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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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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쿠시마,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았을 뿐

[후쿠시마 이후,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① ] 폐로는 가능한가

Ⅰ. 지난 연말 일본정부의 사고 수습 선언은 시기상조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벌써 1년을 맞는다. 지구 대부분을 방사성물질로 오염시킨 이 사고는 아직 수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육지뿐만 아니라 해양의 광범위한 방사능오염 실태까지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특히 아직도 15만 여명의 피해지역 주민들이 일본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원전 난민'의 피난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어린 자녀의 피난문제로 인한 의견대립으로 이혼으로 발전하는 사례, 심리적으로 불안증세를 보이는 청소년의 증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자포자기한 주민들이 도박 및 음주에 빠지는 등 원전사고에 따른 사회적 문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작년 12월 16일 노다 수상은 원전사고가 수습됐다는 선언을 국내외적으로 발표하였다. 즉, 사고 원전 3기 원자로의 밑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내려갔고, 방사성물질 배출량이 감소했다는 2가지 사항을 판단근거로 하여 사고 원전이 '냉온정지'상태'에 도달하였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수습선언은, 수상이 2011년 9월 유엔본부 회의에서 2011년말까지의 냉온정지를 국제적으로 표명하였던 만큼, 외교상의 입장 및 방사능오염에 따른 수출과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국내적으로는 2012년 1월부터 시작되는 오염지역의 제거(이하 제염)작업과 함께, 피난주민들에게 귀향에 대한 가능성 및 안심(安心)감을 전하려는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습선언은, 마치 중환자에 대한 수술을 하기도 전에 간단한 응급처치로 완치되었다는 식으로, 사고 원전의 실태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킨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로부터 '졸속한 판단'이라는 비판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 특히 후쿠시마현 주민들의 정부 사고대책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등, 도리어 역효과를 가져 왔다. 심지어, 후쿠시마현의 도지사가 수상에게 수습선언의 취소를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사태로도 발전하여, 수상이 '원전부지 내의 수습작업이 안정되었다'는 의미였다고 구차한 변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수습 선언 1주일 후 도쿄전력이 발표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수습에 관한 중장기대책에 따르면,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완전수습(폐로)까지는 최소 4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있다.

게다가, 중장기대책의 내용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으로, 수습계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노력목표에 가까운 것이다. 또, 이 수습기간 동안의 피해주민에 대한 배상 및 제염작업, 녹은(melt down) 핵연료의 추출과 원자로의 폐로 등에 백조엔(약 150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제염작업의 경우, 후쿠시마현 면적의 약 7할을 차지하는 산림지역의 제염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로, 산림지역의 낙엽이나 풀더미 등에 쌓여 있는 방사성물질은 비바람과 함께 주민의 생활환경으로 유입되면서, 또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성장 및 생명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일본에 있는 상업용 원전 54기 중 52기가 가동 정지된 상태이며, 나머지 2기도 각각 3월 26일과 4월말(늦어도 5월초)에 정지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추진파들은 마치 원전사고가 없었던 것처럼, 올 여름의 전력부족이 기업의 해외이전을 촉진시켜 실업률의 증가 및 경기후퇴를 가져 온다고 위협(?)하면서, 그 해결책으로서 원전의 조속한 재가동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일본 국내의 매스컴들도 원전사고의 실태보다는, 도쿄전력의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 즉 국유화논쟁에 보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매스컴의 보도자세가, 도쿄전력 및 일본정부의 의도적인 정보의 은폐 및 왜소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1년을 돌아보면서 사고 원전의 주요한 변화 및 피해의 현황을 살펴본 후, 금후 예상되는 일본의 원자력정책을 전망해 본다.

