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표된 박근혜 후보의 대선기구 인선 최대 화두는 일단 '쇄신과 개혁'이었다. 향후 꾸려질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양대 핵심기구가 될 국민행복특별위원회와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 김종인 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을 각각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박 후보의 지지율 취약층인 중도층 외연 확대를 위한 방책이자, 그간 논란을 일으켜온 '친박계 전횡' 비판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경제민주화 등을 두고 사사건건 개혁 성향 인사들과 대립해온 '친박 실세'들은 표면적으론 2선에서 물러났지만, 캠프의 '얼굴'에서 제외됐을 뿐 '알맹이 권력'을 틀어쥘 수 있는 자리에 배치됐다. 유권자들에게 '개혁 의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는 동시에, 박근혜 후보 특유의 '2인자'를 두지 않는 용인술의 결과로 풀이된다.
뛰는 민주당 위에 '나는 박근혜'…'차떼기 수사 검사'에게 정치쇄신 맡겨
이번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종인 전 위원장과 '투톱'으로 거론되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자체가 공천 헌금 사태에 대한 수습책으로 박 후보가 던진 '비장의 카드'였던 만큼, 그의 발탁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란 평이다.
검사 시절부터 각종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해온 안 전 대법관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당시 한나라당에게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붙인 장본인이다. 당시 차떼기 사건으로 '궤멸' 직전의 상황에 처한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표상되는 '박근혜 체제'를 구축, 전격적인 당 쇄신을 추진한 결과 2004년 총선에서 121석을 건지며 선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참여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으로 발탁된 그는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에도 뛰어드는 등 '성역없는 수사'로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기도 하다.
안 전 대법관의 '깜짝 발탁'은 이번 공천 헌금 사태로 쏟아지는 야권의 비판을 불식시키는 것과 동시에 박 후보가 2004년 못지 않은 정치쇄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법관 역시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측근 비리 관리 대상에는 박근혜 후보의 가족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부산중학교 출신의 안 전 대법관이 부산지검 특수부 부장, 부산고검 차장 검사 등을 거치며 부산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18대 대선에서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PK(부산·경남) 민심 공략의 의도로도 풀이된다.
다만 안 전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48일 만에 여권 대선주자 캠프의 요직으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겨놨다.
김종인, '친박 핵심' 부상…경제민주화 '그대로 간다'
국민행복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우 이번 인선으로 '친박 핵심'의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는 평이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에 영입돼 당 쇄신 작업을 주도해온 그는 대선 경선 캠프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데 이어 대선 본선 국면에서도 중용, 박 후보의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특히 1987년 개헌 당시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직접 입안해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그의 중용은 최근 캠프 내부에서 불거진 '집토끼론'에도 불구하고 정책 분야에서 대대적인 쇄신 드라이브를 계속하겠다는 박 후보의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 내부에선 '통합형'으로 분류되는 '복박(復朴)' 인사 진영 의원과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역입한 문용린 서울대 교수를 부위원장에 각각 발탁한 점 역시 캠프 내 불필요한 갈등을 불식시키고 쇄신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친박 전횡' 논란 재현될라…'범박' 이주영, 대선기획단장에
관심을 모았던 대선기획단장에 4선의 이주영 의원이 임명된 것도 눈에 띈다. 이 의원은 올해 초까지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호흡을 맞춰왔던 중립 인사로, 지난 4.11 총선 당시 당의 공약 부분을 총괄하면서 '범친박' 인사로 편입됐다.
당초 선대위의 그림을 짤 대선기획단장엔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과 서병수 사무총장이 물망에 올랐지만, '친박 전횡'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계파색인 옅은 이 의원을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경환의 '깜짝 비서실장' 인선…표면적으론 2선 후퇴, 권력은 '그대로'
'친박계 실세'로 통하던 최경환 의원이 박 후보의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최재오'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사천 논란을 일으키던 그가 캠프의 '얼굴'에선 물러난 반면, 박근혜 후보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비서실장에 지명되면서 '문고리 권력'은 놓지 않게 된 셈이다. '2인자'를 두지 않으려는 박 후보의 용인술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자, 개혁 인선 포장에도 '실세'는 '실세'로 남게된 셈이다.
특히 지난 총선 당시부터 박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온 이학재 의원이 부실장으로 '좌천'되면서까지 이뤄진 이번 인선은 경선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지낸 최 의원을 일정 부분 '배려'한 것임과 동시에, 캠프의 실질적인 실무와 막대한 살림을 책임지던 역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론 친박계 실세의 '2선 후퇴'지만, 내용적으로 '권력'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공보단장에 2선에서 활동하던 김병호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논란을 낳는 대목이다. 한국방송(KBS) 보도본부장 출신으로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미디어홍보본부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박 후보의 경선 패배 후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에 출마하자 돌연 한나라당을 탈당해 이회창 캠프에 합류한 전력이 있다. 이후 그는 같은 해 12월 뇌물 수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 그의 이회창 캠프행이 18대 총선 공천이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 일종의 '자구책'이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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