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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등 재단적립금 수십억 종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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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등 재단적립금 수십억 종편 투자

[해설] "불투명한 대학 회계, 감시 장치 마련해야"

고려대학교 학교법인인 고려중앙학원의 김정배 이사장이 재단적립금을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입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 끝에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대학 재단 이사장이 '투자 손실' 때문에 사퇴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나, 대학 법인들이 재단적립금을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 거액의 손실을 봐 대학 재정의 안정성을 흔드는 문제는 2007년 말 주식투자가 허용된 이후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다.

수백억 원 손실 수두룩…수익성 알 수 없는 종편 투자도

고려대의 경우 투자 손실이 100억 원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도 지난 2006년 7월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에 학교발전기금 등 모두 1100억 원을 투자했다가 몇 백억 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포스텍의 경우 500억 원을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전액을 날렸다.

이 뿐이 아니다. 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분석한 '2010년 회계연도 사립대학 적립금 투자손익 현황'에 따르면 전국 30개 사립대학이 지난해 총 3761억 원의 적립금을 수익증권(펀드)과 파생결합 상품에 투자해 총 149억5000만 원의 평가 손실을 냈다.

이때 가장 평가손실 규모가 컸던 대학은 경남대로 수익증권(펀드)에 267억1000만원을 투자해 58억5000만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중앙대는 100억원을 투자해 54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아주대는 88억1000만원을 투자해 28억9000만원, 32.8%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선문대, 서울신학대 등도 수십 억대의 손실을 봤다.

최근에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종편 투자도 다수 이뤄져 빈축을 샀다. 수원대학교의 경우 TV조선에 50억 원을 투자했고, 고려대는 채널A에 20억 원을, 성신여대도 채널A에 1억 원을 투자했으며 세종대는 4개 종편 모두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고려대학교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의 김정배 이사장이 재단 적립금의 고위험 투자 거액 손실 문제로 사퇴했다. ⓒ뉴시스
"'대학 재정 건전성' 확보한다더니 '관리 감독'은 안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2월 교과부가 적립금 50% 한도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면서 부터다. 원래 대학 적립금은 정기 예금 등 안정성 위주로 예치, 관리해왔으나 교과부가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의 재정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대학 적립금 투자를 허용했고, 이후 상당수 대학에서 무분별한 적립금 투자로 손실을 낸 것.

그나마 2010년의 회계 결과는 2009년까지 '투자액의 50% 이상 손실이 난 경우'만 공개하도록 했던 교과부 지침이 바뀌고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전년도 대비 투자금액이나 손실액 등이 줄어든 수치다. 2009년에는 전국 36개 대학이 총 5088억9000만원을 펀드나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이중 10개 대학이 357억4000만원의 손실이 났다고 공개했다. 당시 공개하지 않은 대학까지 감안하면 손실액은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적립금 투자의 평가 이익과 손실을 모두 공개한다'는 법규가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학생 수 1만명 이상 서울지역 사립대 21곳의 2010년 결산 내역을 보면 11개 대학만이 이를 공개한 상태다. '재정구조 개선'이라는 취지와 달리 정작 대학의 재정구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관리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투자 손해 공개 조항도 교비 회계 상의 투자만 해당될 뿐 재단 회계는 해당되지 않는다. 주로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이뤄지는 교비 회계 상의 적립금의 경우 투자 액수 제한이나 공개 조항 등의 규제가 있지만 재단에서 운영하는 재단 적립금의 경우 아무런 규제 없이 무한 투자가 가능하다.

김재삼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교비 적립금을 두고는 투자 내역을 공개하는 등의 규제 조항이 있지만 재단 적립금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항이 없다"면서 "재단 적립금 투자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단 적립금 상의 투자도 대학 재정의 안전성을 흔들기는 마찬가지다. 가령 고려대학교의 경우 경영대 건물 건축을 위해 모 기업으로 받은 기부금도 투자금에 넣어 손실을 냈다. 김재삼 연구원은 "학교 건물 건축을 위한 기부금을 재단 적립금으로 처리한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 없을지라도 결국 구멍이 나면 메꾸어야 할 돈"이라고 지적했다.

"재단 적립금 투자도 최소한의 감시 장치 있어야"

그러나 일반적으로 재단 적립금의 투자, 손실 내용을 외부나 학내 구성원들이 알기는 어렵다. 이번에 김정배 이사장의 사퇴 등 논란이 된 고려대학교의 경우도 재단 적립금의 투자로 투자 손실 문제가 자세하게 기록된 이사회 회의록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공론화됐다. 그러나 이 경우 사퇴한 김정배 이사장과 김병철 고려대 총장 측이 오랜 갈등을 빚어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상황이라는 해석이 많다.

결국 대학 재정의 건전성을 뒤흔드는 재단 적립금의 무분별한 투자 문제는 결국 대학 운영의 투명성 문제와 직결된다. 김 연구원은 "만약 일반 회사에서 이정도의 손실이 났다면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문제들이나, 대부분의 대학은 내부적으로 가벼운 담당자 징계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투자할 때는 '법인 돈'이라고 투자하면서 정작 문제가 터지고 나면 비영리 법인이고 그 책임을 개인에게 물을 수 없다는 식으로 유야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학교 법인의 투자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겠지만, 학교 법인은 학교 운영을 잘 하는데 존재 목적이 있지 않느냐"며 "적어도 이사회 회의록 공개나 개방형 이사회 확대 등을 통해 법인 적립금의 투자도 어떻게 이뤄지는지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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