Ⅱ. 사고 수습과 방사성오염수의 증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직접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다. 쓰나미가 오기 전, 점검 차 지하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원전 종업원 2명과 사고 후 수습작업 중 과로사로 인정받은 종업원 1명 등 3명이 전부이다. 이밖에 사고 당시 피난 과정에서 중환자 14명이 사망했고, 유기농 농민과 (무덤으로 피난 간다며 자살한 93세의) 노인 등 4명이 자살했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후쿠시마 사고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으로 4,5년 후부터 어린이의 갑상선암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주민 15만명이 아직까지도 난민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제인 것은 거대한 방사능 오염원으로 변해버린 사고 원자로를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6기의 원자로가 있는데 이 가운데 정기 검사 중이었던 5,6호기를 제외한 1,2,3,4호기가 피해를 입었다. 4호기의 경우 정기점검 중의 노심 수리로 가동이 정지된 상태였고 1,2,3호기가 사고 당시 가동 중이었다. 1,2,3호기의 경우 수소 폭발, 멜트다운(노심 용융)을 거쳐 멜트스루(melt-through: 용융된, 즉 녹은 핵연료가 원자로 강철용기를 뚫고 나와 격납용기에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도쿄전력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1호기는 핵연료 90% 이상이 멜트스루이고, 2,3호기는 40-56%정도라고 한다. 물론 정확한 상태를 알려면 내시카메라로 원자로 내부를 들여다보아야 하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며 앞으로 수 년이 지나야 한다.

이들 피해 원자로에서는 사고 직후만큼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방사능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사고 수습을 위해서는 사고 원자로를 냉각수로 냉각시켜 상황을 안정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사고 원자로 내의 사용중 핵연료 및 사용후 핵연료를 끄집어내 안전하게 처리하고 사고 원자로를(1,2,3,4호기) 봉인, 폐로해야 한다. 도쿄원전 측의 자체 계획에 따르면 이 모든 조치를 마치는 시기는 앞으로 40년 후인 2051년 쯤에나 가능하다. 이와 함께 사고 당시 뿜어져 나온 방사능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된 후쿠시마 주변지역에 대한 오염제거 작업도 진행돼야 한다.

1.최악의 사태를 겨우 막았을 뿐

현 시점에서 후쿠시마 사고원전들의 수습작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로에 대한 냉각수의 안정된 주입과,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안전한 처리・처분이다. 작년 10월 이후, 새로운 오염수 정화장치의 도입으로 원자로에의 냉각수 주입은 비교적 안정되어, 현재 원자로 밑부분의 온도는 섭씨100도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원자로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의 배출량도 가장 많았던 작년 3월 15일에 비해 8000만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든 상태이다. 방사성물질의 배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파괴된 건물외벽을 완전히 덮는 차폐시설을 설치한 것과 2호기의 필터가 있는 환기장치의 설치가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원전의 현황을 간단히 개괄하면, 핵분열이 다시 발생하는 재임계(再臨界) 및 붕괴열의 급상승 등의 리스크는 현저하게 줄어 들었으나, 수소폭발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불안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작년 3월 22일에 일본정부가 원자력위원회에 작성시킨 '최악의 사고 시나리오' 에 따르면, 원전1호기의 폭파로 작업원이 철수한 상태에서 4호기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의 파괴가 발생하고, 이후 주위의 다른 원전들도 연속적으로 폭발하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예상되어 있다. 이 경우, 강제피난지역이 원전으로부터 반경 170km, 그리고 자주피난지역도 250km까지로 확대되어,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인구 약 3,000만명이 피난하는 사태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태가 된다.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는, 1호기의 수조보다 3.78배나 많은 핵연료가 저장되어 있었고, 특히 정기검사기간을 이용하여 원자로의 노심(爐心)을 수리하기 위해, 사용중이던 원자로내의 핵연료도 함께 보관되어 있어 원전수조 중에서 발열량도 가장 높았다.

