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는 11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특별 강연에서 "내년 글로벌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그림자가 하나둘씩 엄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퍼펙트 스톰은 본래 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발생하는 경제 위기를 의미한다.
루비니 교수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 위험 요소로 유로존 위기, 미국 경제 불황,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신흥국들의 경기 침체,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비롯한 국제 분쟁 문제를 꼽았다.
루비니 교수는 재정 위기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유로존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지나치게 엄격한 조건을 제시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긴축 재정을 펴면서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지는 등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루비니 교수의 진단이다.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이 정치적 의지를 반영해 동맹을 맺고 긴축재정을 좀 더 미룬다면 위기가 끝날 수도 있다"면서 "이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 재정 위기는 더 심해지고 그리스가 2013년에 유로존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가 퇴출되면 유로존은 생존하겠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탈퇴한다면 유로존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와 관련, 루비니 교수는 "유럽에는 이미 위기가 닥쳤지만 미국에는 미뤘던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와 롬니 중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루비니 교수는 중국 경제 상황도 위험 요소라고 봤다. 그동안 고도성장을 이끈 '과도한 수출 지향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공공 부채가 늘어나고 투자가 과잉 상태인 것도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위협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루비니 교수는 신흥국들의 국가 주도형 자본주의가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기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적으로 대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로 치솟는 상황이 반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5가지 위험 요소
▲ 루비니 교수. ⓒ로이터=뉴시스 |
루비니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각국이) 모든 정책 수단을 사용해 총알이 다 떨어진 상태"라며 "상황이 잘못되면 (2008년) 당시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제 위기로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많은 나라가 수출을 늘리고자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려 하고 있다며, "화폐전쟁과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루비니 교수는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한국 경제의 약점으로 꼽았다. "한국은 소비 과정에서 너무 많은 빚을 끌어다 쓰면서 자기 무덤을 팠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경기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 지향적인 한국 경제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부정적으로만 평가한 것은 아니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이야말로 지식경제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나라"라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려면 혁신과 '인적 자원'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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