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환경부의 녹조 관련 대책을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관련 부처의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 걱정이 많으니 국민 건강과 안전에 문제없도록 잘 관리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내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이날 낙동강 수계에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갖춰져 있고, 정수처리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말한 바로는 이날 회의에선 4대강 사업과 녹조 발생의 연관성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녹조 원인은 폭염과 가뭄으로 한정됐고, 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박 대변인은 녹조 현상의 원인으로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지목되고 있는 것을 두고 "녹조와 4대강 사업은 관련이 없다"며 "이런 식의 호도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 낙동강 본류에서 하루 28만t의 물을 취수하는 경남 창원시 본포취수장 인근 강이 4일 초록빛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현상이 심하다. 수자원공사측이 보트를 동원해 물을 순환시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물이 고여 있으니 녹조 현상이 발생한다"
환경단체는 이런 청와대의 반응을 두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장은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고 환경부 관계자도 녹조 현상이 4대강 사업과 관련 없다고 한다"며 "그 이유는 녹조 현상은 호수 같은 고여 있는 물에서 발생하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실제 녹조 현상은 물이 흐르는 하천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호수 등에서 문제가 된다"며 "정부는 이것을 근거로 4대강 사업이 녹조와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황 팀장은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보로 하천을 막아 고이게 해놓은 사업"이라며 "낙동강 하류 등에서 녹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강물이 이미 호수처럼 고여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폭염이 계속돼 녹조 현상이 심화했다는 정부의 주장도 반박했다. 황 팀장은 "기온과 수온은 다른 개념"이라고 전제한 뒤 "남조류는 수온이 높아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물이 흐르면 기온이 높아도 수온은 높아지지 않는다"며 "수온이 오를 때는 물이 정체됐을 때"라고 주장했다.
황 팀장은 "낙동강이 과거처럼 흘렀다면 지금 상황은 발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높은 기온만 가지고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전제 자체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젠 하늘만 탓하는 정부"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명호 생태지평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며 "하지만 정작 사업 완료 이후엔 되레 조류 현상 등 아주 낯선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호 처장은 "이전엔 벌어지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졌고, 그 중간에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됐지만, 정부는 무조건 4대강 사업은 이런 현상과는 관련이 없다고만 한다"며 "만약 관련이 없다면 근거를 가지고 없다고 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명호 처장은 "낙동강 지역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폭염이 발생했지만 지금처럼 상류 지역까지 녹조가 확산하거나 상류 수질이 안 좋아지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에 발생한 전국적인 녹조 현상을 오로지 하늘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심각한 무리가 따른다"며 "올해 초에는 한겨울임에도 녹조 현상이 4대강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은 국민의 안녕과 직결한다"며 "매번 '하늘 탓, 남 탓'만 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더는 신뢰가 있을 수 없다"며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19대 국회와 대선 후보들이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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