(사고 원자로 1호기에는 사용중 핵연료가 400개, 2호기와 3호기에는 각 548개가 있다. 또 1호기 수조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392개, 2호기 615개, 3호기 566개가 있다. 사고 당시 수리 중이던 4호기에는 수조에 사용중 핵연료 987개와 사용중 핵연료 548개 등 1535개가 보관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핵연료는 핵연료봉 수십개를 한 다발로 묶은 집합체로 핵연료 1개의 무게는 172 Kg에 이른다. 사용중 핵연료는 물론이고 사용후 핵연료도 핵분열 및 핵붕괴에 의해 방사능 물질을 발생시키므로 모두 안전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정상가동의 경우, 4호기의 핵연료는 강철판(두께 20cm)으로 된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을 하며, 원자로의 바깥에도 강철판(두께 3cm)과 철근콘크리트(두께 2m)로 된 격납용기도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4호기의 사용중 핵연료는, 수조 속에서 원자로와 격납용기라는 방호벽도 없이, 핵분열(임계)을 하여 대기중으로 방사성물질 방출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당시, 4호기의 수조는 수소폭발의 영향으로 외벽이 파괴되고, 기둥 및 밑부분의 바닥 등도 강도가 많이 약해져 있었다. 만약 재폭발로 수조의 핵연료 1,535개(우라늄 약 265톤)가 임계상태 또는 파손되어 핵분열생성물 (죽음의 재)가 대량으로 나왔다면,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은 것이, 지난 1년간의 사고수습작업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3월초 현재, 원전부지내의 지상에 흩어져 있었던 폭발잔해물은 대부분 정리된 상태이다. 단, 사고 직후 사용할 소방차・주수(注水)차 및 중장비의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방사능에 오염된 폭발잔해물을 불도저로 지하에 꽤 묻어 놓았는데, 언젠가 다시 안전화를 위한 처분작업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4호기의 파괴된 수조시설의 부분적인 보강을 마쳤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수조 내의 핵연료의 이송을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중이다. 현재, 수조 속의 핵연료를 끄집어 낼 크레인을 설치하기 위해, 4호기 건물 위의 폭발잔해물를 철거하고 있는 중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원전의 공동수조에서 보관중인 사용후 핵연료 6,375개를 먼저 옮긴 후, 이 곳에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를 옮길 계획이다. 습식방법의 공동수조에서 꺼낸 사용후 핵연료는 특수용기에 넣어 당분간 원전부지 내에 건식방법(공기냉각)으로 보관할 계획이다.

사고 직후 약 5개월동안 일본정부・도쿄전력의 사고종합대책본부의 자문역할을 했던 한 원자력 전문가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최악의 사태를 회피할 수 있었던 데는 '행운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사고 직후에 발생한 몇 차례의 지진이 수습작업에 큰 지장을 줄 정도의 규모가 아니었고, 또 쓰나미 및 추가적인 수소폭발도 없어 최악의 사태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운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었다면, 일본 국토의 약 3할의 포기 및 일본 국민의 4분의 1이 피난을 하는 사태가 되었을 것이다. 약 3할이라 하지만, 사실상은 일본을 둘로 양단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면적은 한국보다 약 3.8배 정도 되는데, 만약 최악의 시나리오가 한국 국내에서 일어났다면, 과연 국민들이 안전하게 피난할 장소를 발견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2. 핵연료의 추출 및 폐로작업은 미지의 영역이다

도쿄전력의 사고 수습의 중장기대책에 따르면, 1) 2013년까지 1~4원전의 수조 내의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2) 로보트 및 기기개발을 통해 원전건물 내의 제염작업 및 파손부분의 수리, 오염수의 처리, 그리고 격납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냉각한다. 이후 3) 녹은 핵연료의 추출작업에 착수하여, 2036년 후까지 완수한다. 마지막으로, 4) 2051년까지 원전을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핵연료의 추출방법과 관련기기 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당분간 최소 3~4년은 냉각수의 안정적인 공급에 전념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용암같이 녹은 핵연료의 표면은 물로 냉각이 되고 있겠지만, 내부는 여전히 섭씨 약1000~2000도의 높은 붕괴열을 내고 있을 것이므로 계속적인 냉각수의 공급이 불가결하다. 핵연료의 붕괴열은 3~4년후에는 공기의 방(放)열로 냉각이 가능할 정도로 낮아지겠지만, 그 이후에도 방사선 차폐와 녹은 핵연료의 추출를 위해서는 물을 채워 두어야 한다.

