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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힘 모으면 서울에 도서관 1000개 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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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힘 모으면 서울에 도서관 1000개 지을 수 있다"

박원순 시장 '책읽는도시 서울' 토론회 참석해 시민 의견 경청

"가장 중요한 것은 도서관 정책에 대한 서울시와 시장의 정책 의지입니다. 책 읽는 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합니다. 책으로 바뀌는 서울의 풍경을 만드는 첫 시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 권력도 책 읽는 시민에게서 나옵니다." (안찬수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 사무처장)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책 읽는 부모를 위한 세계 최초의 <태교 책 꾸러미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도서관이 주민의 삶과 밀착되는 첫 시작이자 육아를 위한 복지정책의 첫발입니다." (여희숙 도서관 친구들 대표)

"도서관과 자치단체의 협력체제가 보다 긴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울시의 집행의지가 요구됩니다.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의 밀착된 공공서비스 강화에 서울시의 역할이 있습니다." (오지은 광진정보 도서관)

"흩어져 있는 서울시의 도서관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러러면 도서관 정책의 커다란 밑그림이 먼저 그려졌으면 합니다." (정미연 정독도서관 과장)

"공공도서관 운영이 제대로 활성화되기 위해선 서울시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 상태는 생각보다 열악한 수준입니다." (이정수 서대문구립 이진아 기념도서관 관장)

"친밀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작은 도서관의 증대로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거점 확보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김소희 서울시 마을 작은 도서관 협의회 대표)

"시와 시민단체가 서로 협력하는 거버넌스 모델의 의미에 못지않게 도서관 자체가 갖는 공공서비스의 전문성도 정밀하게 확보해야 합니다. 위탁운영의 기준이 명료하지 않으면 피해는 이용자들이 입게 될 수 있습니다." (박상미 서울시의회 자료실 사서)

"복잡한 계통을 밟아야 간신히 일이 진척이 될까 말까하는 현재의 도서관 정책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각 단위의 도서관들이 구조적으로 놓여있는 경쟁체제를 유기적 협력체제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기영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광진정보도서관에서 열린 '책 읽는 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 행사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시간 넘게 진행된 좌담 동안 쏟아지는 시민들과 도서관 관계자들의 의견을 꼼꼼히 수첩에 적느라 바빴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시와 시민들이 협력하는 쌍방 소통의 행정을 펼친다는 박시장의 평소 지론과 철학이 시민들과 공유되는 자리였다.

책나라연대가 주최하고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진행한 이번 행사는 책 읽는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도서관 정책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토론형 좌담회였다.

▲ 박원순 시장과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프레시안(허환주)

"서울이 책을 통해 좀 더 내면적으로 성숙해지는 방향으로 나가야"

서울시 대표 도서관 정책 용역 연구를 맡은 김기영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와 안찬수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 사무처장의 발제에 이어 박원순 시장은 "이제 서울이 책을 통해 좀 더 내면적으로 성숙해지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도서관친구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등이 주축이 되고 <프레시안>이 후원한 이 날 행사 현장에는 독서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및 도서관 관계자들 17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인경 책나라 총무와 박원순 시장의 토크 쇼, 그리고 피아니스트 조윤수 등의 트리오가 연주하는 탱고 클래식을 감상하는 등 여타 정책 워크샵과는 다른 문화적 분위기가 돋보였다.

박 시장이 시민단체가 주최한 좌담회에 참석해 이례적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유는 지역도서관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공동체가 보다 활력 있고 친근한 관계를 통해 새롭게 살아나는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품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책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도서반을 했다"며 "시골 마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집에 가는 길에는 늘 책을 봤다. 그러다 웅덩이에 빠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박 시장은 사고 싶은 책 때문에 밥을 굶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런던에 있을 때 동경전범재판 관련 책이 서점에 있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약 60만 원 정도 했다"며 "엄두가 안 났지만 그래도 사고 싶어서 결국 밥을 굶고 돈을 모아 그 책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잘 먹고, 좀 더 큰 집에서 살고, 좋은 차를 타기 위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하지만 이제 우리 스스로 성찰할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토건주의를 극복하고 인문정신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내는 시민 역량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책 읽는 서울을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기대를 표했다.

"도시의 외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박 시장은 "우리 삶의 수준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으로 결정된다"며 "인격, 품성, 지혜 등이 더 높이져야 우리 삶의 수준이 올라간다"며, "그러기 위해선 결국 독서와 성찰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도시도 외형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서울의 도서관 설립 상황은 취약하다. 실제 서울의 공공도서관은 시립 22개관, 구립 91개관, 사립 7개관, 장애인 10개관 등 130개관이다. OECD 국가권장 기준(인구 5만 명 당 1개관)인 211개관의 63%에 불과하다. 책이라는 문화역량의 강조, 도서관의 확충과, 기존 시설의 기능 활성화는 역대 서울 시장들이 중요과제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은 이런 작업을 서울시 정책의 주요10대 과제로 격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박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 2만5000여 점의 도서 자료를 수원시에 기증했었다. 수원시는 리모델링한 평생 학습관에 이 자료를 배치하기로 했다. 또한 수원시는 최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와 협약을 맺어 공직자 인문교육에 시동을 걸었는데, 박 시장은 대학과 자치단체의 협력을 통한 시정부의 인문교육 강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조만간 개막될 서울시 대표 도서관이 서울의 인문정신을 위한 랜드 마크로 부각될 수 있는 도서관 정책 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박 시장은 행정적으로 관리되어왔던 "책 축제"의 경우에도 보다 다양한 주체와 새로운 아이디어로 펼쳐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이 주요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서울시의 정책의제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게 시민의 힘이고 이런 시민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공공도서관이 지혜의 등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의 성과는 서울시 내부에서 보다 정교한 정책토론을 거쳐, 관련 시민단체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기구를 구성, 거너번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도서관 정책과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 창출과 집행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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