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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치'라는 말이 커피자판기처럼 흔하지만…"

[2012 생명평화대행진·⑦] "11월 3일 서울광장으로 오세요"

스마트폰을 들고 밤잠을 설치는 것은 애니팡 때문이 아닙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도 또 시작되는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공사저지투쟁 때문입니다. 십여 명 정도의 지킴이들을 경찰 수백 명이 출동해 사지를 질질 끌고 고착시키면 레미콘차가 들어갑니다.

24시간 공사가 강행되고 경찰들은 교대라도 하지만 지킴이들은 교대시간도 없이 찬 바닥에서 잠을 자다가 밥을 먹다가 질질 끌려갑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던져집니다. 그러다보니 가벼운 타박상은 물론이고 골절, 뇌진탕 등 부상도 속출합니다. 짐짝도 이런 짐짝취급이 없습니다.

시시각각 울부짖는 친구들의 망연자실한 목소리가 들릴 때면 화답하는 메아리도 없는 생명평화대행진을 왜 하고 있나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다시 제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깁니다. 그렇지만 지나온 길을 멈출 순 없습니다. 길에서 만난 또 다른 강정마을이 전국 곳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규 핵발전소 때문에 송전탑이 건설되는 밀양과 청도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산을 오르며 고향을 지키고 있는 팔순이 다 된 할머니들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누리는 이 편리함이 산골마을 할머니들에겐 피눈물을 대가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받고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해 점점 추워지는 초겨울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하고도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손문상)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물은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조상님의 묘소까지 파헤쳐진 강원도골프장건설 현장에서 골프를 위해 죽은 이의 안식까지 방해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농성장을 지키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물은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노동자는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리해고 해 버리는 사회에서 우리는 벌써 쌍용자동차의 23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외면해 왔습니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없이 주민들이 반대해도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해군기지 추진으로 강정마을은 매일이 전쟁입니다. 쫓겨나는 사람에 대한 학살, 용산참사는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전가한 채 진실규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 갈 곳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은 오직 맨몸으로 폭력에 맞서고 있었습니다.

서민정치를 한다는 말이 거리에 널린 커피자판기처럼 흔한 이 시기에 정치는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고통 받는 이웃에 함께 하지 않으면서 서민정치 가능한 것일까요.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정치가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일까요. 투쟁하는 곳곳마다 붙어있던 '농민도 국민이다', '철거민도 국민이다', '노동자도 국민이다', '강정주민도 국민이다'라는 구호들은 우리들이 소외시켰던 많은 목소리들도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정치도 민주주의도 사라진 채 폭력만이 난무하는 이 거리를 갑니다. 소스라치게 흐느끼는 전국의 눈물들을 가슴에 앉고 걸어갑니다. 냉소와 비난을 등에 지고 이 길을 걸어갑니다. 더 이상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해고되지 않기 위해서 이 길을 걸어갑니다.

11월3일 시청광장에 쫓겨나고 내몰리는 이들이 한데모여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함께 살자'고, '우리 모두가 하늘'이라고요. 우리 연대의 끈을 놓지 말고 함께 당당히 걸어가자고 제안합니다. 정치가 실종되고, 그 누구도 고통을 겪는 이웃들을 대변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들리지 않던 목소리들을 한데 모아 가려고 합니다.

설사 우리의 기대가 꿈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이 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갈 것입니다. 이 얼음 같은 사회에 조그만 바람구멍이라도 넣을 수 있도록 계속 걸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간다. 11월3일 서울시청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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