의원 직분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인재들을 널리 모아야 하고 그들이 기꺼이 뜻을 합칠 수 있도록 저는 뒤에서 돕겠다"고 설명했다.
▲ 21일 "이제 제 역할은 끝났다"며 당사를 떠난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 김 전 본부장은 이미 지난 10월 새 정부의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뉴시스 |
김 전 본부장은 당사 3층에 마련된 자신의 사무실 문 앞에 부착한 편지에서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이제 제 역할이 끝났으므로 당분간 연락을 끊고 서울을 떠나 좀 쉬어야 겠다"며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함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여러분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앞서 김 전 본부장은 지난 10월 "이제 저 자신부터 저를 버리겠다"며 "박근혜 후보가 12월19일 당연히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고 그 때 저는 백의종군의 연장선에서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20일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도 "박근혜 당선인이 세상을 바꾸는 약속을 국민께 했다"며 "그 약속이 모두 실천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당선인께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처럼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백의종군'을 택해 박 당선인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다시 제기된 '친박계 퇴진론'…"친박이 독점하면 출발부터 꼬일 것"
당 안팎의 '친박계 2선 후퇴' 압박도 거세다.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친박계 핵심들이 손을 떼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부터 강조해온 '대탕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홍준표 신임 경남도지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언제나 (새 정부를) 출범시켰던 주도세력들이 인사와 권력을 독점하는 바람에 그 때부터 뒤꼬이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정권 출범에 주도세력 역할을 했던 분들이 정권 초기에 2선 후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역시 "친박 중심, 측근 중심 내지 논공행상, 그렇게 가면 또 보나마나 국민들이 고개를 돌릴 것"이라며 "박 당선인으로서는 굉장히 고민스러울 것이다. 그러니까 친박 측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박 당선인이 자유롭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2선 후퇴'를 주장했다. 김경재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조정특보도 "(친박계가) 너무 많이 가서 서클을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당선인께서 적절하게 배합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MB정부 인사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인수위원장에 중도·호남 출신 거론
이런 목소리는 5년 전 '코드 인사'로 인수위 구성부터 삐걱거렸던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임명해 '어린쥐' 발언으로 곤혹을 치렀고,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및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을 중용해 취임 전부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 '강부자(강남 땅부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박 당선인도 이런 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탕평 인사'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역과 세대, 성별 골고루 (인재를) 등용해 (우리나라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려서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저의 꿈이자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등용 폭을 넓혀 호남 출신이나 중도 성향의 인사를 위원장에 중용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인수위원장 물망에 오르는 사람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총괄해온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정치쇄신안을 만들어온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대선 때 영입한 한광옥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 등이다.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 김종인 전 위원장, 한광옥 전 부위원장, 김광두 원장, 진념 전 부총리 등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그러나 사실상 '명예직'이라고 할 수 있는 위원장 외에 다른 직들은 선대위에 참여한 친박계 전현직 의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부위원장직에는 친박계 이주영, 진영 의원과 권영세 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 구성안은 지난 10월 후보 비서실장을 사퇴하고 '2선 후퇴'한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이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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