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 "어떤 하자가 있다면 법적으로 해결할 문제지, 정치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풀려고 하는 것은 제대로 된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2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쟁점화해서 이 사람 바꾸라, 저 사람 바꾸라고 저한테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며 부산일보 사태를 불러온 정수장학회 문제를 야권의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첫 방문지에서 부산일보 노조원들이 피켓시위를 벌인데 대해서는 "노조가 원하는 것은 결국 재단이사회가 경영권까지 내놓으라는 것인데, 아무 관계가 없는 제가 얘기할 일이 아니다"라며 자신과 정수장학회가 관련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정수장학회의 장학생으로 배출된 많은 인재들이 사회 각계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정치쟁점화 해서 부당하게 하는 것은 그 분들의 명예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사모, 부산일보 조합원 피켓 부수며 "누가 배후냐"
박 위원장의 이날 부산 방문은 4.11 총선을 앞두고 부산일보·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처음으로 찾은 동래우체국에서는 이사진 퇴진을 요구하는 부산일보 노조원들과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등 지지자들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일보 노조원 10여 명이 "불법 강탈한 정수재단을 환원하고 부산일보 편집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 시위에 나서자, 박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몰린 지지자들이 강하게 항의한 것.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박 위원장이 부산 민심을 듣기 위해 방문했다고 하는데, 부산일보 문제에도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편집권 독립을 위해 최필립 이사장 등 자신의 측근을 즉각 퇴임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피켓 시위는 이내 박사모 회원들이 준비한 '대한민국의 희망 박근혜님 부산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에 파묻혔다. 박 위원장이 지지자 70여 명의 환호를 받으며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자, 박사모 회원 일부는 "왜 신문기자가 데모를 하느냐", "어느 빨갱이가 배후세력이냐"며 시비를 걸면서 실랑이가 시작됐다.
한 지지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라고 쓰인 팻말을 가르키며 "김진숙이 한진중공업 직원도 아니면서 그 난리를 쳤는데, 이젠 부산일보도 자기들 문제를 언론노조에 맡기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지지자가 노조원이 갖고 있던 피켓을 부수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사모 회원 중 한 명이 "이제부터 부산일보 보지 말자! 불매운동을 하자!"고 외치자 나머지 회원들이 박수를 치며 "앞으로 부산에선 부산일보 안 본다"고 환호하기도 했다.
네 번째 방문지인 영도구 영상예술고에선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이 몰려들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회 김옥주 위원장은 이날 박 위원장의 간담회 장소로 들어가려다 경호원들이 제지하자 "피해자가 하소연을 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출입도 못하게 하느냐", "부산에서 그렇게 밀어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김 위원장은 경호원들에 의해 건물 밖으로 끌려나갔고, 나머지 피해자들도 건물 밖에서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한편, 이날 법원은 박정희 정권이 5.16쿠데타 직후 고(故) 김지태 씨의 재산을 강압에 의해 헌납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미 증여 시효가 지났다며 김 씨의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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