작년 11월말에 도쿄전력이 발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원전1, 2, 3호기의 녹은 핵연료의 대부분은 원자로의 강철판(두께, 16~20cm)을 뚫고, 약 12m 아래의 격납용기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있다. 심지어, 1호기의 경우는 핵연료의 약 90%가 제어봉의 삽입구 등을 통해 낙하하여, 격납용기 밑부분의 콘크리트(두께, 2.6m)를 녹인 상태로, 가장 심한 곳은 격납용기밑의 철판까지의 콘크리트가 약 37cm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결과였다. 1호기의 경우, 무게 69톤에 달하는 핵연료가 녹을 때, 높은 열로 주위의 제어봉 및 구조재, 콘크리이트 등도 함께 녹여, 현재는 무게가 약 2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핵연료 덩어리의 무게당 발열량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만큼, 핵연료 덩어리가 격납용기를 뚫고 나가는 '차이나 신드롬'은 발생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핵연료 덩어리가 격납용기의 강철판(두께 3cm)을 뚫고 나가, 그 밑의 콘크리트(두께 7.6m)의 어딘가 멈춰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지난 1월 20일, 도쿄전력은 핵연료의 위치 및 냉각수의 높이를 확인하기 위해, 작업원들이 주위의 높은 방사능을 휴대한 납판으로 막으면서 2호기의 격납용기 속에 공업용 내시(內視) 카메라를 넣어 보았으나, 강한 방사선과 수증기에 의한 시야불량으로 약 70분간의 확인작업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미국의 스리마일스섬(TMI) 원전사고는, 핵연료의 45% 정도가 녹았으나 원자로 속에 머물고 있는 상태였고, 또 원자로 벽면에 금이 간 것 이외에는 순환냉각시스템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능이 낮아지는 것을 기다려, 원자로의 두껑을 여는 데 6년, 연료추출에 5년 등 합계 11년이 걸렸다. 또, 5년간에 걸쳐 TMI 2호기의 정화작업을 실시하였으나, 지금도 원자로는 감시상태이며, 폐로작업은 2034년 무렵 TMI 1호기의 운전종료 후에 함께 시작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본격적인 내부조사의 개시시기로서 격납용기는 2017년, 원자로는 2019년 무렵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원전의 경우는 녹은 핵연료의 무게, 형태 및 위치도 알 수 없는 상태이며, 게다가 원자로 및 격납용기도 크게 파손되어 있다. 수소폭발로 인해 연료추출용의 크레인같은 시설들도 파괴된 만큼, 건물의 보강을 통해 이런 부대시설의 설치도 불가결하다. 그리고, 로보트 및 기기 등을 개발하여 원전건물 내의 제염작업과 격납용기의 파손부분의 보수가 어느 정도 끝나면, 작년 6월에 시도하다 실패한 수관(水棺)방식 즉 격납용기 전체에 물을 채워 핵연료를 냉각시킬 계획이다.

약 35m 위의 격납용기의 윗부분에서 크레인으로, 원자로를 통해 격납용기 속에 떨어져 있는 최소 100톤 이상의 녹은 핵연료를 끄집어 낼 계획이다. 그러나, 중장기대책의 실행 중에 대형 재해가 발생한다든가, 또는 경제적 및 기술적으로 추출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체르노빌원전처럼 시멘트로 원전건물 전체를 덮는 석관(石棺)방식의 등장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높은 방사능 때문에 격납용기의 보수작업에도 적잖은 곤란이 예상되는데, 여러가지의 물질 심지어 바닷물의 염분까지 섞인 핵연료의 추출작업은 여태껏 어느 나라도 경험한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그 성공여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참고로 덧붙이면, 수관방식으로 격납용기에 물이 차 있을 경우, 지진의 진동과 물의 공명(空鳴)작용이 발생하여 파괴되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원자로의 기반이 약화되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을 수도 있다.

3. 지하수의 유입과 방사성오염수의 지속적인 증가

앞으로 수년에 걸쳐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처리일 것이다. 현재, 도쿄전력은 원전건물 하에 고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오염수를 정화하여 약 4km의 배관을 통해서, 원자로에의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오염수의 정화장치는 작년 6월말부터 도입되었는데, 특수약품과 필터 등을 이용하여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기름(油), 방사성 세슘(Cs), 염분을 차례로 제거・처리하여, 정화과정이 끝난 저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일부분을 원자로의 냉각수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별도의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발표한 작년 4월의 계획으로는, 작년말까지 원전건물 하에 있는 것을 포함한 약 25만톤의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대부분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낙관적인 계획과는 달리, 고준위 방사성오염수가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으로, 중장기대책에서는 처리종결의 시기를 2020년으로 변경하였다. 올 3월 6일까지 처리한 오염수의 양은 약 20만톤이나, 원전 건물 지하의 약 8만톤을 포함하여 여전히 약 20만톤이 남아 있다.

