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무대'였던 지난 한 달…잘 나가다 과거사로 '휘청'
박 후보에게 지난 일주일은 자신의 '인혁당 발언'으로 그동안 쌓아놓은 점수를 모두 '까먹는' 과정이었다. 대선 후보 선출 뒤 공을 들인 대통합 행보, 차근차근 쌓아놓은 '중도 이미지' 역시 단 한 번의 '폭탄 발언'으로 한 방에 무너졌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측근들의 '헛발질'도 계속됐다. 16일엔 후보 공보단장을 맡은 김병호 전 의원이 인혁당 관련 사과는 사건 '당사자'에게만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해 빈축을 샀다. 박 후보가 인혁당 재건위 피해자들의 가족이나 후손에게까지 사과해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경선 캠프 좌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은 "유신은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해 논란을 자처했고, 몇 달 전 '종북의원 색출 방법'으로 과거 천주교도들에게 십자가를 밟게한 것을 언급해 파문을 빚은 군 장성 출신 한기호 의원은 17일 "과거로 발목잡기하는 세작들이 있다"고 말하는 등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최대 아킬레스건은 '아버지' 아닌 '박근혜 자신'
사실 '미래'는 야권 주자들이 아닌 박 후보 자신의 아이콘이었다. 새누리당의 완패가 예고됐던 지난 4.11 총선 당시 야당이 내세운 '정권 심판' 프레임에 '민생'과 '미래'를 말하며 선거 결과를 180도 뒤집었다. 선거 자체가 '과거 대 미래'의 대결 구도로 짜여진 탓이다. 부친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한 '독재자의 딸'이란 공격이 거셀 때에도, 박 후보는 "민생이 어려운데 이제 미래를 얘기하자"는 프레임으로 이런 공격을 넘어섰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부터 비정규직 문제까지, 웬만한 사안에선 야당 못지 않은 유연한 스탠스를 취해온 박 후보는 유독 역사관 문제만 나오면 여지없이 '본심'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참모들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분은 차마 후보에게 직언을 못 하다보니, 그 문제에 있어서 박 후보가 학습이 안된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것은 누구나 구닥다리라고 말하는 '연좌제'도,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도 아닌 박 후보 자신의 '역사관'이었던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쇄신파의 대표 격인 남경필 의원은 17일 "전향적으로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며 내주 중 이른바 '과거사 의원총회'를 제안했다. "지금처럼 박 후보의 말 한마디에 당이 우르르 쫓아가는 구조는 안 된다"며 "토론을 통해 담아낸 당의 총의 등의 메시지가 후보를 통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자신의 다급함도 읽힌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지난 주말 이틀간 박 후보는 이례적으로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역사관 구설수'로 지지율마저 출렁이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대선 무대에 문재인·안철수까지 등장할 것을 대비한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박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약 한 달 동안은 사실상 박 후보의 '독무대'였지만, 이제 문재인·안철수의 등장으로 완성된 '대선 3자 구도'에 대한 새 구상을 짜야하는 것이다.
특히 안 원장의 출마가 19일로 초 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추석 전 박 후보에게 어떤 '전향적인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후보 당선 뒤 캠프 관계자들은 "'박근혜가 바뀌네'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지만, 그 '바뀌는' 모습에서 역사관은 이번에도 예외일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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