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점심시간 1분만 어겨도 욕설에 삿대질, 경고까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점심시간 1분만 어겨도 욕설에 삿대질, 경고까지

[위험의 양극화, 산재는 왜 비정규직에 몰리나] 기자가 체험한 조선소 하청 노동 <3>

-위험의 양극화, 산재는 왜 비정규직에 몰리나
<1> <프레시안> 기자는 왜 조선소 하청으로 취업했나?
<2> 취업 면접 때 묻는 건 딱 하나, "버틸 수 있겠나?"
<3> "목숨 갉아먹는 유리 먼지, 여기가 지옥이다"

'잿빛' 조선소에서도 나름대로 활기찬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식당. 500명 정도가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점심시간이 되면 5분도 안 돼 가득 찬다. 무표정한 노동자들의 얼굴도 어느 정도 밝은 빛이 도는 장소다.

식당에 늦게 오는 노동자들은 상당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기에 정오가 되면 노동자들은 급히 식당으로 달린다. 손도 씻지 않고, 먼지 묻은 작업복 그대로 달려간다.

조선소 안에서의 생활 중 유일하게 점심시간 1시간만 작업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동자들에게 귀한 시간일 수밖에 없다. 밀폐된 작업장은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온갖 스트레스를 준다.

물론 2시간마다 10분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림의 떡'이다. 일이 급하면 그런 건 무시되기 일쑤다. 게다가 설사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작업장 밖으로 나가긴 쉽지 않다.

10층 높이 족장 위에 있을 경우, 내려가다 시간이 다 지나간다. 차라리 작업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캐이싱 꼭대기에서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려면 20분 가까이 걸린다. 소변을 케이싱 구석에서 해결하는 노동자도 많았다.
▲ 일하기 전 체조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 (자료사진) ⓒ프레시안(허환주)

그렇기에 노동자들은 점심시간 1시간에 집착한다. 기자도 어느 순간부터 정오가 되면 식당으로 달려가게 됐다. 몇몇 노동자들은 12시가 되기도 전에 미리 작업장 아래로 내려가 대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시에서 1분만 일찍 내려오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원청 안전요원은 삿대질을 해가며 '시간을 지키라'고 험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면 하청 노동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다시 작업장으로 올라가야 했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원청 업체는 하청 업체 사장에게 경고장을 보낸다. 이게 3차례 되면 하청 업체는 벌금을 내야하고 해당 노동자는 해고된다. 문제는 경고가 점심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전모를 쓰지 않을 경우, 담당 구역을 청소하지 않았을 경우 등에도 경고가 등장한다.

독특한 건 체조를 하지 않을 경우에도 경고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거야 질서 유지를 위해서 그렇다고 '억지로나마'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체조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루에 두 번 하는 체조는 아침 7시40분과 오후 12시40분에 했다. 이게 노동자들에겐 얼마나 성가신지 모른다. 아침 7시40분에 체조를 한다는 건 그 전에 출근을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아침 8시에 작업을 시작하지만 체조 때문에 대부분 노동자들은 7시30분 이전에 조선소에 도착해야 한다. 오후 12시40분에 하는 체조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은 분명 1시간이지만 체조 때문에 노동자들은 사실상 40분밖에 쓰지 못한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들은 경고라는 소리에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요구했던 요구사항 중 하나가 '작업 전 체조 금지'였는데 25년이 지난 지금도 이것을 강제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렇게 하라면 해야 하는 게 이곳의 룰이었다.

위험의 양극화, 산재는 왜 비정규직에 몰리나
연재를 시작하며:<프레시안> 기자는 왜 조선소 하청으로 취업했나

- 기자가 체험한 조선소 하청 노동
<1> 취업 면접 때 묻는 건 딱 하나, "버틸 수 있겠나?"
<2> "목숨 갉아먹는 유리 먼지, 여기가 지옥이다"
<3> 점심시간 1분만 어겨도 욕설에 삿대질, 경고까지
<4> "6미터 추락 반신불수, 책임자는 알 수 없어"

- 조선소, 한국사회의 축소판
<1> 발 헛디뎌 죽은 다음날, 회사가 한 말은?
<2> 노동자도 아닌, 사장도 아닌, 넌 누구냐?
<3> 저녁 먹자던 아버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4> "5년동안 몰랐는데 내가 바로 불법파견이더라"

- 위험의 양극화, 대책은?
<1> 폐암 진단, 길고 긴 소송, 얻어낸 건 장례비
<2> "냉동고에서 질식사한 노동자, 그러나 회사는 무죄"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