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자력 발전소 후보지로 선정한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에서 졸속적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반발하는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한수원은 27일 오전 경북 영덕 군민회관에서 영덕 원자력발전소 사전 환경성 검토를 위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주민 설명회는 원전 반대 측 주민들과 찬성 측 주민, 용역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일부는 소화기를 난사하는 등 파행을 면치 못했다.
한수원은 경찰을 요청해 반대 측 주민들을 끌어내고 주민설명회를 강행했다. 현재 영덕경찰서에는 주민 20여 명이 연행된 상태다. 한수원은 이날 오후 4시 강원도 삼척에서도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삼척 주민설명회장 앞에는 이미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주민설명회 사전 공고, 환경정책기본법도 지키지 않아"
이날 영덕 주민 설명회에 항의하는 주민들은 사전 공고 등 법에 규정된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영덕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투쟁위원회 등은 "주민설명회가 절차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항의했다.
박혜령 영덕핵발전소 유치 반대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오늘 주민설명회에 대한 공고는 지난 20일에 <매일신문>과 <경남매일신문>에 조그맣게 난 것이 전부"라며 "이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8조 2항은 주민설명회에 대해 '검토서 초안, 공청회 장소, 시간 등을 개최 예정일 14일 전까지 중앙일간신문 및 대상지역 지방 일간 신문에 각각 1회 이상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영숙 대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한수원 뿐 아니라 군청 홈페이지에도 주민설명회에 관한 공고는 없다"면서 "두 신문에 난 공고 역시 매우 작아 잘 들여봐야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소화기 난사까지 …"한수원이 주민 간 갈등 조장한다"
반대 측 주민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주민 설명회가 시작되자 불법성에 대해 항의하다 "불법 주민설명회는 무효다", "핵없는 세상 청정 영덕" 등의 글이 적힌 손수건을 들고 단상을 점거했다. 이들이 단상을 점거하자마자 용역과 원전 유치에 찬성하는 수용 대상지역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졌다.
▲ ⓒ녹색당 송유하 |
▲ ⓒ녹색당 송유하 |
▲ ⓒ녹색당 송유하 |
박혜령 위원장은 "원전으로 수용될 부지 주민 상당수가 와 있었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주민 설명회를 지키려고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한수원이 주민간 찬반을 가르고 불법적안 갈등을 계속 방조,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상을 점거하자마자 용역 수십명이 나타나 현수막과 손피켓 등을 빼앗았다"며 "어디서 부른 용역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행사 초반부터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는 소화기를 난사해 참석자들이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한 시간 넘게 항의가 계속되자 용역인지 찬성측 주민인지가 소화기를 뿌려 반대측 주민들 외에 사람들이 일단 자리를 피했다"면서 "소화기 가루가 가라앉자 마자 한수원이 '경찰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15분 만에 경찰이 와서 '공무집행 방해'라며 반대측 주민 20여 명을 끌어내 연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영덕경찰서로 연행된 이들은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경찰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라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한수원이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 주민설명회 등을 진행한 것도 함께 조사하지 않으면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이날 논평에서 "날치기 주민설명회는 앞으로 신규 원전 추진 과정에서 벌어질 여러 불법적 시도의 첫 포문으로 간주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정부와 한수원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신규부지 강행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밀어붙이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삼척과 영덕의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러한 충돌은 삼척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이날 오후 4시 삼척에서도 주민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주민설명회장 앞에는 경찰이 배치되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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