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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ㆍ안철수는 입장 표명, 박근혜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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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ㆍ안철수는 입장 표명, 박근혜는 뭔가?"

[인터뷰]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다른 정권이라면 김재철 진작 사퇴했을 것"

MBC의 파업이 29일이면 60일 째를 맞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지난 21일 MBC 역사상 최장 파업이었던 1992년 50일 파업 기록도 갱신했다. 공영방송사가 '공정 방송'과 '사장 퇴진'을 내세워 이렇게 오랜 기간 파업을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MBC 내부적으로 보면 김재철 사장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 최근 "사장과 방문진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 아무런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사퇴를 선언한 예능 보직부장을 포함해 30여 명의 보직 간부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사퇴했고, 파업 동참 규모도 줄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김재철 사장은 27일에도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선임된 사장을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도 끝나기 전에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밝혔다.

김 사장은 계약직 기자와 앵커를 모집해 뉴스 리포트를 하게끔 하는가 하면, <우리들의 일밤>과 같은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도 외주사에 맡기는 등 '장기전' 태세를 취하고 있다. <우리들의 일밤>의 경우 이른바 '종편 시청률'이라 불리는 1% 시청률이 나왔다.

이같은 파업 사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은 2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이 '언제까지 파업할 것이냐'고 걱정하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날짜를 정해두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며 '종결 파업'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MBC 파업은 시기상으로나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의제상으로나 총선과 맞물려 있다. 정영하 위원장은 "만약 이 상황에서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MBC는 엄청난 편파 방송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총선과 맞물려 그리 좋지 않은 국면인 것은 맞지만, 지금 싸우는 것은 우리의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여야 지도부 중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만이 MBC를 비롯한 언론사들의 투쟁에 침묵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노 코멘트'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 즉 이명박 정권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 자유는 제도만이 아니라 집권자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권 후보라면 반드시 언론 자유에 관한 입장을 공약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새 국회가 구성되고 오는 6월 본회의가 열리면 방송문화진흥회법을 개정해 정권과 독립적인 방문진과 사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재철 역시 자신의 임기가 길어야 6월까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 과의 인터뷰 전문.

"다른 정권이라면 이미 김재철 물러났을 것"

▲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이제 두달이 된 파업 과정을 중간 평가 한다면?

정영하 : 방송사 파업은 여느 사업장과 달라서 힘든 게 있다. 일반 제조업체라면 파업을 하는 것 자체가 사업주에게 압박이 되는데, 언론사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으면 사측을 압박하기 어려워서 장기 파업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 8주를 돌이켜 보면 MBC의 최장 파업 기록도 깼고, 단순히 기록만이 아니라 한주 한주 다른 국면을 만들어가며 잘 싸워왔다고 생각한다.

대국민 사과부터 시작해서,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공정방송 어떻게 무너졌는지 보여줬고 '법인카드 논란'과 같이 김재철 사장의 부적절한 경영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같은 팟캐스트를 통해 '공정보도'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이 아니었던 선배들이 노조에 재가입하는가 하면, 사측의 편을 들어야할 보직 간부들까지 노조의 편을 들어줬다. 그냥 목숨을 연명해 온 파업이 아니라 우리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러나 아직도 김재철 사장은 사퇴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 해결이 요원한데.

정영하 : 이렇게 해왔음에도 왔던 길만큼 가야 해결 될 것 같다. 이런 전망에 몇몇 조합원들이 힘들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무도한 사장이라서, 그리고 정권도 마찬가지다. 여느 다른 정권 같으면 이 정도까지 안와도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60일이 되어가는데도 해결의 기미가 안보이는 것은 '그간 정권이 참 지독하게 방송을 장악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본다. 김재철 사장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살 길 만을 찾는 간부들이 있고, 이들과 맞붙는 싸움이다. 지난 평가는 훌륭했지만, 더 싸워야 한다. 해온만큼 해야 이길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지난해 4월 '김재철 퇴진'을 내걸었던 MBC 파업은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중단됐었다. 이번에는 다를까?

정영하 : 지난번 파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파업이다. 당시에는 보직간부들의 이탈해 노조에 가입하거나 하지 않았고,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수가 계속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파업 기간에 조합에 가입하는 수도 늘었고. 파업 참여하는 동력도 처음 돌입할 때 보다 200명이 더 늘었다. 또 실명 성명이 계속 나오고,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대의에 동의한다'는 MBC 구성원들도 있다. 이번 조합의 싸움에 동의해준 구성원들은 1600명 중 1200명 정도 된다. 지난번 파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프레시안 : 그러나 지난 파업에도 내부의 열기는 충분했지만 천안함과 지방선거 등에 묻혀서 충분한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이번에도 총선과 겹치면서 아무래도 이슈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정영하 : 물론 기성 언론이 쓰지 않아서 전체 국민의 여론까지는 닿지 못하고 있다. 사실 아직도 MBC가 파업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 분명 총선의 영향도 있다. 차라리 조·중·동과 같은 기성 언론들이 MBC에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면 달랐을 텐데. (웃음) 사실 이들 신문은 'MBC는 계속 파업하라'는 자세라서 보도를 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지금은 지난 파업과 비교되지 않을만큼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고, 우리가 공영방송 언론인으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더 많은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본다.

