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의 위기가 점차 '내부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대선 캠프의 '투 톱'을 맡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사퇴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며 박 후보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 모두 박 후보가 상당히 공을 들여 영입한 인사다.
먼저 당내 경제민주화 정책을 이끄는 김종인 위원장은 7일 "앞으로 회의를 주재하지도 나가지도 않겠다"며 사실상 '당무 거부'를 선언했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갈등 탓이다.
아예 김 위원장은 박 후보에게 직접 "나와 이한구 원내대표 중에 선택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할 의지가 없으면 내가 먼저 결단을 내린다. 이 상태에선 창피해서 더 일을 못한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를 향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으로, 경제민주화 추진에 번번이 딴지를 걸어온 이한구 원내대표를 경질할 것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안대희 위원장의 경우 박근혜 후보가 '국민대통합'과 '호남 민심 공략'을 명분으로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영입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전 비서실장은 캠프 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안 위원장은 그의 비리 전력을 들며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5일 박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반대의 뜻을 밝힌 데 이어, 공개적으로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6일 정치쇄신특위 회의에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지도부의 설득으로 거취 표명은 미뤄놓은 상태다.
박근혜, 캠프 쇄신 요구 사실상 '거부'
반면 이미 당 쇄신파 의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은 황우여 대표는 "(의원들이) 걱정하는 것을 당 지도부가 잘 받아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반영하겠다"며 "물러서는 건 안 된다. 선거에서 후퇴는 없다.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돌입한 셈이다.
캠프 투톱의 배수진으로 입장인 난처해진 박 후보 역시 이날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 후 당 지도부 및 선대위 인사들의 교체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모두 화합해서 가야하는 마당에 비난하고, 잘못했느니 뭐 했느니 할 게 아니라 각자 선 자리에서 '나는 당의 승리를 위해 그간 뭐를 열심히 했는가, 또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적 쇄신에 대한 당내 요구를 사실상 '계파 갈등'으로 일축,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는 지난 6일 그간 자신을 강하게 비판해온 정몽준 전 대표를 만나 캠프 합류를 제안하는 등 '비박(非朴)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박 후보가 제안한 선대위 합류엔 긍정적인 뜻을 피력했으나, 구체적인 직위에 대해선 입장 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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