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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면 해결될 텐데…"

[인터뷰] 방송인 김미화, 그가 쌍용차 바자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장장 2시간 반 동안 쉼 없이 진행된 '나는 꼽사리다' 녹음을 마친 직후 만난 방송인 김미화 씨. 그는 "종일 떠들었더니 몹시 배가 고프다"며 식당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아침 9시 청량리 쪽방에 사는 노인들 무료 배식 도우미를 시작으로 CBS <김미화의 여러분> 라디오 방송, '나는 꼽사리다' 녹음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고 말을 해야만 했단다.

하지만 "입에서 단내가 난다"는 김미화 씨는 식당에서도 편히 쉬진 못했다. 식당에서 만난 팬들은 쉼 없이 그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타고난 광대는 광대인듯싶었다. 한 차례 거절도 하지 않았다. 언제 지쳤느냐는 듯 웃으며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도 해줬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며칠 전 종합편성 채널에서 연락이 와 나에 대해 '많은 시민이 오해를 하는 것 같다며 토크쇼에 출연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내 주변엔 오해하는 사람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면서 "여전히 인기 많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미화 씨는 "요즘 엄청나게 바쁘다"며 "파업을 워낙 많이 하니 부르는 곳이 많아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각종 사회봉사 활동부터 시작해 행사 섭외도 쉼 없이 들어오고 있는 김 씨였다. 그런 김 씨를 지난 8일 저녁 늦은 시간, 대학로에 있는 카페 '벙커1'에서 송경동 시인과 함께 만났다. '벙커1'은 '나는 꼼수다'가 만든 카페다. 김미화 씨가 진행하는 '나는 꼽사리다'는 이날 이곳에서 첫 녹음을 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씨는 오는 11일 서울 대한문 분향소 앞에서 진행되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연대하는 문화제 '악, 樂'>과 연대바자회 <눈에 띄네>에 꼭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 김미화 씨. ⓒ프레시안(최형락)

"11일,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가 모이는 축제가 열립니다"

김미화 씨는 11일 열리는 바자회 <눈에 띄네>에 자신의 애장품을 기증했다. 김미화 씨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사들이 물품을 내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씨는 바자회에서 신곡 앨범을 직접 사인해 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친필 액자를 냈고 김여진 씨가 옷과 선글라스 2개를, 정혜신 박사가 옷과 만년필을 기증했다. 질경이 이기연 대표는 1000만 원 상당의 우리 옷을 보냈다.

영화 <화차> 변영주 감독이 사회를 맡은 문화제에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편지 낭독을 한다. 또한, 만화가 박재동 씨는 노래를, 타고난 입담꾼 김제동 씨는 토크쇼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송경동, 심보선, 진은영, 김선우 시인은 연대 시낭송을, 인디밴드 허클베리핀과 킹스턴루디스카는 공연을 한다.

송경동 시인은 "쌍용자동차에서 22번째 죽음이 나왔다"며 "어찌 됐던 23번째 죽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인들이 쌍용자동차 문제 관련해서 개별적으로 행사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김제동 씨는 쌍용자동차에서 15번째 사망자가 나왔을 때, 토크쇼를 연 적이 있다.

김미화 씨는 "힘든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이 세상에서 잊히는 일"이라며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그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동참 배경을 설명했다. 죽음이라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미화 씨는 5월 말께에는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지키는 1일 상주도 맡을 예정이다. 이미 100인의 상주가 모집됐다. 김 씨는 자신이 1인 상주를 하는 날에는 분향소 앞에서 작은 토크쇼를 열 계획이다.

김미화 씨는 "분향소 앞에 멍석을 깔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직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며 "더불어 우리 사회에 관한 이야기 장도 마련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쌍용차 문제, 노동계에서 피 터지라 외쳐도 해결되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이 됐지만 아직 아무런 해결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그래서일까. 문화계 인사들이 이번에 준비한 행사는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에겐 단비 같은 뉴스다. 쌍용자동차 문제에 문화·예술계 인사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의 틀 안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노동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은 게 아니다. 투쟁을 통해 힘들다며 피 터지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도 벌써 3년이다. 너무나 오랜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다.

여기에는 대중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도 존재한다. 평생 자동차만 만든 노동자들이 대중과 얼마만큼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게 가능해 충분한 소통했다면 쌍용자동차 문제는 벌써 해결됐으리라 생각한다."

김미화 씨는 "문화·예술인은 대중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사회 문제를 대중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리해고 문제, 비정규직 문제는 자신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의 자신, 아버지, 그리고 자식에게 닥칠지 모르는 일이라는 것.

