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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미국과의 약속' 때문에 '국민과의 약속'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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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미국과의 약속' 때문에 '국민과의 약속' 깼다

한국 정부 "수입 안 하겠다"고 하자, 미국 측 "수용하기 어렵다" 통보

미국산 쇠고기 파동 촛불 시위가 한창일 당시,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합동공고문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낸 것을 두고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석영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는 2008년 5월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커틀러 대표보를 만나 한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게 된 국내 상황을 설명한 뒤 미국 쪽의 양해를 구하고 총리 담화문에 대해 공개적 반박은 자제해주길 요청했다.

이러한 최 공사의 요청에 커틀러 대표보는 "미국 측으로서는 총리 담화문 문구는 수용 가능하다"며 "공개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한 총리의 담화문은 수용하면서 농림부와 복지부의 합동공고문은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즉각 중단한다'와 '중단할 수 있다'의 표현의 차이였다.

2008년 5월, 한국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연일 촛불 집회가 도심에서 열리자 8일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 담화를 통해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농림부와 복지부도 이날 주요 일간지에 광우병 발견 즉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는 합동공고문을 광고로 냈다.

'수입 중단하겠다' 약속 뒤, '수입 중단 할 수 있다'로 교묘히 바꿔

두 나라가 쇠고기 추가협상을 하고 5월19일 서한을 교환할 때도 커틀러 대표보는 최 공사를 불러 '광우병 발생 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국에) 전달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 정부는 즉각적 조처를 하지 못하며 과학적 근거 등 전제가 충족될 때만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 쪽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6월 보도자료를 내어 "광우병이 추가확인 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조처 한다"고 명시했다. 그 뒤, 정부는 2008년 8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당초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을 중단한다'에서 '수입 중단 등을 취할 수 있다'라고 정부 재량권을 넣는 방식으로 '미국과의 약속'을 교묘하게 집어넣었다. '미국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고는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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