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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순 위원장의 '솔직' 발언, 고리 1호기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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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순 위원장의 '솔직' 발언, 고리 1호기는 언제?

[기자의 눈] '고리1호기 안전하다'고 재가동하면 믿을 수 있을까?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창순 위원장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고리원전 1호기를 가동시킬 예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원자력 발전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괄 기구의 수장이 할 말이 아니라는 것만 빼면, 강창순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의 원자력 정책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을 짚고 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강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 원자력계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확한 발언이다.

'고리 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번 사건으로 고리 원전 내부의 핵심 부품들이 노후화됐으며, 이들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시스템도 부실하고, 게다가 사고가 났을 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는다는 등 온갖 문제가 다 드러났지만, 수명을 넘긴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고리 1호기 폐쇄할 마음 없다', 5년 후에도?

한국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핵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원전이 경제적이거나 안전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음에도 이에 밥줄이 걸려 있는 원자력 산업계와 규제 당국이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7년 고리 1호기는 30년의 설계수명이 다했으나 '안전하다'며 10년 연장됐고, 이제 남은 기간은 5년 정도다. 5년 후에는 과연 폐로하고 싶을까?

원자력안전위와 한수원이 내놓은 대책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수원은 2013년까지 비상디젤발전기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는 293억 원의 비용이 든다. 수명이 5년 남은 노후 원전을 폐쇄하지는 않고, 이러한 비용을 투입할 필요가 있을까? 부산시의회가 낸 결의안에서 보이듯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여론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한수원은 이번 사고을 또다시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순으로 이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각종 위험을 감수하고 고리1호기를 계속 운전하고 싶은 이유는 물론, '돈' 때문이다. 이대로 고리 원전을 운영한다면 어쨌든 전기를 계속 생산해 내 돈을 벌 수 있지만, 폐로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고리 원전 1호기는 그대로 거대한 '비용'이 된다. 환경운동연합과 강창일 의원이 지난해 9월 낸 자료에 따르면 고리 1호기의 폐로 비용은 9860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폐로는 필수다. 원전의 '폐로비용'은 숨겨져 있을 뿐 고정비용이고 쓰면 쓸 수록 사용하는 핵연료와 각종 부품의 양 만큼 더 늘어난다는 점은 교묘하게 숨겨진다. 한국에서는 아직 '폐로' 절차를 겪어본 일이 없고, '핵 사이클'을 한바퀴 돌지 않았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비용을 회피하고 역시나 수명을 넘긴 노후 원전을 운영해온 일본은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는 지경이 됐지만 '페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한다.

▲ 강창순 원자력안전위 위원장. ⓒ뉴시스


원자력안전위와 안전기술원의 '재가동' 결정,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물론 강 위원장은 고리1호기의 재가동에 "철저히 검증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과연 누가 그 '검증'을 믿을 수 있을까? 같은 자리에서 그는 고리 원전 1호기의 비상발전기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왜 발견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주재원들의 잘못은 없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원자력안전위 등은 이미 '철저하게 검증'했고,'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기는 작동하지 않았고, 자칫하면 노심이 녹아내리는 중대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정전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정작 규제기관은 한달 여간 그런 사고가 일어난 지도 몰랐다. 그런 원자력안전위와 안전기술원이 머지 않아 '고리1호기는 안전하다', '철저하게 검증했다'며 재가동을 주장한다면,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짐작컨대, 만약 재가동 이후 고리 원전이 또 큰 사고를 내더라도 '절차대로 따른' 규제기관에는 잘못이 없다고 하지 않을까.

고리 원전 1호기는 과연 안전한가? 전문가들은 원전 안전의 핵심인 원자로의 내구성도 걱정한다. 스테인레스 강철로 만들어져 있는 원자로 용기는 오랜시간 중성자에 노출되면 깨어지기 쉬운 성질로 바뀌는 온도가 점점 높아진다. '연성-취성천이온도'라고 불리는 이 온도는 낮을 수록 안전하지만. 1979년 10월 134.73도였던 것이 1988년 1월에는 138.06도, 1999년 9월에는 142.33도로 올랐다. 교과부가 제시하는 기준치 148.88와 6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고리 1호기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다. 최종 처분장이 없어 국내의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대부분 부지 내에 저장하는데, 대부분 포화상태다. 한수원 등은 수조 내에 보다 조밀하게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고, 건식저장시설을 추가로 짓는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이 마저도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리라는 전망이다. 또, 이미 고리 1,2호기는 이러한 방법으로도 한계에 달해 고리 3,4호기의 저장 수조에 옮겨 저장하는 상황이다

고리 1호기는 한계에 달했다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싶지 않은 그 '마음'만 빼면, 현재 상황은 비교적 확연하다. 우리나라 원전 중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는 한계에 달했고, 정부와 한수원은 이 노후 원전을 사고로부터 관리할 능력이 없다. 강창순 위원장이 거듭 강조했듯, 원자력안전위와 안전기술원은 모든 '절차'를 다 지켰고,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사고는 났다. 과연 이 문제가 해당 디젤발전기를 교체하고 주재원 수를 5배 늘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일까? 폐쇄하고 싶지 않은 원자력 산업계를 위해 국민의 부담해야할 비용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독일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지금 폐로 로드맵을 짜고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비용'만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노후 원전'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폐로 기술 개발은 하나의 '신진 시장'이기도 하다. 실현 의지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도 '원자력 시설의 제염 해체 주요 기술 확보와 환경 복원 기술 개발'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고리1호기 사건이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음을 고쳐먹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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