"왜 박근혜만 침묵하나…'언론자유는 필요 없다'는 뜻인가?"

프레시안 : 지금은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언제가 분기점이 될까? 총선?

정영하 : 총선일이 되면 MBC는 70일 파업을 벌이는 셈이 된다. 이 '언론 장악' 문제는 이명박 정부 심판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시하고 넘길 수는 없다고 본다. 또 총선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정권에서 장악된 방송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우리 파업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안철수 씨나 문재인 후보와 같은 다른 야당 지도부들은 'MBC 노조 파업을 지지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나 박근혜 비대위원장만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박근혜 위원장이 총선 직후에도 여전히 이 문제에 함구한다면 자신이 이명박 정권과 다를 바 없음을 표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노 코멘트'는 '문제가 없다'는 뜻 아닌가. MBC 하나만이 아니라 KBS, 연합뉴스 등 언론사 다수가 파업하는 상황에서 침묵한다면 '언론 자유는 필요없다'는 뜻이고 역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인가.

정영하 : 그간 수없이 확인됐지만, 언론 자유는 집권자의 의지 문제다. 법이나 제도로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집권자가 맘만 먹으면 흔들 수 있는게 언론의 현실이다. 따로 사주가 있는 SBS도 감사원 감사 등 무엇을 통해서든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다. 대권을 노리는 후보들이라면 표현의 자유 문제에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총선 전에 공약으로 약속을 받아야 한다.

프레시안 : 총선과 맞물리면서 여론에서 밀리는 것이나, 김재철 사장의 대응 방식이나 MBC 노조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영하 : 총선 국면과 맞물리면서 현행 선거법 때문에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 확실히 별로 좋지 않은 국면인 것은 맞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선거를 피해서 파업한다,고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만약 지금 일을 하고 있었다면 엄청난 편파 방송을 하고 있었을 거다. 그걸 막아낼 방법이 없어서 파업을 돌입한 거고, 우리의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MBC를 위해서 스스로 나갈 수 있는 양심을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다음 국회 구성되면 방송문화진흥회 법부터 개정해야"

프레시안 : 그렇지만 이제 '출구'를 고민할 때가 왔다. 또 김재철 사장이 나간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정영하 : 처음 파업에 돌입할 때 '종결파업'이라고 밝혔던 것처럼 날짜를 박아두고 파업하지 않는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다음 국회가 4월 성립이 되면 6월부터 본회의가 열릴텐데, 방송문화진흥회법을 현행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여당 대 야당 비율이 3:2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문화진흥회를 6:3으로 구성하고, 그 방문진이 사장을 뽑는다. 아무리 표결을 해도 해결이 안된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 출발한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방문진을 '승자독식'하는 현재의 체제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법 개정이 6월 국회에서 관철이 되면 현재의 방문진 이사들은 바뀐 법에 의해 자동으로 폐기되고 자동으로 새 방문진이 구성될 것이다. 공교롭게 현 방문진의 임기는 올 8월까지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바뀐 철학과 제도에 의해 다양성과 전문성이 반영된 형태로 사장 선임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이를 통해 김재철 체제를 심판해야 한다. 김재철은 자신의 임기가 길어야 6월, 혹은 8월까지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민주통합당도 미지수지만, 과연 새누리당이 방문진과 MBC의 독립성 확보 개정안에 동의할까?

정영하 : 새누리당이 소수 야당이 되면 더 개정하자고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 또 민주통합당도 자신들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함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말한대로 선거구도와는 우리 파업이 무관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사태가 다시 반복되면 안된다는 점이다. MBC는 '홍보 방송'이 아니고, 정치권에 대해서 '불가근 불가원'의 상태에서 비판 언론으로 남아있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질문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MBC 파업은 언제까지 갈까, 김재철 사장은 언제 퇴진할까?

정영하 : 날짜를 상정해 놓고 계산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진정성을 보여드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만약 여론이 우리의 진정성을 본다면 '잘 싸웠다, 너희들. 사장을 바꾸자'고 해줄 수 있는 것이고, 아닐 수도 있다. 아마 박근혜 위원장도 '이런 상황은 문제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다만 자신들의 행보나 총선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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