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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ㆍ지리산ㆍ월출산…MB 시대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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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설악산ㆍ지리산ㆍ월출산…MB 시대 수난

[기고] 등산로 폐쇄한 뒤 돈 내고 케이블카 이용하라고?

환경부는 26일 10시,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일곱군데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공원계획변경신청안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다. 지리산, 설악산, 월출산,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국립공원을 통과하거나, 정상부까지 향하는 케이블카 건설계획을 세우고 환경부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중 해상국립공원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케이블카가 국립공원 구역을 통과하는 노선이 그나마 짧지만, 다른 육상국립공원들은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정상봉우리 턱밑까지 케이블카 건설을 할 계획이라 환경훼손 논란과 사회적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추진된 규제완화 정책은 국립공원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2010년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결국 각 산의 정상부까지 케이블카가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버렸다. 2010년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내용은 1967년 국립공원제도가 지정된 이후에 처음으로 정상부 지역의 규제를 푼 것이다.

각 산의 정상부는 생태계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인공시설물을 최소한으로 하도록 해 왔었다. 사실상 모든 국립공원 어디에서든 케이블카가 건설 가능하도록 케이블카 노선길이를 2Km에서 5Km로 연장하고, 정류장높이를 9m에서 15m로 높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지역경제활성화를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건설에 뛰어들어, 지리산에는 무려 남원, 산청, 함양, 구례 등 네군데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1980년 내장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 건설 이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건설된 사례가 없을 만큼, 관광패턴이 변했고 국립공원관리가 보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을 들어 계속 반대해왔다.

ⓒ연합뉴스

등산로 폐쇄하고 돈 내고 케이블카 이용하라고?

지난 19일, 케이블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청회에서 지방자치단체 6곳의 케이블카 건설계획은 모두 부실해서, 환경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양, 영암, 남원, 함양, 산청이 제출한 광장조성계획은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위반하고, 지리산권 4개 지자체(남원, 산청, 함양, 구례)는 상부정류장을 '국립공원 특별보호구' 내에 건설할 계획을 수립해 환경부 가이드라인 중 '정류장 및 지주 설치지점 회피지역' 부분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자체들은 케이블카로 환경훼손 논란이 일자 설악산의 오색구간, 지리산의 백무동, 뱀사골 등 주요 구간 등산로를 폐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1년에 1000만 명 이상이 산을 찾는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이렇게 유명한 등산로를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등산로 폐쇄하고 돈을 내고 산 정상부로 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라고 하는 게 공익성이 있는 일인지도 쟁점이 된다.

경쟁하는 지자체들은 서로 자신들의 계획으로 국립공원도 지키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환경정책평가원(KEI)이 분석한 결과, 구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B/C 분석 결과 1을 넘지 못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쟁은 국립공원관리정책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국립공원은 국토 면적의 약 5%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생물종의 75%를 담당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설악산(2005년), 지리산(2007년), 월악산(2009년)은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서, 생태계가 우수하고 잘 관리되고 있으며 자연상태 그대로나 그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도록 관리해야할 가치가 있는 'IUCN 카테고리 2등급'으로 지정받은 곳이다.

'카테고리 2등급'은 '이용'보다는 '보전'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환경부는 설악산, 지리산, 월악산이 보전가치가 높다고 평가하여 이들 국립공원을 IUCN 카테고리 2등급으로 지정받아 놓고서는 이와 모순되게 정상부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국립공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케이블카 추진으로 나타났듯이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국립공원관리정책은 계속 후퇴했다. 2008년 취임 첫 해, 이명박 대통령은 '희망세상농업포럼'이라는 대선조직에 있었던 엄홍우 씨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엄홍우 씨는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전력도 있다.

국립공원, 이명박 대통령 만나 수난

이렇게 시작한 국립공원 관리정책의 비전문성과 후퇴는 지난 5년 내내 이어졌다. 2010년 국립공원구역조정 기간이 아닌데도 앞당겨서 국립공원이었던 곳을 제외한 결과, 육상국립공원 1.7%가 줄어들었다. 보존보다는 이용정책을 강화하다 보니 국립공원 전체에 탐방로가 국립공원 탐방로가 2007년 대비 2011년 30% 늘었지만, 탐방로에 대한 훼손 복구비는 2007년 계획 대비 50% 삭감돼 산사태 위험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작년 2011년에는 새로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촛불 때 경찰청장으로 악명 높은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임명해서 국립공원 업무 전문성을 또 다시 훼손하더니 2개월 만에 경호처장으로 임명해 버리는 일도 있었다.

25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대표발의로 24명 국회의원들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선정 중단 촉구 결의안"을 제출해, "국립공원 내 관광용 케이블카 사업 중단, 국립공원의 지속가능한 자연보전정책 강화"를 촉구했다. 6월 19일 공청회가 개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26일 국립공원위원회를 개최하여 케이블카시범지역을 선정하는 하는 것도 문제고,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사전조사만 7년 넘게 걸린 호주와는 너무나 대비된다는 주장이다.

환경, 종교단체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국민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케이블카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설로 국립공원 정상부 훼손을 부채질하고, 생물종다양성 감소에 일조하며, 경관을 파괴하는 대표적 시설"로 "환경부는 스스로 정한 기준을 벗어난 각 지자체의 계획서에 대하여 있는 사실 그대로 국립공원위원회에 전달하여 국립공원위원들이 올바른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국민대책위는 26일 오전 8시 15분부터 공원위원회가 열리는 10시까지 환경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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