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을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시민들이 '용광로 사고를 검색해봤다' '가슴 아프다' '산업재해이니까 회사 책임이다' 같은 말씀을 많이 해주었다. '청년유니온'은 성명을 통해 '언제까지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을 안타까운 사고로 잃을 것인가' 호소하였다.
'경남청년희망센터'는 이번 사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논평을 발표하였다.
경남지역 철강산업협회에 속해 있는 철강 업체는 총 6개의 업체이며, 종사자는 3700여 명입니다. 여기에 하청업체와 소규모 주물공장까지 합치면 더 많은 노동자가 용광로와 쇳물의 위험에 처해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경상남도와 노동부는 지역 철강산업체에 대한 안전점검과 하청업체 및 중소기업들에 대한 안전장비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로서 두려움과 안전대책을 원하는 절절한 마음이 묻어난다. 그러나 용광로 사고가 난 시간 TV 뉴스전문채널에서는 아래와 같은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 : 광고 바로가기)
광고를 보면 부주의하고 정신 나간 노동자, 개념 없고 산만한 노동자가 발랄한 음악을 배경으로 죽어나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만들었다. 화면 하단에는 2011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숫자 2114명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조심조심 코리아' 라는 음성으로 마무리된다.
한 달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사고 4명 사망, LG화학 청주공장 8명 사망(8월 23일에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온 이후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도시철도시설공단 경의선현장 1명 사망, LS전선 용광로 2명 사망. 찰나에 닥쳐온 재앙 앞에 눈 감지 못하고 세상 등진 노동자들이다. 더 많다. 기삿거리가 되지 못한 채 죽은 분들은 몇 배로 많다.
노동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부주의하고 산만한 노동자니까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해도, 이 영상을 틀었어야 하는가. 정말 이렇게까지 만들었어야 하는가.
용광로 사고가 일어나자 재벌그룹의 계열사인 회사 측은 현장을 봉쇄하였다. 노동자들은 밤샘근무를 연이어 하였고, 회사가 기계를 새로 교체하여 무리하게 투입했다는 증언이 있다. 사고 현장에는 119 구급대와 경찰이 먼저 도착했을 것이고 이어서는 노동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사고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왔을 것이다.
부주의해서 죽은 노동자들인데 사고 원인은 뭐 하러 조사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조심하면 안 죽을 수 있는데 '돈' 들이고 '사람' 들여 정책은 뭐 하러 만드는가. 한 달 사이에 폭발로, 화재로 노동자의 죽음이 멈추지 않다. 노동부 장관은 아무 느낌이 없는가.
노동부 장관은 공감하는가. 쇳물이 언제 쏟아질지 몰라 정부의 대책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이 보이는가. 공감한다면, 예기치 못한 죽음에 가슴 미어질 노동자의 가족과 시민의 애도 앞에서, 저와 같이 죽어간 노동자를 모독하는 광고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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