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대위-공천위, 이재오 공천 정면충돌

비대위, 이재오 포함된 공천자 명단 부결시켜…공천위 발표 강행

새누리당이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총선 공천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27일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는 이재오 의원을 포함한 21명의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으나, 의결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가 재의를 요구하며 이를 거부해 파문이 예상된다.

정홍원 공천위원장, 비대위 의결없이 공천 명단 발표 강행

당초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비대위의 의결을 거친 후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비대위에서 이를 반대함에 따라 회의 도중 비대위의 의결없이 명단 발표를 강행했다. 이날 회의에선 이재오 의원 등의 공천 확정을 놓고 비대위와 공천위가 정면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이 27일 비대위 회의 도중 공천자 명단 발표를 마치고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회의 도중 기자회견장으로 내려와 명단을 발표한 정 위원장은 '왜 비대위 의결없이 명단을 발표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만큼 공천위는 공천위대로 발표하고 비대위는 비대위대로 논의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비대위와 갈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니, 그게…"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이재오 경쟁력 있어" VS "MB 인사는 안 돼"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의 공천을 놓고 비대위와 공천위가 사실상 격돌함에 따라, 향후에도 친이계 공천 여부를 둘러싼 당내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천위는 이 의원이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서 야당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보이는데다, 그를 배제할 경우 또 다시 계파간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의원의 공천을 주장하고 있다. 도덕성 등의 흠결이 발견되지 않고 단수 후보라는 점도 공천의 이유다.

그러나 'MB정부 핵심 인사 용퇴론'을 강하게 주장해온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등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이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가 '현 정부 심판' 구도로 짜여지는 마당에, 이명박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이 의원을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공천 갈등 시작되나? 친이계·탈락자 '부글부글'

이밖에도 공천위는 이날 단수 후보 신청자 총 32명 가운데 21명의 공천자 명단과 전략지역 22곳을 발표했다.

친이계 중에선 단수 후보로 나선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 외에도 전재희(경기 광명을), 차명진(경기 부천소사), 윤진식(충북 충주) 의원 등이 명단에 포함됐으며, 친박계에선 서병수(부산 해운대기장갑), 유정복(경기 김포), 이정현(광주 서구을), 윤상현(인천 남구을) 의원이 명단에 들어갔다.

반면 야권의 '거물'급인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후보로 나서는 서울 종로, 문재인 상임고문이 나서는 부산 사상 등은 전략지역에 포함됐다. 친박계 핵심인 이혜훈 의원이 나서는 서초갑, 돈 봉투 의혹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의 서초을을 비롯해 강남 3구 역시 전략지역으로 지정됐다.

공천자 명단을 부결시킨 비대위는 22곳의 전략지역에 한해서는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안상수 전 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과천·의왕도 전략지역으로 결정, 안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벌써부터 공천을 둘러싼 당내 파장 조짐이 일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공천자 명단이 발표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과천·의왕을 전략지역으로 지정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정치는 포용과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지 보복과 분열의 길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지역구를 전략지역으로 선정한 것을 친이계에 대한 '보복'으로 규정했다.

또 "이 지역을 경선지역으로 정하고, 전략지역으로 하더라도 나와 경쟁해야 한다"고 당에 요구했다. 정홍원 위원장은 "전략지역이라고 해서 현역을 배제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전략지역 현역 의원들의 집단 반발 역시 예고된다.

새누리당 공천위원회 1차 공천자 명단 (총 21명)

서울(3명) : 김선동(도봉을), 권영진(노원을), 이재오(은평을)

부산(2명) : 서병수(해운대기장갑), 김세연(금정구)

인천(4명) : 홍일표(남구갑), 윤상현(남구을), 이상권(계양을), 이학재(서구강화갑)

광주(1명) : 이정현(서구을)

경기(4명) : 차명진(부천·소사), 차동춘(광명갑), 전재희(광명을), 유정복(김포시)

강원(1명) : 황영철(홍천·횡성)

충북(1명) : 윤진식(충주시)

충남(1명) : 김호연(천안을)

전북(2명) : 최범서(전주 완산갑), 정운천(전주 완산을)

전남(2명) : 문종안(나주·화순), 정채하(담양·곡성·구례)

1차 전략지역 (총 22곳)

서울(9곳) : 종로, 동대문을, 양천갑, 서초갑, 서초을, 강남갑, 강남을, 송파갑, 송파을

부산(2곳) : 북·강서을, 사상

대구(1곳) : 달서을

울산(1곳) : 남구갑

경기(3곳) : 성남 분당갑, 성남 분당을, 과천·의왕

강원(1곳) : 춘천

충북(1곳) : 청주 흥덕갑

충남(1곳) : 공주·연기

경북(1곳) : 포항남·울릉

경남(2곳) : 진주갑, 사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