송경동 시인도 거들었다. 그는 "문화 예술인의 역할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 희망, 아픔 등을 이야기하고 대신 표현해주는 것"이라며 "농민, 어부, 광부, 노동자 등과 같이 힘들게 사는 분들이 존중받을 수 있고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대 편 가르기 하는 건 정말 좋지 않다"

ⓒ프레시안(최형락)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문화예술인, 특히 연예인이 사회적 발언을 하면 '정치적 발언'이라고 덧씌우기를 한다. 지난 6일,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을 할 거면 연예인을 그만두고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미화 씨는 그런 시선을 두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들 옆에 코미디언이 있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으로 재단하고 규정하는 게 되레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 발언하는 걸 안 좋게 보는 시선을 신경 썼다면 방송국에서 시사 프로그램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 했을 때 그렇게 했을 거다. 시사가 더 힘들다. 일반 방송은 노래 틀고 편지 읽고 그러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거라는 소신이 있었다. (방송에서 하차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김미화 씨는 자신은 평생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소신을 지키고 살아왔다고 했다. 소외된 계층을 살피고, 그들과 함께하는 게 문화·예술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김 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자신에게 세상은 '정치연예인'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김 씨는 '콕' 집어서 이명박 정권부터였다고 했다.

김 씨는 "내 삶의 방식을 바꾼 게 아닌데, 정부가 바뀌면서 사람을 자꾸 이상하게 몰아갔다"며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건 문화·예술인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임에도 이 정부 들어 정치적인 발언으로 몰고 갔다"고 말했다.

김미화 씨는 2010년 7월께, 자신의 트위터에 KBS 내부에 출연금지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출연이 안 된다며 'KBS 블랙리스트'에 대해 언급해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이후 2011년 4월, 8년간 진행해온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에서 하차했다.

김미화 씨는 "어느 순간 투사 이미지가 돼 버렸다"며 "하지만 그건 이 정권 들어와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광대를 편 가르기 하는 건 정말 좋지 않은 일"이라며 "광대가 사회적 발언을 한다고 무슨 이득을 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 한 마디면 쌍용차 문제 해결된다"

▲ 송경동 시인. ⓒ프레시안(최형락)
쌍용자동차 문제 관련해서,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지켜본 김미화 씨다. 3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쌍용자동차 문제. 어떻게 하면 해결될 수 있을까. 김미화 씨의 답변은 뜻밖에 간단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곧바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

김미화 씨는 "대통령 한 마디만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거로 생각한다"며 "그래서 나는 이런 일을 그대로 지켜보는 대통령이 나쁘다고 하는 거다"고 밝혔다. 불굴의 의지로 밀어붙인 건국 이래 최대의 토목 공사 4대강 사업처럼 쌍용자동차 문제도 그런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

김미화 씨는 "나라의 어버이인 대통령이 자신의 백성이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면서 선진국을 운운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현 정권의 노동자 소외 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6월 개원하는 국회를 향해서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사회 문제는 결국 자신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치러야 하는 비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멀쩡히 돌아가고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돌아간다고 해서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비만이 많은 사람이 단시일에 살을 빼면 '식스팩'도 나오고 쇄골도 나온다. 하지만 핏줄에 낀 지방은 안 빠진다. 그것 때문에 갑자기 살을 뺀 사람은 쓰러지기도 한다. 똑같다. 사회도 겉으론 멀쩡히 돌아간다 해도 속에 있는 핏줄은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사회다. 이건 우리가 다 느끼지 않나. 다 같이 핏줄 청소를 해야 한다.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은 그 첫 발걸음이다."

송경동 시인도 "쌍용자동차 문제는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송 시인은 "쌍용자동차에서 23번째 죽음을 막는 건 단순히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사회적 사랑을 잃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쌍용자동차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우리의 진심을 알아 달라"

송경동 시인은 김미화 씨를 두고 "이명박 시대에 대표적인 시대적 해고자"라고 칭했다. 블랙리스트 논란부터 다양한 방송 하차 압박이 가해졌던 김미화 씨다. 김 씨는 "차라리 전두환 정권 때가 가장 편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데, 지금의 사회는 자꾸 이상한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전두환 시절 때는 '순악질 여사'로 상한가를 달리던 그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친노', '좌파' 등의 딱지가 붙여졌다. 2011년 11월에는 자신을 두고 '친노'라고 표현한 인터넷신문 <독립신문>과의 길고 긴 법정 싸움 끝에 승소하기도 했다.

김미화 씨는 "문화·예술인은 사실 죽을힘을 다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진심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기 일도 못하면서 이렇게 인터뷰하고, 사회 참여를 한다. 무엇을 바라고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이 시대를 사는 문화·예술인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진심을 알아주길 바란다."

김미화 씨의 트위터 팔로어는 30만 명이 넘는다. 그의 트위터를 이렇게 많은 이들이 보는 건 그만큼 사회에 분노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김 씨는 그렇게 분노한 사람들을 대신해 문화, 예술인들이 나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11일 열리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행사에 동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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