오염수의 증가는 원전건물로 스며드는 비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건물지하로 매일 200~400톤 정도 유입되고 있는 지하수 때문이다. 지하수는, 격납용기로부터 새나오는 원자로의 냉각수와 섞여 고준위 방사성오염수로 바뀌고 있어, 유입되는 지하수량만큼 처리해야 할 고준위 방사성오염수도 늘고 있는 셈이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증가를 막기 위해 냉각수의 주입량을 최소로 하고 있으며, 또 지하수의 유입을 줄이기 위해 건물지하의 방사성오염수 수위와 지하수 수위와의 미묘한 균형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원자로의 온도를 충분히 낮추기 위해 주입 냉각수를 늘리면 새나오는 고준위 방사성오염수가 증대하고, 또 건물지하의 방사성오염수를 많이 처리하면 수위변화로 지하수의 유입이 늘어나는 진퇴양난의 상태이다.

한편, 정화 과정을 거친 후에 늘어나는 저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저장문제도 있다. 작년 12월 도쿄전력은 이 물을 올 3월경에 바다로 배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의 정화장치로 제거하지 못했던 스토론튬(Sr)까지 처리한 후에 배출할 계획이었지만, 주변지역 어업조합들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도쿄전력은 원전부지 내의 숲을 벌채한 곳과 바닷가에 약 16.5만톤의 저장탱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6일 현재 저장용량의 72%에 달하는 약 12만톤이 차 있으며 원전 건물 지하의 오염수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저장탱크의 계속적인 증설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준위 방사성오염수를 대량 보관할 방법으로, 대형유조선의 이용도 고려할 수 있지만 비용문제와 현행법(원자로 등 규제법)때문에 실시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원전부지내에 저장탱크의 증설부지가 한계에 달할 경우, 이 물은 바다로 배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행법에서는 규제치 이하의 방사능오염수는, 전력회사가 임의로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왼쪽)과 <요미우리신문>이 찍은 부지 내의 저장 탱크. 2월25일부터 원전의 공중 접근 금지구역이 20km에서 3km로 완화되었다.


게다가, 오염수의 정화장치에 사용된 특수약품, 필터, 폐기물 등과 2차 폐기물의 보관장소도 계속 확보해야만 한다. 미세한 구멍이 많은 광석인 제오라이트(Zeolite)를 이용한 필터 및 슬러지 등은 핵분열생성물이 농축된 상태로 방사능이 매우 높고, 잦은 교환으로 그 폐기물 양도 많다. 또한 염분에 의한 저장탱크의 부식문제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격납용기의 파손부분을 수리하여 한정된 수량에 의한 순환냉각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한, 방사성 오염수의 증가를 근본적으로 타개할 방법은 없다. 그리고, 현재 원전부지내의 정화장치들도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으로, 잦은 고장에 의한 가동 정지, 배관 및 비닐호스의 파손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시설은 지진 및 쓰나미가 덮칠 경우에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도 아니며, 시설에서 새나온 방사성 오염수가 바닷로 유출된 적도 있다.

결국, 작년에 발표된 일본 수상의 냉온정지[상태]의 선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불편한 진실'을 감추는 한편, 자의(恣意)적이며 근거없는 낙관적 해석에만 근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력 전문용어로서 '냉온정지'가 있으나, 이는 정상상태의 원전, 즉 장치의 파손이 전혀 없는 정상상태에서 원자로의 내부온도가 섭씨100도 이하로 낮아 진 상태를 가리킨다. 전력회사는 섭씨 60도 정도 이하으로 낮아지면, 사용후 핵연료의 교환 또는 원자로 점검 등을 한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원자로 및 격납용기에서 냉각수가 줄줄 새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냉온정지[상태]라는 낱말을 억지로 지어낸 꼴이다. 한편, 도쿄전력은, 고준위 방사성오염수가 지하수맥을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차수(遮水)벽의 건설에 착수하였는데, 작년 10월말부터 약 2년 계획으로 원전부지에서 바다쪽 4m 지점에 길이 약 800 m에 약 30m의 강판 700여개를 박고 있다. 완성 후, 육지와 차수벽사이를 매립할 계획이다.

* 후쿠시마 참사 1주년을 맞아 녹색평론·평화네트워크·프레시안이 공동 주최하는 탈핵 강연회가 오는 13, 20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립니다. 13일에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핵무기를 통해 본 전쟁과 평화'를, 20일에는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가 '후쿠시마 이후 일본의 핵정책 방향'에 대해 강연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 알림기사 바로가기 :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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