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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다. 승승장구한 가해자는…

[기자의 눈] 경찰 기동대도 관람한 <두개의 문>, 눈길 끄는 흥행몰이

<두개의 문>이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두개의 문>은 1일까지 1만3796명을 동원했다. 개봉 일주일 만에 1만 명을 넘은 셈이다. 총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한 <워낭소리>보다 빠른 속도다. 더구나 <두개의 문>은 민감한 사안인 용산 참사를 다룬 영화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두개의 문>은 용산 참사 1심 재판 때 나온 증언록, 철거민 담당 변호사 및 용산 범대위 관계자 등과의 인터뷰가 주를 이룬다. 이를 통해 참사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밑줄 긋듯 하나하나 살핀다. 용산 참사 재판을 재구성한 영화라 할 수 있다.

▲ <두개의 문> 포스터 ⓒ시네마달
영화는 그간 용산 참사에서 도식화됐던 '피해자=철거민'이라는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용산 참사 진압 작전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진압 작전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를 중립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면서 용산 참사의 실제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하나하나 짚어간다.

사람이 죽었지만 처벌받는 이는 없다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경찰특공대원들은 진압 작전에 투입될 당시, 망루가 어떤 구조인지도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 그 속에 들어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어디선가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고 경찰 수뇌부는 급히 경찰특공대를 망루에 투입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는 그 전화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경찰 수뇌부는 "진압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서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진압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무리한 진압 작전으로 사람이 죽었지만 경찰 수뇌부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되레 '보상'을 받았다.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용산 참사 이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를 거쳐 주오사카 총영사관 총영사에 임명됐다. 올해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경찰 수뇌부에게 면죄부를 준 용산 참사 재판 담당 검사와 재판부도 마찬가지다. 용산 참사 재판장 양승태 씨는 대법원장이 되었고 강수산나 검사는 지난 2월 호주 시드니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검찰 영사로 부임했다. 강 검사는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G20 '쥐박이' 그림 사건 등을 담당한 '공안통' 검사로 꼽힌다.

용산 참사, 누군가에겐 출세의 발판, 다른 누군가에겐 평생의 상처

반면, 철거민들은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고 이상림 씨 아들 이충연 씨 등 망루에서 농성을 벌인 철거민들은 아직도 감옥에 있다. 이충연 씨 부인 정영신 씨는 길거리에서 남편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고 윤용헌 씨 부인 유영숙 씨는 유가협 활동을 하면서 망루에서 죽은 철거민들의 명예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작전에 투입된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5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찰기동대대원 40여 명은 <두개의 문>을 보기 위해 홍대 KT&G 상상마당을 방문했다. 그들에게도 용산 참사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3년이 지났지만 용산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누군가에겐 용산 참사가 출세의 발판이 됐을지 모르나 또 다른 누군가에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망각의 문'과 '진실의 문'으로 상징되는 <두개의 문>은 관객에게 용산 참사라는 시대의 비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두개의 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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