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호 산막*
두런두런
두 할마시 주고받던 말들
어느 샌가 잦아들고
산막 입구에 내려앉은
별빛 몇 점
오돌오돌 떨고 있는 밤
낮에 만난 용역들이
꿈속에도 찾아 왔는가
화들짝 뒤채다, 끙
소리와 함께 돌아누울 때
야야 너들도 와서 먹어라
젓가락을 쥐어 주고
여그꺼정 와서 먼 고생이냐
라면 가닥 덜어 주며
쌍욕을 퍼붓던 입 속으로
후루룩, 잘도 들어가는구나
떡도 넣어 주면 안 될까요?
하이고, 넉살도 좋구나
한낮의 일이
꿈결인 듯 멀어지고
품 안에 간직한
유서처럼
캄캄한 밤이 깊어간다
*76만5천 볼트 고압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이 유서를 가슴에 품은 채 산속에 움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박일환 : 1961년생.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으며 시집 <푸른 삼각뿔>, <끊어진 현>이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