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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애플의 '노동자 학대' 특허 침해하나?"

미국 비영리기구 '중국 노동 감시', 중국 내 삼성 공장 조사 보고서 발표

미국의 비영리기구 '중국 노동 감시(China Labor Watch)'가 중국에 있는 삼성 공장에서 심각한 노동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 노동 감시'는 2000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중국 노동 감시'는 4일(현지 시각), 중국에서 운영되는 삼성의 직영 공장(6곳) 및 납품업체(2곳) 8곳의 노동 실태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냈다. 8곳의 공장은 톈진, 웨이하이, 후이저우, 쑤저우, 선전에 있으며 고용된 노동자는 2만 명이 넘는다. 휴대전화, DVD 플레이어, 모바일 디스플레이, 에어컨 및 전자 장치와 관련 부품들을 생산하는 공장들이다.

122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의 제목은 "삼성은 노동자를 괴롭히는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가?"(Is Samsung Infringing Upon Apple's Patent to Bully Workers?)이다. (☞보고서 원문 보기) 삼성과 특허 분쟁 중인 애플도 노동 문제로 비판받은 사실에 빗댄 제목으로 보인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는 가혹한 노동 조건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 '중국 노동 감시'는 6월 27일 중국에 있는 애플의 납품업체 10곳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중국 노동 감시'는 "폭스콘에서 여전히 노동권 침해가 흔한 일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침해가 애플의 공급망 전반에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노동 감시'는 5월부터 8월까지 삼성의 직영 및 납품업체 공장을 조사한 결과 "8개 공장에서 심각한 노동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중국 노동 감시'가 지적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의 시간외노동 강제, 무급 노동, 11-12시간 동안 서서 일하기, 미성년 노동자 (투입), 심각한 연령 및 성 차별, 학생 및 파견 노동자 남용, 노동자 안전 (관련 사항) 부족, 언어·물리적 학대."

보고서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바로잡을 효율적인 내부 불만 수렴 통로도 부족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연합뉴스

"미성년 노동자 고용, 시간외노동 강제…삼성 중국 공장에 노동 학대 만연"

미성년 노동과 관련, 보고서는 "적어도 3곳의 공장에서 18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납품업체뿐만 아니라 삼성이 직영하는 공장에서도 미성년 노동자를 고용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중국 노동 감시'는 불법이 드러나지 않도록, 퇴직한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된 아이디카드를 미성년 노동자에게 발급했다고 주장했다. 미성년 노동자 고용 사실을 회사에서 알면서도 숨겼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미성년 노동 고용에 관한 "'중국 노동 감시' 쪽의 주장은 톈진시의 삼성 노동자들로부터도 확인했다"고 5일 보도했다. "8월 23-24일에 만난 노동자들은 16세 미만의 아동이 일하고 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톈진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가 "같은 조에 신분증을 속여 일하는 15세 아이가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톈진 인탑스'라는 삼성 납품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이 매일 11시간씩 서서 5초에 하나씩 휴대전화 케이스를 조립해야 한다. 이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는 약 1200명인데, 거의 대부분이 여성 파견 노동자다.

일거리가 많은 성수기에는 한 달에 150시간의 시간외노동을 해야 한다. 법에는 월 36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노동자들은 생활임금을 벌기 위해 시간외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노동 감시'는 "월 기본급이 시간외수당(총액)의 1/2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명확한 이유 없이, 노동자들은 작업 현장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이 회사의 "현장 감독이 노동자들에게 폭언"을 하고 있으며, 회사 차원에서 "노동자들에게 안전 교육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최소한의 보호 장치인 "마스크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중국 노동 감시'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 '톈진 인탑스'가 최악의 사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 노동 감시'는 "이번 조사는 노동 규칙 위반이 (삼성에 납품하는) HEG 공장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며 "오히려 이런 문제들이 중국에 있는 삼성의 제조 및 공급 네트워크 전반에 만연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노동 감시'는 이번 보고서에 앞서, 8월 12일 HEG에서 아동 노동을 사용하고 노동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중국 노동 감시'는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대우" 문제를 즉각 바로잡으라고 삼성에 요구했다. '중국 노동 감시'는 삼성이 "2011년에 1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며, "우리는 삼성이 중국 내 (직영) 공장과 납품업체 공장들의 노동 조건을 체계적으로 개선할 돈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중국 노동 감시

삼성 "16세 미만 아동 노동자 고용하는 일 없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삼성 공장은 물론 협력업체에서도 16세 미만 아동 노동자를 고용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다만 일부의 초과근무 부분에 대한 ('중국 노동 감시'의) 지적은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공장 신설, 신제품 출시 등으로 인해 생산 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 측은 "HEG에 관한 '중국 노동 감시' 보고서가 나온 후, 한 달 동안 HEG를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며 "올해 안에 중국에 있는 모든 삼성 협력업체 공장을 자체 점검할 계획이며,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 해외 사업장의 노동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브라질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노동 착취 혐의로 브라질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멕시코에서도 삼성 가스플랜트 건설 현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인권 침해에 항의해 단식을 벌인 적이 있다. (☞관련 기사 : 브라질 노동자들 "우린 삼성 공장에서 개처럼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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